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수명은 적어도 1백년
  • 전세일 (연세대교수 재활의학)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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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 잘하면 누구나 ‘장수’…겨울철엔 특히 관심가져야

  오래전 어떤 모임에서 가볍게 주고 받은 대화가 왠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다. “담배 피세요?” “아니요.” “술은 드십니까?” “아니요.” “그럼 커피는 마십니까?” “아니요.” “아, 그럼 무슨 재미로 살아가십니까?” “이것 보세요. 이 세상에 건강함보다 더 좋은 재미가 어디에 또 있답니까.”

 그렇다. 생각 할수록 마음속 깊이 수긍이 가는 건강철학이다. 이 세상의 사람들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 건강이 망가지면 이 세상의 모든 즐기는 방법과 수단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골프, 수영, 등산, 식도락 등등 수백, 수천가지의 다른 방법 중에서 이것 아니면 저것, 저것 아니면 이것으로 생활을 즐길 수는 있다. 그러나 건강이 나쁜 사람은 그중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모든 생물은 성장기의 5배를 살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성장기를 25세까지로 보는 학자도 있으나 줄잡아 20세로 보더라고 인간수명은 적어도 1백년은 되어야 마땅하다. 이런 이론으로 본다면 모든 사람에게 부여된 수명은 1백년인데도 그 주어진 생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명을 다 하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 간다는 결론도 나온다.

취침전 과식은 체중증가와 불면의 요인
 예로부터 많은 의학자들이 다양한 건강관리법을 연구하고 주장해왔으나 이 모든 방법을 간추려보면 다음의 다섯가지 원칙으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식사를 제대로 한다. 둘째 올바른 수면을 취하라. 셋째 적당한 운동을 하라. 넷째 알맞은 호흡을 하라. 다섯째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라. 이 건강관리법은 언제 어디서나 지켜야 될 철칙이지만 특히 밤이 길고 날씨가 춥고 옥외활동이 줄어든 겨울철에는 보통 이상의 관심을 갖고 각자 이를 지켜야 할 것이다.
 제대로 식사를 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적당량의 음식을 골고루 규칙적으로 먹어야 한다. 과식, 과음을 피해야 하며 특히 취침전 과식은 체중이 늘어나는 요인이 되고 또 수면장애를 초래한다. 한가지 음식에만 치우치는 편식은 피해야 한다. 단백질, 지방질, 전분이 알맞게 섞인 음식을 적당량 취하되 충분히 채소를 먹는 것이 특히 겨울철에 유의할 사항이다. 약간의 반주는 오히려 건강에 좋으나 지나친 음주는 어느 모로 보나 해롭다는 사실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커피, 홍자, 소다수 같은 자극성 있는 음료수도 지나치게 마실 때는 우리의 건강을 서서히 해치게 된다. 맑은 냉수가 몸에 제일 좋은 음료수라는 사실은 더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밥에다 두부김치찌개 먹고 맹물 마시는 것보다 더 좋은 음식도 별로 없을 것이다.
 수면을 올바르게 취하는 방법으로는 알맞은 시간을 규칙적으로 자는 것이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 평균 7시간 반을 자게 된다. 이중 5시간은 보통잠, 2시간 반은 소위 꿈잠을 자도록 되어 있다. 꿈잠의 시간이 충분치 않으면 9~10시간을 자도 만족스럽지 못한 법이다. 수면제를 복용하면 바로 이 꿈잠이 장애를 받기 때문에 8시간 이상을 늘어지게 자고 나도 머리가 무겁고 몸이 개운치 않은 이유가 된다. 가능하면 수면제의 도움없이 자연스럽게 잠에 드는 게 제일 좋다. 사람에겐 선천적으로 초저녁잠이 많고 새벽에 일찍 깨는 ‘종달새 형’과 밤늦게까지 정신이 초롱초롱하나 아침에 늦잠을 즐기는 ‘올빼미형’이 있다. 자기 형에 맞게 일찍 자거나 늦게 자되 매일 똑같은 시간에 자는 규칙적 취침습관이 제일 바람직하다. 제때에 알맞게 꿈꾸며 자자.

보건체조와 산책은 훌륭한 건강비법
 다음으로 운동에 관한 얘기다. 겨울에는 날씨가 춥고 밤이 긴 탓으로 일반적으로 옥외활동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운동량의 부족으로 모르는 사이에 건강을 해지는 수가 있다. 운동이라고 해서 반드시 바깥에서 뛰어 다니거나 등산을 하거나 공차기를 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아무데서나 알맞게 몸을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팔다리를 휘두를 수 있는 공간이라면 보통 방안에서라도 국민 학교 때 배운 보건체조라도 하루에 30분 정도 하는 것으로 족하다. 여기에다가 바깥에 나가 10~20분 정도 걸으면 더욱 좋다. 단 고혈압, 동맥경화증, 심장질환의 염려가 있는 사람은 갑작스레 너무 찬바람을 쏘이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매일 규칙적으로 할 수 있다면 이 보건체조와 걷기가 어느 운동보다도 더 훌륭한 건강관리의 비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호흡을 알맞게 하라는 건 또 무슨 말인가. 우선 가능하다면 탁하게 오염된 공기를 피하고 방안 공기를 먼지없이 깨끗이 하고 환기를 잘 시켜야 한다. 난방 때문에 건조해진 실내에 물주전자, 물수건을 들여놓거나 가습기 등을 사용, 습도를 조절해주어야 한다. 일부러 탁한 공기를 만들어 가슴속 깊이 빨아들이는 흡연은 어느모로 보아도 해롭기만 하다. 하루에 한갑의 담배를 피면 약 3년의 수명이 단축된다는 통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건강관리법의 비결이다. 건전한 오락, 자기수양, 신앙생활 등의 유무 정도에 따라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단 말이다. 이것은 자기 마음을 비우는 오랜 수양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 제대로 노력하기만 하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모든 일에 너무 안달하지 말고 살자.
 어차피 개구리처럼 동면하면서 지낼 재주가 없는 바에는 제대로 먹고, 제대로 잠자고, 제대로 움직이고, 제대로 숨쉬고, 제대로 마음 잡아서 이 겨울을 우리 모두 현명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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