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울 서울
  • 김 당 기자 ()
  • 승인 199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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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만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럴 듯하게 들렸던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서울에서 이 말처럼 흔해빠진 말도 찾기 힘들 것이다. 이제 서울과 서울 시민은 만원임을 느끼지 못할만큼 일상의 만원에 길들여졌다고나 할까. 어디를 가건 발길에 채이고 걸리적거리는게 사람일 만큼 서울은 초만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은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을 담고 있는 큰 그릇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가뜩이나 비좁은 서울을 쉼없이 들락거리는 이른바 수도권 인구를 보태면 3분의 1에 육박한다.

 서울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밀도 도시라는 점이다. 면적 6백5㎢에 약 1만8천명꼴이다. 즉 전국 면적의 0.6%밖에 안되는 좁은 땅에 전인구의 24% 이상이 모여 산다. 그 중에서 산이나 강이 차지한 면적(37%)을 제외하면 약 3백80㎢에 1천1백만명(1㎢당 2만9천명)이 거주하는 셈이다. 이를 평으로 환산해 보면 약 1억3천만평이지만 그 중 절반을 차지하는 공공면적, 이를테면 도로 공원 학교 관공서 등을 제외하면 서울 시민은 1인당 6평밖에 안되는 좁은 공간에 산다. 그럴 경우 서울보다 실제 밀도가 높은 도시는 이집트의 카이로 정도이다.

서울은 성취도가 가장 높은 도시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로만 몰려든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한 세대 동안 수도 서울의 비만증에 놀란 중앙 부처 관료와 학자 들이 만든 수많은 분석틀이 있었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권력과 부’의 집중 현상이다. 서울에 가야 권력과 돈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고, 그 돈을 쓸 수 있는 곳도 서울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는 ‘기회의 집중’이기도하다. 서울 공화국의 특별 시민과 대한민국 보통 국민이 서로 상대방을 보는 이중 잣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방 대학 교수들은 서울 집중을 나무라면서도 서울에 못올라와 안달이고, 그런 점은 판·검사나 회사원이나 마찬가지이다. 또 본디는 보통 국민이었을 서울 시민 태반은 서울에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면서도 서울을 뜨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어쩌다 떠밀려 가더라도 대개는 몸만 간다. 국회의원들도 지역구는 서울이다. 이처럼 어려운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또는 자기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로 서울은 늘 초만원이다.

 사람말고 또 무엇이 얼마만큼 몰려 있고, 그로 인해 누리게 된 서울의 지위가 어느 수준인지는 경제 지표에서 잘 드러난다. 우선 국민총생산(GNP)의 3분의 1 가량이 서울에 몰려 있다. 그동안 수도권 공장 이전책을 지속적으로 펼쳤지만 서울에 있는 광업 및 제조업체(5인 이상) 수는 90년 기준으로 서울 인구 집중도(24.9%)와 정확히 일치한다. 은행 예금 및 대출금 집중도는 절반을 넘으니 한국 돈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서 돌아다닌다. 그 돈을 붙잡을 기회가 많은 곳 또한 서울이어서 종합소득세의 56%가 서울에서 걷힌다. 법인세는 그보다 높은 70%이니 서울에는 돈 많은 개인도 많지만, 공장은 지방에 두더라도 본사만은 서울에 두는 기업이 여전히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요약하면 인구의 4분의1이 사는 서울에 부의 2분의 1이 모여 있다.

 그렇다고 오늘의 서울 사람들이 돈만을 좇아서 온 것은 아니다. 배부른 연후에 문화가 생기는 측면도 있겠지만 어쨌건 지표로 본 서울의 문화·교육 집중력은 경제력을 앞선다. 중앙 정부의 수도권 대학 입학정원 억제책 및 지방 대학 육성 지원책의 영향으로 4년제 대학 재학생 수는 30%를 밑도나, 대학원 재학생 수는 그 곱절 이상으로 늘어난다. 교육의 질을 계량화한다면 집중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를테면 서울에 명문 사학이 죄다 몰린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지금의 ‘서울 대학’은 국립 서울대학교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대학’을 지칭한다는 표현이 흔한 말이 된 데서 질적 집중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서울 대학’들 또한 전국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꾀는 유인임에 틀림없다.

