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리 발언 초록 정계진출 생각 추호도 없다
  • 편집국 ()
  • 승인 199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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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막을 장치없이 내각제하면 난장판

■총리로서의 자질 : 저같은 사람이 적격이냐 하는 데 대해서도 의문도 있고 부담도 있습니다. 사실 그대로 행정경험은 없습니다. 그러나 청와대2년의 경험이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고 한다면 총리로서 행정을 지휘할 수 있는 정도의 경험은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문세계에 있을 때와 정부에 들어와 있을 때 사이에 사고의 충격을 느낀 일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화자찬인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현실과 밀접한 정치학을 하려고 노력해왔던 덕택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지금도 총리 자리가 높은 자리라고 생각 안합니다. 죽을 고생을 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들고, 팔자소관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한번 해보십시오, 해보고 싶은 사람은. 보통 힘든 자리가 아닙니다. 지금 이 시기에 행정부에서 일한다고 하는 것은 정신 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정말로 형극의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다.

■개헌 특수임무 : 갑자기 총리가 됐는데 특수임무를 맡았느냐, 저는 뭐 갑자기라고 생각  안합니다. (대통령의) 5년 인기 동안 2년 훈련받았으면 웬만큼 된 것으로서 갑작스런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특수임무를 맡았느냐, 그런 것 없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아마 학자 출신이고 해서 별로 욕심이 없어 보이니까 행정에 대해서 좀 사심없이 운영해달라는 부탁은 있었습니다. 그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이 이게 내각이냐, 내각의 내각이냐, 모를 경우가 생기고 아주 불편합니다. 그런 일이 하도 많이 일어나고 해서 제가 비서실장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에, 총리로 오리라고는 예상도 못했던 시점이었습니다만, 대통령께 올라가서 대통령비서실이 이게 소내각 같습니다, 옥상옥처럼 됐는데 이래 가지고는 청와대도 일을 못하겠고 내각도 제 기능을 할 수 없으니 이에 대해서는 어떤 조처를 취해야되겠습니다는 보고를 드렸던 것이 제가 총리로 지명받기 전 마지막 보고사항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러면 네가 가서 한번 해봐라”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 내각제 : 어쩌다 보니까 내각제는 독재제처럼 이미지가 돼버렸습니다. 내각제가 독재제라고 이해를 한다면 아마 세계가 웃을 겁니다. 우리의 독특한 정치구조, 현실이 있어서 논란이 있는데 이제는 정치계에서 우리 현실을 감안해서 논의를 해볼 수 있으면 하는 것이지 이게 억지로 밀어붙여지는 그런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언제 내각제를 논의조차 해본 일이 있습니까. 아가 이런 비슷한 문제(수서사건 등)가 터질 가능성이 많다고 했는데 그런 것이 터지지 않아야 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기 전에 내각제 해보십시오. 난장판 납니다. 난장판 나요. 제가 내각제를 추진하기 위해서 임무를 받고 온 것 아니냐, 총리가 뭘 어떻게 그걸 추진한다는 것입니까. 제가 정치세력을 가지고 있습니까, 뭘 가지고 있습니까. 저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로 생각합니다.

■세대교체 : 젊은 총리가 들어왔다, 이건 지금 정치계에 선두주자들을 바꾸려고 하는 것 아니냐, 물갈이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 이게 아마 처음에는 조금 있었습니다. 요새 잠잠해져서 그 얘긴 없는 줄 알았더니 지금 또 물으시네. 보기는 나이보다 좀 어리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젊지도 않습니다. 쉰이 넘었는데  젊은 총립니까. 영국 총리는 마흔여섯살입니다. 그리고 우리 옛날 총리 보면 삼십대에 한 사람도 있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정치를 못한다는 것은 또 어디 있습니까. 또 젊다고 해서 정치를 잘한다. 이런 법도 없는 겁니다. 시대의 세에 따라서 정치주인이라고 하는 것은 자연히 맡겨지게끔 돼있습니다. 제 아무리 독재체제라고 해서 눌러보아도 어린애가 자라는 걸 막을 순 없습니다. 시대에 따라서 사회를 움직이는 세가 마련되는 겁니다. 그건 자연적으로 등장하게끔 돼있습니다. 그래서 세대교체다, 뭐다 하는 것은 오늘날 정치권에 대해서 국민들이 실망이 크고, 도 요새 정치는 쇼적인 데가 있어서 쇼를 보는 사람들은 같은 배구만 자구 나오면 싫증을 느낍니다. 자꾸 새로운 배우가 나와야 좋아하는 면도 있고 해서 그런 논의가 있는 모양인데 이것은 자연적인 역사 진행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강성내각 : 현재 내각이 강성이냐 연성이냐 하고 글로 써 명명을 하는 것 같고, 총리가 공안파에 꼈다가 빠졌다가 해요. 검사 출신이 아니라서 넣기도 뭐하고 도 안 넣기도 뭐한 것 같은데…, 이건 언론에서 언론적인 표현으로 만든 것이고 공안파다 뭐다 하는 것은 없습니다. 강성이고 연성이고 하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모든 것을 힘 있는 데까지 정상으로 되돌려놓겠다 하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하도 굴절된 것을 정상으로 되돌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강성으로 보이는 일도 있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왜 정부가 강하게 안하느냐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강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권위주의 체제가 아니면 안되는, 권위주의 체제로 귀착되는 강성이라면 이건 저부터 당연히 배제할 것입니다.

