다시 그려야 할 아프리카 지도
  • 변창섭 기자 ()
  • 승인 199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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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분리주의 운동 가속…신생독립국 탄생예고, 내전 양상도

 아프리카 동해안에 위치한 탄자니아의 수도 다르에스살람에서 水中翼船을 타고 1시간반을 동쪽으로 달리면 잔지바르라는 섬에 도착한다. 인구47만6천명이 사는 이 섬(면적1천6백57㎢)에서는 요즘도 이상한 광경을 볼 수 있다. 탄자니아의 일부인 이 섬을 찾는 본토인은 섬 입국관리관에게 반드시 여권을 제시해야하는 것이다. 원래 영국의 보호령이었던 이 섬은 1963년에 독립한 후 이듬해 탕가니카와 합병(그후 이름을 탄자니아로 고침)해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본토와는 ‘딴집 살림’을 낸 지 오래다. 대부분이 아랍계인 섬주민은 보토의 원주민과는 문화적 이질감뿐 아니라 경제적인 거리감가지 느끼고 있어 독립의식이 강하다.

 이미 지난 60년대부터 차드와 앙골라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일기 시작한 소수민족의 분리주의 운동이 탈냉전 후 더욱 거세지면서 일부 국가에선 신생독립국이 생길 조짐도 보이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 같으면 중앙정부가 무력진압을 행사하기 일쑤였으나 탈냉전 후 다당제의 도입 등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관용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현재 이같은 분위기는 탄자니아·에티오피아·모로코 등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에티오피아 북부의 에리트리아 지역이나 탄자니아의 잔지바르는 자치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또 모로코 남부의 서부사하라도 빠르면 올 상반기 중 국민투표를 거쳐 독립국으로 새 출발한다. 그러나 분리주의 움직임이 내전으로 발전해 끊임없는 전쟁의 포화에 시달리는 수단이나 소말리아 같은 나라도 있다.

 전문가들은 분리운동이 새로운 국가의 탄생으로 이어진다면 앞으로 10년 안에 아프리카의 지도를 새로 그려야 할 상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연방문제연구소의 피터 라이언씨에 따르면 “지난 1884년의 베를린 협상에서 아프리카의 식민지 경계선이 마무리된 후 1백년이 넘으면서 현재의 지도를 다시 그려야할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는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1980년 로디지아(현재의 짐바브웨)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것을 끝으로 유럽열강의 식민통치에서 모두 독립했다. 독립할 당시 각 나라는 영토분쟁을 피하기 위해 1884년의 식민지경계선을 그대로 인정했고 아프리카단결기구(OAU)도 이를 불변의 원칙으로 삼았다. 워낙 다양한 부족과 인종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지역의 특성상 어느 한 민족의 자결권을 인정하게 되면 전역에 민족자결주의 바람이 불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탈냉전과 함께 불어닥치고 있는 소수민족의 분리주의 운동은 이제 '大勢‘로 기운 느낌이다.

 아프리카 '새 지도‘에 그려질 첫 나라는 모로코 남부의 서부사하라 지역이다. 원래 스페인령인 이 지역은 지난 75년 모리타니와 모로코에 의해 양분됐다가 모리타니가 79년 영토권을 포기한 후 모로코에 편입됐다. 그러나 서부사하라의 독립을 주장하는 게릴라들은 알제리의 지원을 받아 폴리사리오 해방전선을 결성, 그간 모로코 정부를 상대로 독립투쟁을 해왔다. 이 지역은 지난해 11월 유엔의 조사단이 지역주민에 대한 선거권 자격 여부를 가리는 작업을 끝냄에 따라 올 6월 이전에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만 남겨놓고 있다. 두 번째 나라가 될 것은 에티오피아 북부에 있는 인구 2백60만명의 에리트레아이다. 늦어도 내년 중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라는 요식절차만 남겨놓고 있을 뿐이다. 멜레스 제나위 에티오피아 정부도 에리트레아의 분리독립을 기정사실화하고 벌써부터 이 ’독립국‘과의 入港權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신생독립국 앞날. 경제자립도에 달려있다

 한편 지난 5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수단에서는 아랍계가 대부분인 북부와 종교 및 문화적인 이질감을 느끼는 흑인중심의 남부가 오래 전부터 내전을 벌이고 잇다. 현재 남부 독립을 이끌고 있는 수단인민해방전선과 정부간에 내전종식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나 회교율법폐지와 남부의 분리독립을 놓고 양측이 팽팽히 맞서 조기 타결이 힘든 실정이다. 소말리아도 오랜 내전에 시달리고 잇다. 영국의 식민통치 경험이 있는 북부 소말리아인들이 이탈리아 식민통치를 받은 남부소말리아인들과의 문화적 이질감을 이유로 이미 독립공화국을 선포해 놓고 각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신생 독립국들의 앞날은 경제적 자립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일례로 丁香(향료의 일종)이 주요 수출품인 잔지바르의 경우 살길이 막연한 상황이다. 이들은 유럽공동체를 본 딴 ‘동아프리카 공동체’같은 지역경제협의체를 만들기를 바라고 있으나 그 구성여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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