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로 검은 돈 추방”
  • 박중환 정치부차장 ()
  • 승인 199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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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윤리위원장 南載熙
국회의원윤리강령 등 법제기초위원장(이하 윤리위원장)이라는 감투를 갑자기 쓴 민자당 南載熙 의원. 의원 ‘뇌물외유’ 사건으로 부랴부랴 만들어진 이 위원회는 그 출발이 보여주듯이 걸음이 순탄치 않다. 지난 9일 폐회된 임시국회에서 선언적인 내용만 규정한 윤리강령은 처리됐으나, 실질적인 내용만 규정한 윤리강령은 처리됐으나, 실질적 규정인 실천규범과 윤리위원회구성 문제는 다음 국회로 넘어갔다. 남위원장은 폐회기간 동안 남은 문제에 대한 여론을 수렴한 후 다음 임시국회 때 꼭 처리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본사 4층 회의실에서 만난 그에게 의원윤리규정제정과 관련한 질문에 앞서 윤리위원장을 맡은 자신은 얼마나 깨끗한 정치인인가를 물어봤다.

남의원은 자신의 재산을 공개할 수 있습니까?
 대지 1백30평 건평 90평짜리 단독주택 한 채와 고향에 70평짜리 땅 한 필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현찰이 있고, 약 3만권의 책이 있는데 그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달에 얼마 정도 씁니까?
 작년부터 연간 1억원을 후원금으로 받을 수 있게 돼 그것으로 지구당운영까지 합니다. 상당히 현실화된 액수라고 생각합니다. 한달에 8백만원꼴이니 그 정도면 버텨나갈 수 있습니다. 물론 추석이나 연말이면 과외의 부담이 생기지만···.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씁니까?
 경우에 따라 다르나 한달에 3백만원 정도 씁니다.
여러 사람과 식사하는 데 주로 지출하지요.

실례지만 지금 지갑에 돈이 얼마나 있나요?
 지금은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윤리위원장이 된 후 회식할 일이 많아져 씀씀이가 커졌어요. 윤리위는 국회법에 따른 위원회가 아니고 총무회담의 산물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여야 협상기구이지요. 그러므로 국회에서 운영비가 나오지 않아요.

다음 임시국회로 미뤄진 실천규범과 윤리심의기구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매듭지을 생각입니까?
 실천규범제정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이미 여야 3인(辛卿稙 민자당의원, 趙昇衡 평민당의원, 金光一 민주당의원)의 규범 보완정리위원이 임시국회가 폐회된 지난 9일 문안을 정리했습니다. 조만간 윤리위원회 전체토론을 거친 뒤 잠정안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국회가 폐회중이기 때문에 그 안을 의원 전원에게 우송하고, 언론사에도 공개해 여론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그런 다음 보완해서 다음 회기 전에는 안을 확정지어 임시국회에 상정, 처리할 계획입니다.

그러면 윤리심의기구는 어떻게 할 작정인지요.
 이에 대해 민자당과 민주당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평민당은 상당히 달라 합의가 어렵습니다. 민자당이 추진하는 방안은 가칭 윤리심의회를 국회에 두는 것인데,  그 성격은 상임위원회도 특별위원회도 아닌 제3의 형태인 일본형입니다. 윤리심의회는 해당 의원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심의를 한 뒤 징계요구만 할 뿐 징계결정은 법사위원회에서 한다는 안입니다. 또 심의회의 구성은 의석비율로, 가급적 중진의원으로 구성하자는 것입니다. 평민당은 미국식으로 하자고 합니다. 즉 상임위원회로 하고 위원의 구성비율을 여야 동수로 하자는 것입니다. 다만 민자 · 평민 모두 위원회 위원은 겸직이 가능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합니다. 예컨대 운영위원회처럼 말입니다. 민주당은 윤리심의회는 심사권만 갖고 징계권은 법사위가 갖자고 해 민자당과 같습니다. 민주당은 위원 구성비율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이러다가 어물쩡 선언적 강령제정에 그치는 것 아닙니까?
 국회윤리위원회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실정법을 위반할 때에는 법대로 처벌받아야 합니다. 국회의원이니까 윤리적 책임을 조금 더 가중하자는 취지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윤리규정에는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경우, 통상 수준을 넘는 원고료 혹은 강연료를 받으면 ‘걸리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제정하려는 윤리규정의 취지도 이와 같은 셈입니다. 그러니까 뇌물을 받았다든지 폭행을 했다든지 하는 문제는 일반법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지요.

