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기대심리 ‘위험수위’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0.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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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논쟁 지양, 물가 잡아야ㆍㆍㆍ일시적 부양조치는 경기회복에 도움 안돼

최근 수출과 제조업 생산이 계속 부진한 가운데 물가는 연초부터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값과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부동산투기가 재연될 조짐을 나타내고, 경제 정책기조를 둘러싼 당정간의 심각한 견해차가 드러나고 있어 일반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먼저 수출은 그동안의 원화절상과 임금상승 등으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데다 기업의 기술개발 및 구조조정 노력의 미흡 등으로 작년 연초부터 그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더니 금년 1월중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 감소하였다. 설비투자는 건설업, 농업 등 비제조업부문의 건실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제조업 부문은 여전히 저조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은 전반적인 내외수요의 부진으로 제조업 생산도 작년 연초이래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편 지난해의 높은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자재 가격의 안정과 원화절상효과등으로 오름세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던 물가는 금년 1월중에는 신정과 설날을 전후한 祭禮
用品의 수요가 급증, 농수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다 인건비 및 임대료 비중이 높은 개인서비스 요금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함으로써 지난해 12월 대비로 도매물가가 0.5%, 소비자물가가 1.0%의 급등세를 나타냈다. 또한 전세값과 임대료가 크게 오르면서 주택 및 토지매매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부동산투기와 인플레기대심리가 확산될 조심을 나타냈다.


총통화 1월중 전년동기 대비 22.4% 증가

 총통화(M2)는 수출감소에 따른 해외부문의 통화환수에도 불구하고 수출ㆍ설비투자 활성화 및 서민주택 공급확대와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민간신용의 공급확대로 지난해 12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하여 금년 1월중에는 평균잔액의 전년동기비 증가율이 22.4%로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였다. 한편 회사채유통수익률, 어음관리구좌(CMA)수익률 등 시장금리는 총통화의 확대공급에도 불구하고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향후 국내경제의 움직임을 예측하게 해주는 경기선행지표의 추이를 보면 신용장내도가 신발류, 화학제품, 철강, 섬유류 등에서 호조를 보여 금년 1월중 14.9% 증가하였고, 그동안 부진하였던 제조업 국내기계 수주도 전년 12월중에는 기계공업ㆍ화학공업을 중심으로 33.1%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또한 건축허가면적도 주거용과 상업용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공업용도 그동안의 감소세를 벗어나 비교적 높은 수준의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의 경기동향과 경기선행 지표의 움직임 등을 감안해볼때 앞으로 국내경기는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그동안 부진하였던 수출과 제조업설비투자 관련 선행지표가 그동안의 환율여건의 개선과 정부의 투자 및 수출촉진시책 등에 힘입어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소비수요도 예상과는 달리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과제인 기술개발과 산업구조조정에는 장기간이 소요되고, 선진국의 성장둔화 및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으로 수출여건도 악화되고 있어 단시일내에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화공급 확대는 부동산 투기와 물가상승 부채질

 이러한 여건하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공급 확대 등의 조직을 강구한다면 일시적으로나마 경기는 다소 호전되겠지만 장기적인 안정성장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인플레기대심리가 고조되어 있는 현상태에서 일시적인 경기부양조치는 생산과 설비투자 확대를 가져온다기보다는 인플레기대심리를 더욱 자극하여 부동산투기와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감내해야 할 구조조정과정의 고통을 이월시키는 것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성장우선이냐, 안정우선이냐의 경제정책기조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을 지양하고 물가안정 의지를 강력히 천명, 인플레기대심리를 가라앉혀 일반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진정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임금안정과 산업평화의 정착으로 기업의 투자의욕을 부추기는 동시에 획기적인 기술개발 지원체제의 확립으로 기업의 구조조정투자를 촉진하여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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