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춘투 앞두고 ‘머리싸움’ 치열
  • 김방희 기자 ()
  • 승인 1991.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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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경영권 놓고 논리 공방 … “경영자의 고유 권한” 주장에 “단결권 침해”로 맞서

 인사.경영권은 경영자의 고유한 권한인가. 올해 큰 사업장에서 벌어진 파업의 불씨는 대부분 근로자의 인사?경영권 참여와 관련된 사항이다. 이 때문에 지난 2월19일 경제6단체장은 인사?경영권 수호를 위해 공동대처하겠다는 내용의 선언을 했다. 노사의 견해차를 잘 보여준다.
 
경제단체협의회(경단협.회장 李東燦)는 단체협약체결지침에서 “현행 노동조합법상 노조활동의 근본 목적이 근로조건 개선에 있는 만큼 경영 및 인적 사항은 강제적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인사?경영권은 헌법 23조가 보장하는 재산권으로부터 파생된 경영자의 고유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노총.위원장 朴鐘根)은 3월초 발행한 임금투쟁 관련자료집 ≪임금억제 주장 바로 알자≫라는 책자를 통해 “현행 노동관계법이 단체교섭의 대상을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 않으며, 근로자들이 자기방어적 목적으로 제기하는 징계위원회의 노사 동수구성이나 일방적 휴?폐업 정지 요구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인사경영권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인사경영원을 운운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양쪽 모두 헌법을 ‘자기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사용자단체 공세에 밀리는 노동단체
 춘투라는 실력대결을 앞두고 노사 단체간 논리대결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공방의 시작은 89년 12월23일 경총을 비롯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공회의소 무역협회 등 경제 6단체가 경단협을 발족하면서였다. 노사분규에 대한 사용자쪽의 공동대책기구라는 성격을 띠고 출범한 경단협의 임무는 근로자단체와의 협의 및 사용자 대표기구의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고급인력 20여명으로 구성된 경총의 조사부가 근로자의 주장에 대응하는 논리를 개발하는 경총의 정책실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90년 한해 동안 경단협이 힘주어 외친 것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한자리수 임금인상’이었다. 경단협은 작년 3월말 ≪무노동 무임금에 관하여≫라는 책자 8천여부를 배포하는가 하면, 5월에는 단체협상 지침서를 통해 노총의 최저생계비 모형의 이론적 결함을 지적하면서 근로자들의 두자리수 임금인상 요구를 공박했다. 이 단체는 “일하지 않으면 임금도 없고, 먹지도 말라”는 상식과 이 관행이 정착돼 있는 외국의 예를 무노동 무임금의 근거로 들었다. 경단협은 노총이 가지고 있는 최저생계비 모형은 구식이고, 이론적으로 틀린 부분도 있어 최저생계비가 너무 높게 책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단협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된 사업장이 전체의 65%를 넘어섰고 실질임금 인상률도 9%선에서 머물러 경단협의 목표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평했다. 경단협의 이러한 ‘자신감’은 작년 한해 동안 노동단체가 경단협의 논리공세 앞에 무력했다는 것을 얘기한다. 노총정책연구실 李正植(30) 연구원은 사용자단체의 선제공격적 논리개발과 홍보에 대해 노동계의 대응이 미온적이었음을 인정하면서 “그들의 활동은 노동단체가 정책활동을 강화하는 자극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경단협의 표적이던 노총은 최근 76년에 작성한 최저생계비 모형을 폐기하고, 숭실대학 ‘한국노사관계연구소’에 의뢰해 새로운 모형을 만들었다. 또 올해 벌어진 임금투쟁의 자료집을 통해 무노동 무임금을 비롯한 경단협의 입장을 통틀어 비판하고 있다. 노총은 중앙교육원에서 연중 실시하는 교육 이외에도 지역?업종별로 문제에 따라 실시하는 지역순회교육도 강화했다. 10여명으로 구성된 정책연구실은 근로자와 국민을 상대로 한 설득력 있는 논리와 정책의 개발?홍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전노협은 조직의 생존에 몰두하느라 대응논리 개발에 미흡했다. 그러나 공청회 세미나 등을 통해 주택문제와 임금인상이 물가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나름대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또 1명이던 정책실 인원을 3명으로 늘렀으며, “유연하면서도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조직”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경총 金榮培(36) 조사부장은 이런 현상을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단협이 논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노동계가 논리적인 체계와 신축성을 가지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협상에 임하게 되었다”면서 “외국의 경우도 실력대결 이전의 논리싸움이 분쟁을 조정하고 냉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노동단체에서는 한결같이 “경영자들의 공격이 조직적으로 강화됐다는 점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쪽의 시각은 이처럼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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