 서울의 문화 집중력은 출판물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한 해 동안 발간된 출판물의 발행 종수 및 부수를 통틀어 95% 가량이 서울의 몫이었다. 영화 <서편제>에 몰린 80만 인파 또한 서울의 문화적 힘과 무관하지 않다. 각종 연주회나 전시회 횟수 및 관중동원력 등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은 문화시설 이용, 문화적 분위기 및 지식인 접촉, 정보 접촉 등 문화 혜택을 누릴 기회의 90% 이상이 집중돼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양은 ‘특별시’…질은 ‘보통시’
 서울은 또 이른바 성취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세속적 성공을 보장하는 기회의 도시라는 측면말고도 도시로서 갖추어야 할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다. 도시가 성취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들을 톺아보다라도 상·하수도 보급률, 도로율, 도로 포장률 등과 도서관 장서율, 또한 1천명당 병원 병상 수에서 거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주택보급률만은 예외이다. 주택을 소유가 아니라 이용률을 기준해서 보자면, 또 서울의 웬만한 전세값이 여느 도시의 집값보다 높은 실정임을 감안한다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결코 낮지 않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또 통계에는 잘 잡히지 않으나 지난 20년간 서울시와 끊임없는 긴장 관계를 유지해 온 이른바 달동네의 허름한 무허가 건물 권리금이 수천만원에 거래되는 곳이 서울이다.

 국내 5개 직할시와 서울시를 비교한 도시 주요지표(90년 현재)를 보면 서울의 지위는 더 분명하다. 인구로 보더라도 서울특별시 인구는 5개 직할시 인구를 합친 것보다 60만명쯤 더 많다. 또 수도권 공장의 지방 이전이 추진되었지만 제2차 산업(제조업 및 광업) 사업체 수에서 서울은 1만7천여개로 5대 도시사업체를 합친 것보다 4백여개 더 많다. 그리고 대도시 일반회계 예산 규모를 보면 서울시의 그것이 5대 도시를 합친 것(5조원)과 비슷하나, 시세의 경우 2조1천억으로 5대 도시 세수를 합친 것보다 5천억원이나 더 많다. 이상 세가지 지표만 보더라도 서울의 지위는 기형적일 만큼 거대함을 알 수 있다.

 눈을 밖으로 돌리더라도 서울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도시로서, 세계의 교역과 정보 흐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한국의 대표선수로서 손색이 없다. 우선 인구 규모에서 서울은 지구상에서 1천만 이상을 담고 있는 거대 도시 12개 가운데 10번째(90년 기준)이다. 또 워싱턴 도쿄 베를린 모스크바 북경 등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해 볼 때 행정 수도라는 법률적 지위를 넘어서 서울만큼 힘·돈·기회·정보·문화 등 거의 모든 사회적 가치들의 수도가 돼 있는 곳도 없다. 물론 그렇다고 이같은 특별한 지위가 시민들의 만족도나 행복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인구위기위원회(PPC)의 ‘세계 1백개 대도시 생활보고서’(90년)는 서울이 양적인 지위와는 동떨어진 ‘보통시’임을 나타내 주고 있다. 공공의 안전도, 엥겔계수, 생활 공간 환경의 질, 주거 조건, 공중보건지수 등 10개 분야에 걸쳐 평점을 매긴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58점을 받아 46위를 기록했다. 서울이 받은 평점은 네 등급 가운데 세번째 등급(‘보통’)으로, 서울과 경제생활 규모가 비슷하지만 두번째 등급(‘좋다’)을 받은 싱가포르(79점)나 타이베이(69점) 홍콩(67점)에 견주어 상당히 뒤지고 있다. 특히 각 분야 10점 만점의 평가에서 서울은 인구 10만명당 살인율로 기준한 공공의 안전도와 물·전기의 편의성으로 본 주거조선에서만 10점을 받았을 뿐 생활공간·대기오염·소음 등 환경 관련 분야에서 모두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조사한 대기오염도로 보면 서울은 89년의 3위에서 최근 멕시코시티에 이어 2위(92년말 발표)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항상 ‘정상’을 가리키는 서울시의 대기오염 전광판과는 달리 대기오염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고산지대의 분지에 놓인 멕시코시티가 받은 지형적 영향을 감안하면 사실상 서울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라고 지적한다. 서울시 통계담당관실에서 작성한 세계 도시 주요지표에는 삶의 질을 드러내 주는 환경지표가 들어 있지 않지만, 각종 여론조사는 물론이고 수돗물에 대한 불신감과 비례하는 생수 판매량 증가와 약수터의 장사진 같은 일상화된 시민생활 속에는 이미 서울에 대한 위기의식이 넘치고 있다. 이같은 위기의식은 이제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

