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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로 ‘오염’ 판별

일반인도 들깻잎·곰솔로 대기상태 종합평가 가능

고명선 기자 ㅣ 승인 1991.04.18(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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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 공원에 있는 바위는 마치 닦아낸 과일처럼 깨끗하다. 그러나 관악산 중턱에만 가도 이끼의 ‘옷’을 입은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이끼는 대기오염의 주범인 아황산가스가 0.03PPM 이하인 곳에서만 자랄 수 있다.

 낙동강 페놀오염사건 이후 환경오염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알쏭달쏭한 영어약자들이나 기준치, 각종 환경오염 전문용어는 암호문자와 같아서 일반인들의 불안감만 가중시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오염도를 쉽게 알아볼 수는 없을까. 환경문제에 일찍 눈을 뜬 선진국에서는 일반인들이 환경오염을 알아보기 위한 ‘생물지표’로 각종 식물이나 곤충을 활용하고 있다. 6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나팔꽃이, 미국에서는 알팔파가, 네덜란드에서는 튤립이 환경오염지표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생물지표의 최대 장점은 복합오염에 대한 종합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리·화학적인 오염측정 방법은 그 평가가 특정 오염요소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다. 국립환경연구원 裵貞伍 환경생물연구담당관은 대기오염을 알아볼 수 있는 생물지표로 들깻잎과 곰솔을 든다. 생물지표의 요건인 이동성이 없고, 분포지역이 넓고, 오염피해가 잘 나타나야 한다는 세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는 것이다.

 1년 이내의 오염물질 판독에 쓰이는 단기용 생물지표는 들깻잎이다. 대기오염의 주범인 아황산가스(SO₂)가 닿으면 접촉부위의 세포가 파괴되어 갈색으로 변한다. 특히 바람 부는 방향으로, 즉 아황산이 흐르는 방향으로만 피해가 나타나므로 오염도 및 그 지역 대기오염의 발원지를 찾아낼 수 있다. 일반인으로서는 들깻잎의 변색 정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좀더 복잡한 판단의 과정을 밟는다. 우선 들깻잎은 줄기 밑에서부터 잎이 3층 이상 돋아난 것으로 택해 잎의 마른 정도, 변색 여부, 잎에 나타난 반점의 색깔 등 8가지의 피해상태를 조사한다. 이 결과를 토대로 전체 잎에 대한 피해 잎의 비율에 피해부분의 면적비율을 곱해 피해점수를 산출한다. 이 피해점수를 6단계로 나눠 0.1(20% 이하), 2(21~40%), 3(41~60%), 4(61~80%), 5(81%이상) 등으로 환산한다. 배연구관은 “조사지역의 지형도를 구해 지도 위에서 같은 피해점수값끼리 이으면 피해의 분포를 나타내는 等被害度 곡선을 그릴 수 있어 오염발생원 및 피해범위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들깻잎이 봄과 여름에만 자라므로 사철내내 환경감시기능을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반면 곰솔은 1~5년 이내의 조사가 가능한 중기지표이다. 海松이라고도 불리는 곰솔은 공단지역에 많이 심어져 있다. 잎과 가지가 얼마나 생생한지를 중심으로 조사한다. 겨울이 자나 봄에 새로 튼 싹(맹아)에서 가지가 나오고 그 가지에 솔잎이 달린다. 이 싹이 누렇게 변색하지 않는가. 또 제대로 자라는가를 보아 대기오염 정도를 일반인들도 알아볼 수 있다. 좀더 전문적으로는 맹아흔적을 중심으로 최근 3년간의 가지 길이를 재고, 잎의 변색과 위축 정도, 낙엽률 등을 각각 사안에 따라 4~5단계로 나눠 점수를 매긴 뒤 합계를 낸다. 자연적인 상태에 있는 나무를 10개 정도 골라 산술평균을 내야 한다. 이러한 피해점수만 가지고 현재의 환경오염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는 없으나 오염발생 원인 공장과 주민 사이에 마찰이 생길 경우 ‘증인’으로 채택,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물고기를 이용해 수질의 오염도를 판별할 수도 있다. 물은 흘러가 버려도 물속에 살고 있는 생물들은 비교적 장기간에 걸친 오염의 영향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원로생물학자 崔基哲(서울대 명예교수)씨는 “물고기가 살지 못하면 사람도 살 수 없다”고 말한다. 30여년간 민물고기를 연구해온 그는 최근 《민물고기를 찾아서》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는데,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간이수질판정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는 물을 4등급으로 나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 계곡에서 볼 수 있는, 바닥에 가라앉은 모래알을 셀 정도로 맑은 1급수에는 버들치(흔히 ‘중태기’라고 부른다)가 많으며 바닥의 돌을 들면 하루살이 애벌레가 우글거린다. 1급수에는 열목어·금강모치도 산다. 2급수의 물은 비교적 맑으며 냄새가 없다. 피라미·갈겨니가 산다. 낚시꾼들이 찾아가는 황갈색의 탁한 물은 3급수에 해당된다. 붕어·미꾸라지·뱀장어·메기 등 비교적 수질오염에 내성이 강한 물고기들이 산다. 4급수는 악취가 풍기는 썩은 물이다. 농업·공업용수로도 이용할 수 없는데 여기에선 실지렁이만 겨우 살 수 있다.

 尹一炳 교수(고려대·생물학)는 이러한 급수판정은 일반인들이 수질을 판별하는 잣대로 쓰일 수 있으나 유기물의 차이에 따른 분류이므로 독성물질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 흠이라고 지적한다. 독성성분은 육안으로는 판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교수는 “어떠한 급수의 물이든지 독성물질이 들어가면 거의 모든 물고기가 죽는다”면서 유럽의 슬라데세크 박사가 독성성분을 포함, 13개 등급으로 분류한 경우가 있긴 하나 이는 전문가용 분류법이라고 말한다.

토양오염 생물지표는 없어
 페놀오염이 사회문제화될 수 있었던 것은 심한 악취가 나 일반인들이 수돗물에 이물질이 섞여 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색무취한 중금속은 토양에 스며들어 음식물을 통해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배출되지 않고 차곡차곡 쌓인다. 중금속오염은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토양속에 함유된 납은 정신지체아를 만드는 원인도 된다. 경북대 의대 김두희교수팀(예방의학교실)은 지난해 정신지체아의 머리카락 속 납 함량이 정상아동보다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토양오염에 관해 개발된 ‘생물지표’는 아직 없다.

 서울대 의대 김건열 교수(내과)는 “대기오염의 경우 급성일 때는 눈이 따갑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지만 만성인 경우에는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염물은 체내에 누적되면 폐암을 비롯한 각종 암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게 의학계의 공동의견이라고 전한다. 공해추방운동연합 崔冽 의장은 “여러 오염지역을 답사해본 결과 장시간 오염에 노출된 사람이 오염불감증에 걸린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다”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전국민이 환경감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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