실천규범에는 조화나 축하 화환, 축의금이나 조의금을 보내지 말도록 하자는 등의 지엽적인 문제도 포함되나요? 의원 한사람이 많게는 한달에 7백만원씩 꽃값을 지불해 이권개입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는데···.
 꽃을 일체 못 보내게 하자는 주장도 일부 있습니다. 그러나 반론도 있습니다. 의원은 못 보내는데 원외의 출마희망자들은 보낼 수 있다면 의원만 손해보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일본의 예를 들면 근래에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는데 의원이 직접 참여하는 애경사에 꽃이나 축의금 등을 보내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또 공직자 재산공개 문제인데, 의원은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 문제는 윤리규범으로 규정하는 것이 좋을 법하지만, 공직자윤리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사실 의원의 재산을 공개할 경우 부작용이 많습니다. 부정축재는 줄겠지만 정치탄압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야당에선 우려합니다. 또 재산이 많은 의원은 유권자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요구를 받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 양면성이 있습니다.

재산공개는 정치자금과 관련이 깊습니다. 공개를 엄격히 하면 야당탄압의 수단이 된다는 주장도 일면 타당성이 있는데···.
 있을 수 있는 얘기입니다. 후원회를 결성한 야당의원은 2명에 불과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여당의원에 비해 야당의원에게 돈을 덜 준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야당을 후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정치후원회에 정치자금을 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되며, 세무서로 자료가 넘어가 손비처리됩니다. 후원회원과 금액에 대한 비밀엄수 의무가 있지만 비밀유지가 어렵게 되어 있지요. 그러면 어느 기업이 야당을 후원했는지 다 알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세 번째는 후원회원과 후원금액이 1백명 상한에 1억원 상한이니까 평균 1인당 1백만원까지 가능합니다. 야당 일각에서는 5백명이나 1천명 정도로 확대해 20만원 내지 10만원 정도의 후원도 가능하게 하자는 주장도 폈지요.

어쨌든 야당이 여전히 탄압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국회윤리규정에 재산공개 조항을 포함시키는 데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겠지요. 그러면 여야가 시간만 끌다가 유야무야하는 것 아닙니까?
 그것은 윤리규범에 포함되지 않아도 됩니다. 공직자윤리법이 따로 있으니까 정치자금 문제는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실질적 윤리확립은 제도 자체보다 그것을 얼마나 잘 운용해나가느냐 하는 데 달려 있다고 생각되는데···.
 물론입니다. 윤리위원회가 엄청난 일을 할 것으로 믿고 많은 기대를 갖는데 그것은 착각입니다. 국회윤리규정은 의원에게 약간 더 무거운 윤리성을 요구하기 위한 것에 불과합니다. 정치의 도덕성을 회복하려면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우선돼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자금을 철저히 공개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실명제가 실시돼야 합니다. 금융실명제가 없는 한 정치판에 ‘검은 돈’이 돌아다니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하는 정치자금의 대부분이 여당에 대한 지정기탁이므로 일정비율을 야당에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여당에서는 못하겠다고 합니다. 윤리강령의 마지막 부분에 정치자금의 공정배분 문제를 넣자는 야당 주장도 바로 그 얘기입니다. 무조건 나눠갖는 것은 모순이지만 일부는 나눠줄 필요가 있습니다. 한 기업이 1억원을 각 당에 지정기탁했을 경우 세무상 손비처리 과정에서 그중 10%이든 20%이든 면세혜택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기탁금에는 세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부예산과 같은 면세액에 한해서라도 의석비율로 나눠주는 것이 합리적이지요. 마지막으로 정치자금의 국고지원을 늘리는 방안입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등록재산을 실사하도록 돼 있는데 안하는 겁니까. 못하는 겁니까?
 실사업무는 엄청나게 방대합니다. 수천명의 동산 · 부동산을 누가 어떻게 실사합니까. 재산공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실사입니다. 국세청만이 실사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금융실명제가 없기 때문에 현금 실사는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정치풍토의 쇄신을 위해서는 금융실명제의 실시가 대명제라고 생각합니다.

