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쟁, 산업구조 조정의 기회
  • 유장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
  • 승인 1991.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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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걸프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각종 예측이 나돌고 있다. 전쟁의 성격과 교전당사국의 대비상황에 대한 시각이 서로 다르므로 경제분석의 결과도 다양하나 다음과 같은 몇가지로 집약되는 것 같다.

 첫째 전쟁이 1개월 내외의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국제기름값은 약간의 등락을 보인 후 20달러 정도에서 안정될 것이며 국제 경제도 당초에 예상했던 약간의 저성장 추세에서 큰 병동이 없을 것이다. 둘째 전쟁이 2개월 내외의 중기전이 될 때 적지않은 수의 유전이 파괴될 것이며 전비조달로 주요 참전국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져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금리상승의 압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세계경제는 1~2%의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낼 것이다. 세째 전쟁이 2개월을 넘어 장기전화될 경우 세계경제는 저성장의 문제 뿐만 아니라 과거 70년대  중반에 있었던 1차 석유파동 이상의 위험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경제학자들은 특히 금융부문의 일대 위기를 염려하고 있다. 최근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미국과 일본의 대형은행들이 주가 및 부동산 가격의 폭락 때문에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고 더욱이 유럽에서는 독일통일 과정에서 드는 비용 때문에 자금공급이 경색되어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가령 전쟁이 장기화되어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미국의 전쟁비용만도 1천억달러에 달할 것이며 이를 정부차입 형태로 조달할 경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융시장은 고금리 현상 때문에 몸살을 앓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금비용은 엄청나게 올라가 산업은 위축되고 게다가 유가도 4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기대하기 어려운 전쟁 특수나 전후 경기부양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들은 모두 가설에 불과하다. 구태여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금년과 내년의 세계경제를 극도로 어둡게만 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 특수를 통해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활황으로 이끌어 주었던 과거의 경우(2차대전, 한국전, 월남전)와 비교할 때 이번 전쟁은 상황과 여건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전쟁은 미국경제의 저력이 튼튼한 가운데 치루어졌으나 이번 전쟁은 미국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로 고전하고 있는 중에 일어났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쟁이 미국측 승전으로 결말이 나더라도 그 후유증 치유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재정ㆍ금융상 긴축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전쟁의 두 번째 특징은 전후 군비보충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동서간의 탈냉전 분위기로 인해 전쟁중 소요된 무기 및 군사력을 새로 생산 내지 보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군수산업이 주도하는 전후 경기부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번 전쟁이 유류자원 쟁탈전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정치적 명분은 사담 후세인을 응징코자하는 데 있으나 실질적인 핵심쟁점은 석유공급의 주도권이 어디로 넘어가느냐이다. 전쟁이 미국측의 승전으로 끝난다하더라고 아랍제국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는 석유값의 급락현상을 방지해 주어야 하는 것이 전후 미국이 안게되는 또 하나의 짐이다.

일본의 경험 되새겨야
 이러한 모든 정황을 감안할 때 걸프전쟁은 세계경제에 적잖은 침체요인을 던져주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이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의 위축현상 때문에 수출이 더욱 둔화될 것이다. 동시에 제1, 2차 석유파동때의 어려웠던 기억 때문에 내수도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이미 가전제품, 자동차, 의류부문 등은 심각한 재고누증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소비성 서비스업종(식당 다방 여행업 호텔 목욕탕 등)의 수요도 크게 줄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필자는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역이용하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성 구매력의 감퇴와 수출산업의 부진현상을 면밀히 검토하여 이를 생산적 투자 증대와 사회간접 자본 확충으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개발해 보자는 것이다. 특히 금년 한 해 동안에는 정부가 발주하는 소위 ‘인프라스트럭쳐’공사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공영주택, 도로망, 항만시설, 상하수도, 교량, 철도수송시설 뿐만 아니라 농어촌 발전을 위한 농촌지역의 교육, 의료, 문화, 산업 개발 등이 너무 오랫동안 긴축재정이라는 금과옥조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차제에 이러한 분위기를 선용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일본이 1. 2차 석유파동을 당하여 그들의 산업구조와 사회간접자본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던 선험적 사례를 잘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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