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아파트개발 遺憾
  • 오호근 (한국종합금융 사장)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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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에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아파트가격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주택정책이 저돌적인 물량공급방법에 의존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政策의 일환으로 지난 연말 분당지구의 1차분 아파트 4천가구가 엄청난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분양되었다. 소위 신도시개발을 통한 정부의 공급확대정책이 첫걸음을 디딘 셈인데 결과적으로 서울의 아파트가격의 상승추세는 전반적으로 진정되기는 하였지만 이미 대폭 올라버린 가격의 절대수준을 다시 내려놓기에는 그 효과가 미흡하였다. 더욱이 분당지역을 아파트 단지로 조성했기 때문에 생활의 터전을 수용당하여 생전권보장을 외치는 원주민들의 절규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서 모델하우스 공개시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자가용차의 행렬을 지켜볼 때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우선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시지역의 주택공급률이 분당아파트의 분양과 같은 물량공급을 통하여 과연 얼마나 늘겠느냐는 것이다. 저소득층의 경우 아파트가격이 대폭 상승하기 전의 가격수준에서도 내집마련이 거의 불가능하였던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런 방식의 정책은 그 우선 순위가 잘못 설정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소형임대아파트의 공급물량을 늘린다고 하면서도 우선은 무려 79평형 아파트까지 공급하는 정부의 주택정책은 그 의도와는 관계없이 당장 강남지역의 상위소득 계층에게 또한번의 재산증식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주택정책의 목적이 저소득계층의 다수의 주거안정을 도모함에 있다고 할 때 기왕에 주거의 상대적인 안정을 누리고 있는 상위 소득계층의 재산증식이 저소득층의 주거확보보다 우선하게 되었다는 것은 정책의 목적에 위배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택정책의 우선순위는 흔히 말하는 公共性, 좀더 구체적으로는 사회후생의 극대화에 기초하여야 한다. 이러한 개념은 정책의 결과로 어떤 집단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누리는가만으로 정립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공공정책은 수혜자집단을 전제하는 동시에 어느 정도의 희생을 치러야 되는 피해자를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정책의 우선 순위는 그 혜택의 질과 폭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그 피해 또한 극소화하는 방향에서 설정되어야 할것이다. 분당아파트가 분양되기까지는 분명 많은 지역주민들의 피해가 따랐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어떤 형태의 정치, 경제, 사회제도하에서도 불특정다수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하여 소수의 희생을 요구하게 되는 공공정책의 시행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민주적인 사회일수록 확고한 원칙하에서만 정책이 수립, 시행되는 것이다.

 즉 소수집단에게 약간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수혜자들이 누리는 혜택의 질과 폭이 사회후생적인 기준에서 상응하는 희생보다 훨씬 커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사회적 비용과 효익(social cost/benefit)의 개념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정립될 수 있다고 본다. 즉 공공정책이나 사업의 효과를 단순한 회계적 차원의 비용과 성과만으로 파악하지 않고 질적 측면이 중시되는 사회후생의 중대 여부로서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개발지역의 임야에 대형공장이 건설된다고 할 때 이 사업의 사적 비용과 효익(private cost/benefit)은 단순히 공장건설과 운영에 소요되는 총투자액과 여기서 생산되는 제품의 부가가치 내지는 이윤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의 사회적 비용은 사적 비용에 추가하여 공장가동에 수반되는 대기 또는 수질의 오염 등 질적 요인에 의한 사회후생의 감소를 들 수 있다. 사업주의 사적 효익에 추가하여 사회적 효익으로서도 신규 고용의 창출, 관련산업의 유발효과 및 지역경제의 활성화 등을 망라하게 된다.

 최근 분당아파트 개발과 같은 주택정책이 시사하는 사회적 비용과 효익의 결산은 대단히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사적비용과 효익의 측면에서는 주택공사비, 토지보상금 등을 주택건설업체의 총수입에서 공제한 후 남는 이윤과 입주자들이 즉시 누리게 되는 재산 증식효과 등 효익측면이 단연 우세한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비용은 다수 지역 주민들이 입어야만 했던 질적 피해, 수많은 무주택자들의 주택확보의 기회가 우선 순위에 밀려난 사실, 상위소득계층이 향유한 재산증식분이 그대로 주택가격에 반영되어 물량공급에 의존하는 정부의 주택가격 억제책을 무력화 하는 것과 이에 수반되는 저소득계층의 소외감 등이 엄청난 것이다. 반면 사회적효익은 건설업자의 이윤, 분양당첨자의 재산증식효과, 건설에 따른 고용과 소득효과 정도이다. 결국 분당개발사업은 약간의 사회적효익을 얻기 위하여 엄청난 사회적비용을 감수해야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향후의 주택정책은 사회적비용과 효익의 개념에 의한 주택공급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분당의 경우와 같이 신규주택의 공급이 무주택 저소득계층에게는 도저히 미칠 수 없는 가격에서 이루어진다면 이는 앞서 열거된 바와 같이 사회적 비용만 늘어나게 할 것이다. 만약 분당아파트가 정부의 과감한 재정투자에 의하여 소형 장기임대아파트로 건설되고 입주자들이 장기저리의 금융혜택을 받고 궁극적으로 내집 마련을 실현하게 되었더라면 앞서 열거한 부정적인 사회적 비용은 소멸되고 오히려 사회적 효익이 크게 증대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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