공직자윤리법을 보면 해당 기관이 조사를 하게 되어 있는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조사를 못하도록 규정한 것 아니야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맞습니다. 사문화될 수밖에 없지요.

윤리위가 상설화돼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습니까?
 물론 타당한 얘기지요. 통계를 보면 제헌의회 이후의 징계거론 건수는 모두 49건이더군요. 징계가 가결된 것은 5건뿐이었습니다. 즉 일년에 한번 있을 법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상설화해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 나올 법합니다. 인원을 대폭 줄이고 사무실만 두는 방법으로 절약한다면 충분할 듯합니다. 이왕 둔다면 국회내에 국민이 고발할 수 이는 창구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고발에 대해서는 윤리위가 자체 조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상설화가 바람직합니다.

제3의 유형이라는 일본의 경우는 어떻게 돼 있습니까?
 일본국회에는 윤리심사회하는 것이 있는데 징계권이 없습니다. 심사해서 징계위에 요청합니다. 윤리위 자체가 징계권을 갖지 않게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윤리심의회에 상정되는 것만 해도 해당 정치인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므로 응분의 효과가 있다는 논리입니다.

미국처럼 우리 국회도 심사기구를 상설했다면 10배 정도 많은 4백90건이 심사돼 50건 정도 징계를 받았을지도 모르지요 .
 글쎄요.

심의회 의원 구성비를 의석비율로 하면 지금과 같은 거대여당 아래에서는 악용될 소지가 있을 듯한데요.
 물론 있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우리 입장은 여야 동수라면 아무런 결정도 못할 것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그 문제는 평민당과 이해가 상충하겠는데, 어떻게 절충할 작정인지요.
 그 외에는 실천규범이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각 당의 수뇌부가 결정할 사항입니다. 평민당의 상임위원회안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위원회구성 문제가 골치입니다.

우리 생활관습이 미국이나 일본과 다른데, 외국의 제도를 가져다 쓰려면 신중해야 할 듯한데요.
 윤리강령으로 규제하지 못하는 것은 가정의례준칙으로 처리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꽃을 보내도 결혼식장에 진열할 수 없다며 창고에 넣어두는 경우를 봤습니다. 가정의례준칙만 잘 지켜지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의원회관을 사용하지 않고 수행비서를 데리고 다니지 않는 것으로 소문나 있는데. 경비를 줄이기 위한 것입니까?
 지구당(서울 · 강서을)이 의원회관과 가까워 유권자들을 의원회관으로 오라고 하기 보다는 내가 가는 편이 나을 듯해서 회관 사무실을 쓰지 않습니다. 또 나는 아직 젊기 때문에 비서를 데리고 다닐 이유가 없어요. 회관 인력을 지구당에 상주시켜 충분히 일할 수 있게 한 것뿐입니다.

집안 이야기를 한가지 여쭐까 합니다. 두분 따님이 80년대에 운동권에 가담해 곤욕을 당한 바 있다고 들었는데, 두 따님의 행동을 이해합니까?
 81년 광주사태 1주년 당시, 첫째딸(당시 서울대 국사과)이 구속돼 당직과 공직사퇴서를 제츨했었지요. 당시 全斗煥 대통령에 의해서 사퇴서는 반려됐습니다. 1년6개월 뒤 둘째딸(고려대 경제과)이 시위 배후로 구속됐다가 나중에 재야인사인 예춘호 전 의원의 아들과 결혼해 당주변으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鄭順德 당시 정무수석을 통해서 괴로운 심정을 전달하자 전 전대통령이 “전혀 신경쓰지 마라. 결혼날짜나 가르쳐달라”고 해서 넘어갔습니다. 비공개로 중국집에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렸는데 청와대에서 축하금을 보내왔더군요.

정치인의 도덕성을 국회 스스로 회복할 어떤 운동이라도 벌이려는 계획은?
 제2공화국 때 朴浚圭씨, 金泳三씨 등이 청조회를 만들어 신생활운동을 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운동은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겠지요. 그러나 정신운동은 평소에 해야 합니다. 제도개혁도 뒤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집권자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국회의원 스스로 의원직을 그만두고도 불편하지 않게 평소에 검소한 생활태도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울 중요합니다. 그래서 나는 골프를 치지 않습니다. 물론 돈도 없고···. 웬만하면 혼자 걸어다닙니다. 의원직을 그만두면 버스타고 다닐 준비를 하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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