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 金龍煥 정책위의장
  • 편집국 ()
  • 승인 1990.03.0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장과 안정, 동시에 이룬다”

총량적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을 것… 선별적 지원 통해 기업의욕 살려야

거대여당, 민주자유당은 어떤 궤적을 그리며 행보할 것인가. 출범 후 민자당은 강령이나 기본정책, 6인 경제난국특위 등을 통해 안정기조를 바탕으로 한 성장정책을 전개, 벼랑끝에 선 경제를 다시 안전지대로 끌어내 제2의 도약을 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불안한 시각이 없지는 않다. 앞으로 ‘黨高官低’구도로 정치권 독주가 되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경제의 매무새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해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金龍煥정책위원회의장을 張榮熙 기자가 만나 민자당이 추진할 경제정책과 경제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에 대해 들어보았다.

● 민자당의 경제정책 목표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추진해나가실 생각이십니까?

일부에서는 우리가 3共식의 성장일변도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경제발전 단계에서 고도성장 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만큼 경제외형이 커지고 분배에 대한 욕구가 강한 때 그같은 정책이 가능하겠느냐고 우선 묻고 싶습니다. 아직 구체안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민자당은 어디까지나 안정을 바탕으로 한 성장정책, 꾸준한 개혁의지를 펴나가는 국민의 정당이라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안정없는 성장은 긴 안목에서 보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차례 밝힌 바 있는 “토지공개념 금융실명제 예정대로 추진” 이라는 약속에서도 우리의 의지는 읽을 수 있다고 봅니다.

●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보완” 을 하겠다는 단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유명무실화=개혁의지 후퇴’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는 것이지요.

우선 집권당으로서 개혁의지가 퇴색되지 않았다고 밝혀두고 싶습니다. 자꾸 제도보완에 대해 나쁘게만 보는데 저는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크다고 봅니다. 자칫 빠진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하나의 제도는 실행 단계에서도 많이 손질이 되지 않습니까. 더구나 공개념과 실명제는 단순히 새로 제도를 하나 만든다는 차원이 아니라 매우 엄청난 개혁조치인 것입니다. 보완조항을 단 것이 재벌을 비호하기 위한 의도라는 오해는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습니다.

● 경제상황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경기부양책 등 획기적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만 강도높은 부양책을 구상하고 계시는지요? 당정협의 때 李承潤의원은 “가시적 효과를 내는 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하기도 했는데요.

수출과 투자가 침체되어 있는 등 경제상황이 매우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총체적으로 부양책을 쓰긴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 작년 연말부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선 역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땅에 떨어진 기업의 의욕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별적인 지원은 많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정책수단은 상반된 효과를 갖지 않는 투자세액공제제도 강화나 환율수준을 조정, 국제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 등이 되겠지요.

● 안정을 바탕으로 한 성장정책을 표방하고 있지만 민자당이 정식 깃발을 올리고 지방자치제 선거전에 대비할 때까지 경기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는다면 통합의 명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특히 재계의 반발이 드세 당장 정치자금 조달에 제동이 걸릴텐데요.

선거와 대기업을 의식해 인위적인 경기활성화대책을 쓰지는 않을것입니다. 정치자금과 관련, 재벌과 유착관계가 더욱 강화되리라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저는 이를 순수하게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악의가 깔려 있는 것이죠. 정치와 돈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정경유착 강화론’은 곧바로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이미 정치자금법 통과로 합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고 후원회제도도 공식화된 상황 아닙니까. 궁극적으로는 ‘돈이 적게 드는 정치’를 지향해야 되겠지요.

● 첫 당 · 정협의가 지난 12일 열렸습니다만 민자당 경제팀과 趙淳경제팀의 경제를 보는 눈이 매우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시적으론 당 · 정 불협화에 ‘쉼표’가 찍혔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만 기본인식 부분에선 이견이 많은 것이 사실 아닙니까?

현 경제팀은 원론적인 측면에서 방향을 적절하게 잡고 있다고 봅니다. 부의 형평 제고 등 구조적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의지는 긴 안목에서 볼 때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일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또 성장과 형평은 단기적으론 상층관계에 놓일 수도 있으나 대치개념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두 마리 토끼라고 흔히 표현들 하지만 모두 쫓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또 그동안 경제팀에 대해 ‘실기’했다느니 그릇된 처방을 했다는 것으로 비난도 많았습니다만 ‘몸부림’에 가까울 정도로 애를 쓴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경제가 침체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정치 · 사회적 불안정에 절대적으로 기인했다고 봐야 합니다. 어떤 기업인이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생산부문에 장기투자를 하겠습니까. 민간기업의 창의나 활력은 더욱 바랄 수 없었던 것이죠. 모두가 제몫찾기에 나서고 산업평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원인도 상당 정도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권이 안정을 되찾으면 경제상황도 매우 호전되리라고 저는 낙관하고 있습니다.

● 현 경제팀에 주문을 하신다면?

이제는 정부의 역할을 재조명해야 할 때가 아닌가 판단됩니다. 현 경제능력으로 보아 ‘프라임액터’로 자임해온 정부는 과감히 주도역할을 민간부문에 이양해야 합니다. 효율성을 의미하는 시장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죠. 따라서 정부는 이른바 중소기업 · 도시빈민 등 소외되고 낙후된 부문에 집중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할 것입니다.

● 우리나라가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방안,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정책으로 모두가 합의를 이룰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또 긴축정책을 펴 ‘고통분담론’을 주장, 민자당 경제팀과는 다른 처방을 내리고 있는 이도 있는데요.

첫 당정협의에서 당정이 모두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기술투자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은 명백합니다. 대외지향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는 영원히 변화시킬 수 없는 메커니즘이라고 봅니다. 첨단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 기술우위 확보로 남보다 뛰어난 상품을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기업들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영합리화로 적극적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이죠. 여기서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은 소득불균형 시정과 투기바람을 잡는 일입니다. 노사분규도 그렇습니다. 소득불균형 심화를 개선해 나간다면 노사분규는 줄어들 것이고 산업평화가 정착될 날도 기대할 수 있겠지요. 또 확대기조보다는 긴축이 바람직하다는 부분에선 일단 동의합니다. 그렇게는 유도해야하겠지요. (긴축을 의미하는 고통분담론은 집행도 어렵고 사실 인기도 없는 정책인데 과연 민자당이 수용할 수 있느냐를 재차 묻자 경제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정부부터 솔선수범을 보이고 기업도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