 고통 분담은 맨 먼저 교통에서 시작되고 있다. 서울시의 교통 기능은 이미 그 본질적 기능인 신속성·편리성·안전성의 3요소 중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도심 출퇴근 때 평균 주행속도는 22.5km(92년 12월). 이같은 교통난은 질서 문란과 의식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회는 첨단화하는데 도시 생활의 오차는 더 커져 정확한 약속 시간을 정할 수 없는 사회로 가는 것이다. 당장 심각한 문제는 유류 소모, 시간 비용 증가 및 사고발생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교통개발연구원이 조사한 서울시의 교통체증에 따른 경제적 손실 비용(92년)은 3조원이 넘는다. 이 추산대로라면 2001년 그 손실 비용이 서울시 예산의 두배인 10조원을 넘는다. 이제 서울 시민은 전에 겪지 못한 물류비용의 증가로 인한 고물가 시대를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해결 과제는 교통·환경·주택 문제 順
 92년 12월 현재 △대중교통 62.6%(시내버스 41.4%, 도시철도 21.2%) △택시 12.6% △기타 24.8%(이 중 자가용 승용차 14.1%)라는 서울시내 운송부담률에 비추어 가진 자에 대한 고통 분담 강요는 예정된 것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시정개혁 추진방향에 관한 여론조사’를 토대로 김대통령에게 시정개혁 방향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이 점을 분명히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코리아 리서치센터에서 20세 이상의 서울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서울 시민들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로 △교통난(62.9%) △환경 문제(17.2%) △주택 문제(7.1%)를 꼽았다.

 이 여론조사 결과를 분야별로 인용하자면, 서울 시민은 △1차적 당면 과제인 교통 문제 해결 방안으로 승용차 이용 억제 35.4%, 도로 확장 및 신설 15.4%, 지하철 건설 10.2% 등을 △환경 문제의 심각성으로는 대기 오염 54.9%, 쓰레기 오염 18.4%, 수돗물 오염 16.3%(한강 오염 8.1% 제외)를 △주택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서민 주택 건설 28.0%, 주택 가격·임대료 안정 11.7%, 부동산투기 금지 9.5% 등을 꼽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가 부정기적으로 실시해온 ‘시정일반에 대한 시민여론조사’(89, 91년) 결과에 비추면 놀랄 만한 변화이다. 예를 들어 89년 조사에서 교통난 해결 방안의 우선 순위를 차지했던 지하철 건설 38.0%, 도로 확장 및 신설 37.5%, 주차 시설 확충 23.8% 등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개인의 권리 억제를 요구하는 승용차 이용 억제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서울 시민의 이같은 개혁적 선택은 제아무리 지하철을 늘리고 도로와 주차장을 넓혀도 현재의 추세(87~91년 연평균 24.4% 증가)대로 서울의 승용차 수가 늘어나는 한 교통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체험적 결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문민 시대에 맞게’ 이같은 시민여론을 바탕으로 가진 자에게 더 강력한 고통 분담을 요구할 것이다. 예컨대 교통 문제 해결책으로 차량통행 금지지역 확대, 도심·부도심 지역 부제 의무화말고도 정액제인 자동차세를 폐지하고 자동차 연료에 세금을 부과해 자동차 운행을 많이 한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는 방안(주행세)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이 죽어가고 있다
 도시화에 따르면 필연적인 과제는 주택 문제이다. 지금은 우선 순위에서 3위로 밀려났지만 지난 30여 년간 주택 문제는 서울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였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지난 45년 간의 서울시 인구증가율과 비슷한데도 이른바 도시 성취도 측면에서 거의 유일하게 5개 직할시에 뒤지는 지표이다. 지난 30년 동안 서울시의 역사는 택지개발과 재개발 그리고 무허가 주택 철거투쟁의 역사였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 증가와 부동산 투기(다주택 보유), 가구 세대의 분화(핵가족화) 등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채로 철거민들과의 대결은 지속되고 있다. 강제철거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1백만 서명운동을 펼치는 전국철거민협회는 현재 70만명의 서명을 확보한 채, 서울 신내동·상봉동·월계동 등에서 프로판가스통을 놓고 경찰과 대치중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서울시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걱정되는 분야는 환경 문제이다. 환경지표들에 따르면 서울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 서울에서 채집된 곤충 종수 비교(이경재 교수·92년)에 따르면 50년의 1백3과 5백19종이 90년에는 34과 90종으로 줄었다. 서울 지역 삼림에 출현하는 야생 조류에 관한 연구 결과(김태욱 교수·92년)도 서울에서는 도심에 가까울수록 야생 조류가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남산의 수종 멸종 정도가 두드러진다. 남산의 소나무는 출현 개체 수가 90년 기준으로 지난 4년 동안 75%가 사라졌고, 참나무는 76%가 사라졌다. 이같은 지표들은 눈에 얼른 보이지 않을 뿐 남산 밑 터널 속을 통과하는 인간들도 서서히 사라져갈 것임을 예고해 준다. 불행하게도 새 정부의 신경제 5개년계획은 ‘경제 먼저, 환경 나중’쪽으로 흐르고 있다.

