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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찌개’에 친 공화당 ‘소금’

워싱턴 통신

워싱턴ㆍ김광웅 특파원 ㅣ 승인 1993.06.2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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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 소폭의 인사 개편이 있었다. ‘예’ ‘아니오’밖에 모른다고 해서 평소 백악관 기자들한테 원성을 사온 올해 서른 두 살 난 신출내기 공보국장 조지 스테파노풀러스가 정치 보좌관으로 밀려나고, 클린턴의 고료 동창 겸 비서실장인 마크 맥라티 밑에서 부실장 노릇을 해 온 마크 기어런이 그 자리를 메웠다. 공석이 된 부실장 자리는 뉴욕 지역 민주당 운영책으로 활약해온 헤럴드 아이크스가 내정되었다. 그리고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거겐이 백악관 정치 고문이라는 새 직함을 갖고 등장했다.
거겐의 등장은 이번 개편의 핵심이자 촌철살인 격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6월초 집무가 시작되자마자 오늘의 백악관을 움직이는 5인방에 끼여들 만큼 막강한 잠재력을 과시했다. 클린턴이 매일 행정부의 관련 장관 및 백악관 보좌관들과 치르는 정례 회의를 만참에 비유할 때 5인방 회의는 우리로 치면 ‘찌개 모임’에 해당된다. 둘 다같은 백악관 희외지만 나이프와 포크 소리만 요란한 만찬에 비해, 실제 중대사는 흉금을 터놓고 소주잔이 오가는 찌개 모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5인방 찌개 회의 참석자는 클린턴, 대통령 부인 힐러리, 부통령 고어, 백악관 비서실장 맥라티 그리고 정치 고문 거겐이다.

새 정치 고문 거겐, 홍보 정책의 ‘제갈량’
거겐의 등장이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골수 공화당계로, 닉슨과 포드 그리고 레인건 때까지 연 3대에 걸친 공화당 대통령 아래서 백악관 공보국장을 역임한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는 백악관 고문직을 요청받던 바로 그날 그 순간까지도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초청 특강에서 클린턴의 경제정책이 실패한 데 대해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당적은 일단 제쳐두고 그의 업적만을 평가해 보면, 그가 결코 예사 인물이 아니라는 점과 클린턴이 양당구조의 정치 행태를 과감히 부수고 이토록 혁신에 가까운 인사 조처를 단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주특기는 홍보 정책이라고 알려져 있다. 홍보 정책 가운데도 특히 ‘텔레비전과 대통령’에 관한 한 귀재 소리를 들어왔다. 80년 카터와 레이건의 텔레비전 논쟁 때 그는 주군 레이건 후보로 하여금 “여보 카터씨, 당신은 4년전보다 뭐가 달라지게 만들었소?”만을 되풀이해서 물고 늘어지도록 조언하여, 결국 카터를 누르게 하는 데 성공한 인물이다. 또 이듬해 암살범의 총격을 받고 쓰러진 레인건을 억지로 병상에서 일으켜 상ㆍ하 양원 합동회의에 등장시킴으로써 극적 분위기에 약한 의회가 당시 논란의 대상이었던 레이거노믹스 예산안을 전격 통과시키도록 하는 이변을 만들었다.

미 언론 ‘대통령의 말은 농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의 기자 다루는 솜씨는 능숙하다 못해 징그러운 정도였다는 것이 당시 백악관 출입기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실제로 지난 6월7일 백악관 기자들과의 첫 대면때 그는 20년 넘게 백악관만을 출입해온 UPI의 노기자 헬렌토어스나 <워싱턴 포스트>의 앤 디브로이에게 “하이, 헬렌!” “앤! 당신은 한두 마디 더 물어야 직성이 풀릴텐데”하는 식으로 농치고 어르며 만 10년 만에 이뤄진 기자단과의 해후를 능숙하게 이끌었다. 투박한 동문서답으로 빈축을 샀던 더벅머리 스테파노플러스와는 시작부터 달랐다.

게겐은 일상적인 기자회견에는 신임 공보국장 기어런을 전면에 세우고, 자기는 ‘특집’용 회견에만 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 고유의 보좌 업무는 비서실장의 전관 사항임을 분명히 밝혀 흔히 비서나 보좌진 간에 되풀이 되기 쉬운 알력과 갈등으로부터 초연하려는 노련미도 보였다.

거겐을 주용하는 이유에 대해 클린턴은 좌로 기운 정책 방향을 중도 쪽으로 고쳐잡기 위한 초당적 인사라고 해명한다. 당사자인 거겐은 대통령이 부르면 일단 “예, 제가 여기 있나이다”로 응답하는 것이 미국식 애국심이라며 자신의 재등장을 합리화했다.

그러나 이런 장식적 표현 너머에 숨은 진의는 클린턴에게 매스컴을 솜씨있게 다룰 테크너크랫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미국 언론의 시각이다. 또 다른 관점은, 거겐이 10년 넘어 맛들인 백악관 권부에의 향수 때문에 돌아왔다는 것이다. 적어도 대통령의 말만은 도덕적으로 흠집이 있거나 대변을 직업으로 삼는 자가 농간을 부릴 수 있는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이 미 언론의 시각이다. 진리나 정의를 말(씀)과 동일시해온 기독교식 유습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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