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
  • 안희주 (해운산업연구원 원장) ()
  • 승인 199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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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7년부터 90년 상반기까지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은 80% 이상 상승한 반면 생산성 증가는 60%에 그쳤다. 대만과 일본의 경우 88년말 현재 제조업 근로자들의 연간 소득이 1인당 국민총생산액의 1.14배와 1.38배인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무려 1.88배나 된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위축되어 작년에 국제수지는 4년만에 다시 적자로 반전되었으며 금년에도 적자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우리의 수출은 컬러텔레비전, VTR, 퍼스널컴퓨터, 전자레인지 등 아직도 기술노동집약적인 대량조립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 수출상품의 생산기술은 이미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효과 큰 로지스틱스비용 절감
모든 재화는 완제품의 생산과정 이외에도 원자재의 조달은 물론 완제품이 최종사용자에게 도달될 때까지 운송 하역 보관 재고관리 뿐만 아니라 정보 통신 금융 보험 등 수많은 유통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종합화물유통(로지스틱스)이라고 한다. 이것은 최근 국내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物流(물적유통)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재화의 국제경쟁력은 생산과정에서 필요한 자본 노동 기술 등 생산요소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직접적인 생산요소들에 못지 않게 상품이 가격과 질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로지스틱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진 각국은 로지스틱스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새로운 附加價値源 혹은 ‘제3의 利潤源’이라 말하고 이에 대한 요구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우리 기업과‘ 정부는 아직도 본격적인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은행의 한 보고서는 유럽공동체(EC)의 경우 공산품 총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로지스틱스 비용의 비중이 무려 15~30%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미루어 볼 때 대외 의존적인 우리 경제의 경우 이 비중이 적어도 2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상품수출의 경우 로지스틱스 비용을 5%만 절감한다 해도 연간 6억3천만달러의 원가절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다 가격인하로 인한 수출신장 효과까지를 감안한다면 로지스틱스 비용 절감에 의한 수출 및 이윤의 증대, 기리고 국제수지의 개선효과는 실로 막대한 것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국제경쟁력 강화의 과제는 기술인력 양성과 기술개발을 통해 가능한 것이나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반하여 로지스틱스는 비교적 적은 투자와 노력만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생산성 향상요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기업과 정부는 아직도 미개척분야인 로지스틱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무엇보다도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로지스틱스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고 실천의지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종합화물유통은 수많은 관련부서와의 긴밀한 협조관계가 필요하므로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력이 요구된다.

사회간접자본 확충돼야
둘째, 로지스틱스에 관련된 모든 활동을 계획ㆍ통제ㆍ평가하는 독립된 조직의 신설이 필수적이다. 즉 이 독립된 조직에는 화물유통과 직접 관련되는 제반활동 뿐만 아니라 생산부문에 속해 있는 제품의 생산계획, 공장입지의 선정, 원자재의 구매 그리고 마케팅부문에 속해있는 시장조사, 판매관리 기능까지 로지스틱스에 포함시켜 집중관리해야 하며, 이는 최근 가장 성공적인 선진국 기업의 경향이다.

셋째, 로지스틱스는 화물유통과 관련된 많은 기능이 복합적으로 연계된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로지스틱스는 기업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능한 전문인력의 양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정보통신과 정보통신의 원활한 활용을 위한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개발이다. 즉 로지스틱스는 화물이 흐름과 관련된 갖가지 활동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지므로 컴퓨터를 활용한 자료의 수집, 분석, 분배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 로지스틱스의 성패는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운영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으로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즉 사회간접자본인 도로, 철도, 항만, 화물이 분배센터 등 공공시설의 확충은 물론 화물유통과 관련된 각종 정부규제와 지원제도의 개선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잎으로는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현상이 재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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