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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실에 오래 있고 싶다"

‘참교육’ 실마리 찾는 현장 곳곳에 '배움' 즐겁고 '가르침' 헌신적

대구거창 남문희 기자 ㅣ | 승인 1992.05.1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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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로 가겠다>

집에 오려고 하니/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이 나보고/나머지라 할까 봐/

좁은 길로 갔다/왜 요런 좁은 길로/

가야 하나/언제까지 이렇게/

가야 하노/난 이제부터/

큰 길로 가겠다

('꽃교실' 1985년 6월. 경북 울진군 온정국민학교 3학년 김형삼의 글)

 

경상북도 경산군 중앙국민학교 4학년 9반교실. 담임인 이호철 선생은 5년간 같은 경산군의 부림국민학교에서 근무하다 올해 이 학교로 왔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올해로 14년째 계속해오고 있는 '꽃교실'이라는 학급 신문이 교사들과 교육관계자들 사이에 널리 소개되면서부터이다. 주마다 1회 발행되는 학급신문인 '꽃교실'에는 생확 속에서 우러나온 아이들의 진솔한 생각이 실려 교육 관계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준다.

학기초라서 그런지 교실의 꾸밈새는 여느 교실과 크게 다른 점이 없다.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아이들의 자리가 교단을 향해 정렬돼 있지 않고 '모둠(소모임)'별로 모아져 있다는 점이다. 마침 정규 학과수업은 모두 끝나고 특별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업내용은 젓가락으로 바둑돌 집기였다.

바둑돌 10개를 책상 왼쪽에 모아놓은 다음 젓가락으로 집어 오른쪽으로 옮기기이다. 수업이라기보다는 놀이에 가깝지만 아이들은 열중해 있었다. 젓가락은 쇠젓가락이어야 한다 나무젓가락을 쓰면 규칙 위반이다. 이선생이 수업을 통해 강조하고자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것이다. 나무젓가락을 쓰면 산에서 나무를 많이 잘라야 한다. 그러니까 나무젓가락을 쓰지 말고 쇠젓가락을 쓰도록 하자. 놀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환경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쇠젓가락으로 바둑돌 집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아직 여물지 못한 아이들의 손가락 감감이 자연스럽게 발달된다. 손가락을 잘 쓸 수 있어야 젓가락질뿐 아니라 글씨쓰기 그림그리기 등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

이 선생은 스스로 "욕심이 좀 많은 편"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정규 수업만 가지고 아이들에게 참되 인간교육을 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참된 교육인지에 대해서는 정답을 얘기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주입식 위주로 될 수밖에 없는 현재의 학교 교육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무엇이 참 교육이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사물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그래도 참교육에 가깝다고 한다면, 이런 교육은 지식만 가르쳐서는 될 수가 없다. 직접 보고 듣고 겪게 하는 실천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그 또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과외로 프로그램을 짜서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 아니면 방과 후 틈나는 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교단 왼쪽 이선생의 책상 위에는 '꽃교실 특수 시책'이라는 제목이 붙은 종이쪽지에 그가 1주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할 교육프로그램일 빼곡이 적혀있다.

살아 있는 그림 그리기 : 매일 아침 반 친구 중 한 아이를 모델로 약 20분 정도 그리게 한다. 1학기가 지나면 친구의 서있는 자세를 그린 그림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선다. 관찰그림 : 식물 동물 물건 따위를 세밀하게 그리게 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눈을 길러주는데 이는 글쓰기와도 연관된다. 나의 주장 발표하기 : 날마다 아침 수업시작 전 10분 동안 한 모둠씩 자기 생각을 솔직히 발표하게 한다. 한주일 동안 생각했던 일이나, 절실하게 느낀 일, 주장하고 싶은 이야기를 발표한다. 아이들이 자기 주장을 당당하게 발표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교사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선생님에 대한 비판도 옳은 이야기라면 받아들인다는 개방작인 자세가 중요하다.