■정계진출 : 정계진출 생각은 추호도 없고 다시 본업인 학문세계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업무스타일 : 작은 지시도 하고 큰 지시도 합니다. 공무원 사회도 의식의 전환이 안돼 큰일입니다. 지난번 서울에 눈이 많이 왔을 때 지시를 내려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또 눈이 많이 와 전에 지시내린 것도 있고 해서 그냥 있었더니 당장 문제가 났습니다. 이런 형국입니다. 폼 재고 척 앉아 있을 시기가 아닙니다. 또 제가 이상적인 지시를 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 말을 하는 그 사람이 이상적입니다.

■지도층 도덕성 : 수서사건 등 최근의 사건들은 개개인이 나빠서라기 보다는 현재 우리가 처하고 있는 전환기의 구조적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중적인 질서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거의 반세기 동안 지속돼온 권위주의 질서와 그것에 물든 사고와 체질이고 또 하나는 이제 겨우 3년밖에 안되는 민주사회 질서인데 이 두 개가 지금 만만찮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6공은 과거 권위주의 질서를 청산해야 되는 부담을 한몸에 다 받고 있습니다. 제 걱정은 민주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근래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 더욱 빈번하게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과거 같으면 한 정당에 의한, 하나의 집중된 정치권력에 의한 통치였기 때문에 한 군데만 뚫으면 됐습니다. 그러나 민주정치가 되면 야당도 뚫어야 하고 언론도 뚫어야 합니다. 그래서 민주정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것보다도 더 큰 어려움을 겪어야 될지도 모릅니다.

■수서비리 : 이 사건이 2월3일 신문에 났는데 저는 2월1일 이게 터지는 걸 미리 알았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께 보고하는 끝에 이걸 보고하니까 대통령께서 “수서가 뭐지?”하고 묻습니다. 그래서 보고 후에 해당되는 수석에게 얘기하니까 또 “수서가 뭡니까?” 하고 묻습니다. 정부내에서 이걸 가장 먼저 안 사람이 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이게 대해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그래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도 없습니다. 미리 알려졌다면 이런 일 안 일어났을 겁니다. 민원처리는 비서실장에게 보고가 안됩니다.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질서의 이원구조는 바로 여기에도 해당됩니다. 청와대나 의원이나 이 사건에 개입된 자는 기존의 권력구조를 이용한 것입니다. 한보도 세상이 변한 줄 모르고 덤벼든 것입니다. 이제는 이런 것이 먹혀 들어가지가 않습니다. 지금 여러 국민들이 의식도 많이 있고 해서 웬만한 벼슬아치 하는 친구들 또는 힘깨나 쓰는 친구들 다 해먹었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못합니다. 지금이 어느 사회입니까. 그런 짓을 해가지고 견뎌낼 수 있는 그런 체제가 아닙니다. 모든 것은 다 알게 돼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생각하는 수서사건은 그 사건 자체보다도 앞으로 해나가야 될 개혁의 사인을 더 크게 저한테 던져주고 있습니다. 은행장들 이번부터는 한번밖에 못하게 돼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어놓았습니다. 현행 헌법에서 정치권력이 5년인데 은행장들 6년 해보십시오. 그거 결탁 안되고 못견딥니다.

■촌지와 뇌물 : 현재까지 보면 사실 확인과 법적 평가를 통해서 언론에 대해서는 수사발동 사안이 아니라는 보고를 저는 듣고 있습니다. 언론계는 모르겠습니다, 일이 얼마나 어떻게 됐는지. 돈 2천만원을 줬다 하는 것은 검찰에서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2천만원을 산술평균으로 나누면 (1인당)10~20만원씩 받아갔다는 결론이 됩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사람과 사람간에 인정이 있어서 왔다고 하는 그런 돈 또는 촌지라는 것과 뇌물이라는 것과 아직까지 분명히 구별이 안돼 있는, 과거에는 또 구분해야 될 필요도 없는 이런 체제였습니다. 이제는 이것을 구분해서 나가야 하고 혹시 만에 하나라도 언론이 부정에 개입했다, 언론이 이번 일에 조금이라고 연계가 되는 일이 있었다 하면 언론 자체에서 자율적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식으로 해나가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자제 분리 선거 : 지자제 문제는 수서 문제와는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이건 벌써 수서 이전에 결정이 되의 됐던 겁니다. 민주화의 과정에서 전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건 실현이 돼야 할 겁니다. 또 여야 합의에 의해서도 6월 전까지는 지자제를 하게끔 돼있습니다. 분리냐 동시냐 하는 문제는 있지만 지자제를 실시하겠다고 하는데, 민주화로 나가겠다고 하는데, 이를 반대할 것 같으면 말이 안됩니다. 다시 말하면 투표권자들이 돈을 요구하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네. 돈 안 스는 선거 같으면 그게 경제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국회의원이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사회 전반, 국민 전반의 수준만큼 가는 게 정치입니다.

■가치독립 : 권력만 쥐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길이 트인 데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느 단계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지독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하나 남아 있는 게 있습니다. 이게 정치계입니다. 전과자도 운수가 좋아서 갑자기 당선만 되면 명사가 돼버립니다. 그리고 돈도 생기고 명예도 생기고 이런 식으로 돼나가는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이 한국 사회에 영향을 가장 크게 끼치고 있는 부분입니다.

■혁명적 전환기 : 우리 사회가 대전환을 겪다보니까, 대전환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혁명적인 전환입니다. 역사가들이 후에 볼 때는 혁명적인 전환이라고 할 것이 틀림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혁명적인 전환기에 모든 것이 기준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전환기적 혼란이 오는 것입니다. 새로운 기준과 새로운 의식을 가져서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가질 때까지 정부는 참고 나가야 됩니다. 정부나 사회가 개혁해나갈 것은 해나가면서 나쁜 고기가 헤엄칠 수 있는 물은 없애야 되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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