 교통과 주택 그리고 환경 문제말고도 서울이 안은 것은 많다. 지난해 8월 서울 시민의 생활과 의식 구조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서울’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시민들은 2명 중 1명꼴로 회색을 들었다. 별명 가운데도 ‘회색 도시’가 가장 많았다. 당장 서울에서 없어져야 할 것 가운데 다섯번째로 국립중앙박물관을 든 것도 흥미롭다. 서소문 대법원 청사, 서울시 청사, 중앙박물관 등 서울의 회색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3대 회색건물은 이제 모두 사라질 운명이다. 대법원은 서초동으로, 서울시는 장소만 못 정했을 뿐 내년에 서소문 대법원 터와 용산 미8군 부지 그리고 현 청사 자리에 초현대식 건물로 새로 짓는 세가지 방안 중에서 하나를 결정한다. 중앙박물관은 용산 가족공원 이전으로 정해졌다.

‘서울, 새로운 탄생’은 역사적 과업
 박물관 건물 철거는 민족 정기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지극히 바람직한 결정이나 용산 이전 결정은 아쉬운 대목이다. 거기는 부분적으로 서울시(민)의 땅이므로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더구나 그 땅은 서울시에서 금쪽보다 더 귀한 녹지이기도 하다. 현 청사 자리에 신축하기를 희망하는 서울시는 그 이유로 “대법원 터가 간선도로변에서 떨어져 있어 ‘시민의 불편’이 예상되고, 용산 미8군 터는 도심에서 유일하게 보존돼 있는 ‘녹지라는 점’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누가 보아도 시민의 편에 선 결정이었다. 그러나 시민의 편에서 내린 결정도 중앙 정부의 결정 앞에서는 허약하기 짝이 없다. 그런 점에서 서울이 할 일은 완전한 지방자치 실현이고, 그것은 서울시 정부와 중앙 정부 그리고 다른 지역 정부와의 대등한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기도 하다.

 남산 제모습 찾기 사업을 벌여온 서울시는 94년 11월29일 남산 외국인 아파트를 파괴공법으로 해체하는 동시에 남산회복 선언을 할 예정이다. 비로소 서울 600년 기념사업의 주제인 ‘서울, 새로운 탄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차지해 왔던 좋은 자리는 또 있다. 20세기초부터 중국 일본 미국 등 외국 군대의 주둔지로 사용돼 왔던 용산 미군기지는 세기말에 이른 지금까지도 이전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할 일은 이 1백만평을 뉴욕 센트럴파크나 런던 하이드파크 같은 도심 공원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 일은 아마도 역사에 남을 큰 과업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지구상의 도시에는 이미 1백만평 규모의 큰 공원을 만들 공간이 서울의 용산 미군기지 한 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인 과업은 식민과 분단의 상징을 해체하여 자주회복을 이룩하고 통일 뒤의 수도로서 변함없는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거쳐야 할 의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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