재미(살아)있는 숙제 : 아이들은 숙제를 하는 동안에는 가족이나 친고, 자연공간으로부터 고립된다. 그러나 살아있는 숙제는 아이들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자연과의 유대를 확인하게 한다. 식구들의 발 그리기, 아버지 발 씻어드리기, 봄나물 캐기 등 18가지 정도가 있다.

 

가족 '재발견'하는 식구들 발 그리기

발 그리기를 통해 아이들은 가족을 재발견 한다. 자기의 발이나 동생의 발에 비해 까칠까칠하고 갈라진 엄마 아빠의 발을 보면서 엄마 아빠가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새삼 깨닫기도 하다. 김용철이라는 아이는 엄마가 없는 아이다. '꽃교실' 89년 12월8일자(경산 부림국민학교 5학년 2반)에서 용철이는 식구들의 발을 재미있게 그려나가다가"하지만 엄마의 발이 없어서 안타까웠다"라고 썼다. 그래서 상상으로 발을 그리고 나서는 "오늘은 뭐 기쁜 것도 아니고 너무 슬픈 것도 아니다"라고 적었다.

‘고함치기’라는 숙제도 있다. 고함치기에는 아이들이 학교나 사회, 가정으로부터 받은 마음속 응어리를 고함을 침으로써 풀어내라는 뜻이 있다. 아이들이 시험에 대해 갖는 스트레스는 가히 공포에 가깝다. "아침에 엄마, 우리 식구들에게 시험친다고 말을 하지 않고 갔다. 왜냐하면 못 치면 맞을까봐이다. 시험을 쳤는데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 점수가 60점, 36점도 있다. 인제 들키면 뚜드려 맞아 시퍼렇게 멍들겠다 생각하니 너무 무섭다." (꽃교실, 89년) 89년 12월 어느 날의 숙제는 들판에 나가서 세번 고함치기였다. 한 아이는 "아버지의 병을 낫게 해 주셔요. 아버지가 담배를 끊고 술을 먹지 않게 해주셔요. 우리 집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셔요"라고 고함을 지르고는 "나의 눈에는 금새 눈물이 다"라고 썼다.

“학교도 보이고 확 트인 논과 밭이 보여 속이 시원한" 복숭아나무에 올라서서 제일 처음에 "보온밥통"하고 소리를 지른 아이도 있었다. 이유는 "제일 가지고 싶은 것이 보온밥통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이 바보야"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 이유는 자기도 모른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할매"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바른생각 가꾸기, 바른생활하기, 노래부르기, 놀이하기 등이 있다.

이런 여러가지 프로그램 중 이 선생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글쓰기이다. 날마다 일기쓰기, 주마다 1회 글쓰기 지도, 독서지도 등 여러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각각의 활동에서 얻어진 감동이나 새로운 발견, 절실한 느낌 등이 모두 글쓰기 소재가 된다. 또 생각주머니라고 하여 언제나 수첩과 필기구를 가지고 다니면서 생각이나 글감을 메모하게 한다.

이선생이 강조하는 글쓰기는 남의 생각이나 교과서에 나오는 글을 모방하는 글쓰기가 아니다. 생활 속에서 자기가 직접 겪은 것. 절실한 느낌, 자연을 관찰하고 느낀 것 등을 진솔하게 쓰는 것이다. 이런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로 하여금 사회의 구석구석을 직시하면서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미리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한다.

아이들에게 세상의 부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우려가 "아이들을 동심천사주의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듯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존재가 아니다. 아이들도 나름대로 현실을 보는 눈이 있다. 따라서 현실의 모습은 덮어둔 채 상상의 세계만을 가르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게 하고 그 속에서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족을 돌볼 틈도 없이 밤낮으로 매달리는 형편"이러고 말한다.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 속에는 아이들이 낸 일기장, 다음 날 수업준비 자료 등이 가득 차있다. 주머니 속에는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필책이 늘 꽂혀있다. 과로로 몇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던 그가 아이들 교육에 이렇듯 자기를 내던지는 것은 학기가 지날 때마다 쑥쑥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 때문이다. 교육의 효과가 단시간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한 학기만 지나면 아이들의 문화수준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또 바르게 보고 행동하는 힘도 길러진다고 한다. "학력이란 게 무언가. 이러한 총체적 능력이 진정한 의미의 학력이 아닌가"라고 그는 반문한다.

