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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 의원, 워싱턴 너무 몰랐다

선배 의원 비판·원로 기자 무시로 언론에 집중 공격당해…의원직 유지 먹구름

이석열 (재미 언론인) ㅣ | 승인 1993.08.12(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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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하원의원(공화당·다이아몬드바 시 출신) 김창준씨(미국명 제이 킴)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필두로 로스앤젤레스의 몇몇 지방 신문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김의원은 “미국 생활에 이 정도 시련은 누구나 겪는 것 아니냐”라며 태연하지만 지금까지 미국 언론의 소나기 공격을 받고 살아남은 정치인이 거의 없었음에 비추어 볼 때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처지이다. 더구나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그를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전설적인 인물’이라며 추켜세우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두달 동안 그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파헤친 뒤 이를 대서특필했다.

 언론의 집중 공격에 이어 민주당은 김의원이 회사 공금을 선거자금에 돌려 썼는지 여부를 가려달라고 연방선거위원회에 정식으로 요청했고 이와 때를 같이해 연방대배심은 선거자금 출처를 캐기 위해 김의원이 소유한 ‘제이 킴 엔지니어링’ 회사의 재정 관계 서류와 선거운동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한다. 이제 연방검찰이 김의원을 직접 조사하는 일만 남아 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선거에서 근소한 차로 떨어진 제임스 레이시 변호사도 연방선거위원회에 김의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김의원은 미국 신문의 잇따른 폭로 기사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선거법 전문 변호사와 공인회계사가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니 곧 진상이 밝혀질 것이며 별 일 없이 끝날 것이다”라고 밝혔다.

“언론 다루기에 실패했다”지적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4, 15일 연거푸 제시한 혐의의 골자는 김의원이 40만달러에 달하는 회사 공금을 선거자금으로 썼다는 것이다. 정주영씨가 대통령선거 때 비자금을 쓴 것과 같은 혐의이다. 전화요금부터 비행기표, 자동차 할부금, 신용 카드 청구서 같은 자질구레한 것까지 회사 수표로 결재했다고 보도했다. 김의원 지역구인 동부 지역의 <샌 개브리엘 밸리 트리뷴>과 오렌지 카운티의 <레지스터> 같은 유력 일간지도 다투어 김의원에 대한 도덕성 흠집내기 기사를 실었다.

 재미동포로는 최초로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된 김씨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가 큰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재미동포들의 관심은 대단한다.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가 왜 허술한 점을 보여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원망하는 눈치도 보인다. 그들은 김의원이 “회사 사무실 일부를 선거사무실로 쓰는 경우 이를 따로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내 돈 내가 썼는데 왜들 야단이냐”라는 반응을 보인 것은 정치인답지 않다고 나무라고 있다. 그 정도 상식도 없이 어떻게 워싱턴에 진출하겠다는 말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김의원이 언론의 뭇매를 맞게 된 까닭은 그가 초선 의원치고는 지나치게 당돌해서 선배들의 노여움을 샀고,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눈 밖에 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김의원은 얼마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관록을 자랑하는 선배 의원들이 쥐뿔도 아는 것이 없으면서도 권위주의를 앞세워 크게 실망했다’고 비판을 가한 일이 있다. 그는 또 클린턴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세금만 올리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정면으로 치고 나왔다.

 어떤 사람은 김의원이 언론 다루기에 실패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원로 칼럼니스트이며 퓰리처상을 탄 언론인 스탠리 칸오우씨가 김의원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자 무슨 질문을 하려는가고 꼬치꼬치 따지는 바람에 그만두었다는 말은, 김의원이 워싱턴 사정에 얼마나 어두운가를 말해주는 좋은 보기라는 것이다. 칸오우는, 그가 만나자고 하면 다른 의원은 잠옷바람으로 뛰어나올 정도로 무게있는 기자이기 때문이다.

 하원 초선 의원이 아직 명함도 돌리기 전에 언론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는다면 살아 남을 길이 별로 없다는 것은 워싱턴 정가의 상식처럼 되어 있다. 짐 라이트 하원 의장은 몇해전 선거자금에 흑막이 있는 것으로 보도돼 30년 의정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사건은 김의원 주장대로 해고당한 재정담당 참모의 모함으로 밝혀져 그냥 넘어갈 ‘찻잔속의 태풍’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의 야망의 날개를 꺾어 버릴 질풍노도가 될 것인가. 사건을 지켜보는 재미 한국인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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