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전면 재조정해야
  • 장성원(동아일보 논설위원) ()
  • 승인 1991.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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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일관된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지 못한 채 방황해왔다. 최고통치권자인 대통령의 경제운용에 관한 확고한 신념이나, 흔히 말하는 철학이 없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3공은 숱한 부작용과 반작용에도 불구하고 성장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해 세계가 괄목하는 고도성장을 성취했다. 5공은 안정에 치중, 쿠데타 독재정권의 정치적 횡포와는 별도로 그런대로 안정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통치권자들이 성장과 안정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결과이다.

 6공은 국제수지 흑자 등 유리한 경제적 여건 위에서 출범했으나 정책운용의 失機와 난조, 방황으로 물가는 폭등하고 국제수지 적자는 급증하고 빈부격차는 확대돼 경제는 불안과 위기국면으로 계속 빠져들고 있는 실정이다.

 6공 들어서 趙淳 부총리팀은 균형과 공평분배 문제에 중점을 두어 계층간·산업간·지역간·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를 완화하려는 시책을 폈다. 이같은 경제운용을 일관되게 지속했고 또 계속했다면 상당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3당 합당으로 거대여당이 들어서면서 정책기조는 크게 바뀌고 말았다. 안정과 균형에서 성장과 대기업 위주로 급선회했다. 금융실명제 추진이 중단되고 토지공개념 시책 등이 크게 후퇴했다. 정책의 급선회로 국민경제의 혼란이 심각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경제·사회정책 실패로 ‘위기시국’ 더욱 악화
 姜慶大군 치사사건으로 야기된 위기시국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바로 6공의 경제·사회정책 실패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군 치사사건의 파문이 특히 저소득층의 심상찮은 저항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물가 및 주택가격 폭등으로 쌓인 ‘대정부 불만’이 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다.

 부동산정책의 공전과 혼돈은 저소득층의 좌절감을 증폭시킨 최대의 요인이 되었다. 작년 이맘때는 전세 사글세 폭등으로 세입자가 자살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고 수선을 떨어왔으나 부동산 및 주택가격은 진정되지 않고 서민의 내 집 마련 꿈은 환상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 87년 이후 근로자의 명목임금상승률은 연 평균 10.1~21.1%, 도시근로자 가구의 평균소득증가율은 16.8~24.5%로 매년 두 자리 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89년에는 도시근로자의 평균소득증가율이 34.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명목상의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월세 및 물가 폭등으로 인한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나 기업경영자 측은 한국의 임금이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높다고 말하고 있으나 한 일본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제조업 부문 평균 월수입은 미국달러 기준으로 한국 8백4달러, 대만 8백25달러, 싱가포르 8백61달러, 홍콩 6백74달러로 홍콩보다는 높으나 대만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여전히 처지는 형편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28세 가구주가 자신의 봉급만으로 서울에서 20평 짜리 아파트를 마련하는 데 32년이라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는 試算이 발표됐다. 무주택자가 가족의 단란한 생활을 담을 수 있는 자기 주거를 장만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다.

통치권자의 ‘결단’ 필요하다
 이같은 富의 불균형적 구조로 우리 사회 저변에 불만과 갈등이 확산, 누적돼왔음은 물론이다. 현 시국의 혼란과 불안을 해소하고 수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경제개혁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재벌 위주의 성장정책을 포기하고 자산 보유자와 근로소득자간의 조세부담 불공평을 시정해야 하며 근로자의 주거안정과 실질소득보장 등을 위한 전면적인 개혁방안 등을 수립해야 한다.

 총리의 경질과 일부 개각만으로는 현 시국의 혼돈이 풀리지 않는다. 정치적으로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이 획기적으로 신장되는 조처를 취해야 하며 경제적으로는 생산을 담당하는 블루 칼러 계층과 불로소득 계층 간의 위화감과 갈등을 대폭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하는 데는 통치권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신임 재무장관은 주택에 대한 투기억제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대대적인 세제개편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것인지, 아니면 종전과 마찬가지로 ‘구두선’에 그칠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정책방향은 타당한 것으로 보여진다. 경제정책은 전면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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