 

선생님 별명은 '조선돼지'

달성군 옥포국민학교의 윤태규 선생이 지난 8년간 가르쳤던 아이들은 모두 '신나는 교실'출신이다. '신나는 교실'은 윤선생이 맡는 학급의 이름이자 달마다 발행하는 학급문집 이름이다. '신나는 교실'의 구성원들은 모두 식구로 통한다. 윤선생도 아이들과 똑같은 자격을 가진 식구의 한사람이다. 청소 등 모든 일을 함께 참여한다. 아이들에게 바른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몸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평소의 신념 때문이다.

지난 90년 달성군 논공국민학교 6학년1반을 맡았을 때 만든 '신나는 교실' 책표지에는 식구들 10명의 별명이 적혀있다. 1번 똥장군, 2번 똥개, 3번 넘딕이, 4번 감뽕이 9번 전봇대에서 아이들 별명은 끝난다. 그 다음 10번이 윤선생이다. 그의 별명은 '조선돼지'이다. 91년 달성국 북동국민학교에 근무할 때는 학생 수가 37명으로 늘어났었다. 이때도 그는 마지막 번호인 38번을 차지했는데 별명은 어김없이 '조선돼지'이다. 윤선생은 이런 방식을 통해 아이들 세계에 같이 참여하기를 원한다. 아이들 세계에 들어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싹터야 비로소 교육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맡은 일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고 또 그에 따른 책임도 질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인지 신나는 교식에서는 여름방학이나 겨울 방학 술제를 아이들 스스로 낸다. 이는 윤선생도 마찬가지이다. 91년 7월15일자 '신나는 교실'(달성군 북동국민학교 6학년 3반)은 '내가낸 방학과제'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아이들 스스로 여름방학 동안에 자기가 할 과제를 내고는 그같 은과제를 고른 이유와 해결 방법에 대해 자세히 적었다. 아이들이 낸 과정은 각양각색이지만 선정 이유나 해결 방법에 들어가면 매우 진지함을 엿볼수 있다.

이동현/개가 새끼 기르는 모습을 관찰하고 관찰일기 쓰기 : 1.아침 일찍 일어나 개가 새끼 젖주는 것을 관찰한다. 2.강아지를 내가 데리고 몇시간쯤 있으면 개는 어떤 반응을 하는지 관찰한다. 3.강아지가 언제 서는지 관찰하기

한수희/외래어 간판말 조사하기 : 우리 동네를 돌아다니며 외래어간판을 조사하고 그 가게에 들어가서 그 간판을 단 동기도 조사하겠다

김민호/새 모습과 새소리 녹음 : 친구들과 같이 새가 많은 강이나 산을 찾아가 새소리를 녹음한다

이밖에도 '컴퓨터 공부를 하겠다''우리 마을 길 그리기''통일에 대한 스크랩북 만들기''세금 종류와 액수 조사'등 다양하다.

작년 11월11일 북동국민학교 6학년3반의 신나는 교실에서는 정말 신나는 수업을 했다. 4교시째에 있었던 '나뭇잎교실'이다. "오늘 4교시부터 교실에 나뭇잎을 깔아놓았다. 그 위에서일기도 쓰고 낙서도 했다. 우리는 이것을 나뭇잎 교실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 같았다. 이것은 별 계획없이 갑자기 생각한 것인데 우리 모두가 좋아해 우리 선생님께서 한번 해보는 것이다. 우리는 나뭇잎에다 낙서 일기 등을 적었다. 이렇게 나뭇잎을 깔아놓으니까 소풍 온 것같고, 가을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신이 났다. 청소는 조금 힘들겠지만 이 교실에서 오랫동안 있고 싶다."('신나는 교실' 91년 11월호, 박진기)

아이의 입에서 "이 교실에 오랫동안 있고 싶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면 그 교육은 일단 성공한 것이 아닐까.

거창군 거창국민학교의 임길택 선생은 교직 생활의 거의 전부를 강원도 정선의 탄광촌과 농촌에서 보냈다. 사북의 한 국민학교에서 학생들과 같이 만들어낸 학급문집은 나중에 "아빠 얼굴 예쁘네요"라는 연극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는 가난한 아이들에 대해 유난히 깊은 애정을 지녔다. 탄광촌에서 자란 아이들이 도시의 중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될 때 그는 늘 안쓰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도시 아이들에게 기가 죽을지 모른다는 염려에서다. 그럴 때면 해주는 말이 있다. "가난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그는 "아디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있는편"이라고 한다. 어른들이 잘만 이끌어 준다면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상장제도도 폐지

이들 선생님들은 학과 중심의 교육에 만족하지 않고 아이들이 전인적인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가르치는 사례이다. 대개는 '한국어린이글쓰기연구회'라는 모임에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69쪽 기사 참조) 그러나 학과 외의 이런 교육에 모두가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또다른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6공화국 출범 당시 교육개혁으로 인해 학교 수업의 부담은 예전보다 훨씬 많아 졌다. 4학년의 경우교과서가 17권이나 되는데 대개의 수업 시간이 교과서 진도 나가기에도 벅찬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과외의 프로그램은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학부모의 반등도 처음에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의 성과가 학급문집 등을 통해 나타나면 대체로 수긍한다고 한다.

교육현장에서 일반적으로 교사들이 부딪히는 문제는 학과 부담 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교육관청의 지시나 통제, 관료적인 학교운영 등도 교사를 주눅들게 하는 요인이다.

거창에 있는 샛별국민학교는 학교운영의 모든 정열을 오로지 교육에만 쏟는 학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교육관청의 지시내용 중 교육과 큭 관계가 없는 것은 이하구 교장선생에 의해 적절하게 처리된다. 다른 학교에서 흔히 보이는 교장의 권위 같은 것을 이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교장은 "학교운영의 중요한 사항은 교사회의에서 결정한다. 교장은 단지 집행만 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이 학교의 모든 결정은 그것이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아닌지에 따라 이루어진다. 교육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다른 학교에서는 귀찮은 일로 여겨 거르기 쉬운 학예행사 같은 것도 정해진 대로 꾸준히 해나간다.

이 학교가 중점을 두는 교육목표는 대개의 학교에서 그렇듯 몇몇 공부 잘하고 똑똑한 아이들 키우는 데 맞추어져 있지 않다. 모두가 자신의 적성과 가능성을 발굴해 하나의 인격체로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게 이 학교의 교육목표다. 이런 취지에서 이 학교는 일찍부터 반장제도를 새로운 제도로 바꿨다. 학급의 전체 학생이 1주일씩 돌아가면서 반장을 맡는 것이다. 이교장은 "처음에는 못해내리라 염려스러웠던 아이들이 더 책임감 있고 성식하게 하는 것을 보고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독차지할 수밖에 없는 각종 상장제도도 폐지한 지 오래이다. 모든 과목을 잘하지는 못해도 한가지만 잘하는 게 있다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상장제도는 "오히려 이런 아이들을 주눅들게 하는 역효과를 낼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들이 항상 순조롭게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교육관청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한 적도 많았고, 특히 반장제도나 상장제도 등을 선호하는 학부모들을 설득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나 학부모협의회를 조직해 한달에 한번씩 대화 시간을 갖게 되면서부터 학부모들도 그 취지에 적극 호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교육 현실을 전면적으로 바로잡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수적으로 요구될지 모른다. 그러나 학력 위주로 편제된 사회구조가 엄연히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제도개선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기를 바라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제도가 개선될 때까지 아이들을 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기는 하겠지만 참교육의 실마리를 찾고자 애쓰는 교육현장이 있다는 것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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