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흉터 평화의 마당으로
  • 이성남 차장대우 ()
  • 승인 199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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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 예술문화운동 작업전> 산파역 이반씨

 조국분단은 예술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19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비무장지대 예술문화운동 작업전)은 이 땅 예술가들의 분단 현실에 대한 인식 또는 동참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정에서 주목된다. 3백여명의 작가가 참가한 이번 전시회에서 주종을 이룬 것은 동 · 서양화 2백여점이 전시된 회화부문이고, 그밖에 조각과 설치 등의   '입체'가 80여점, 행위예술 15점익 선보인다. 작가의 연령층은 유년기에 6.25를 맞았거나 전쟁 미체험 세대인 30대, 40대들이 많다. 이들은 이 전시회를 통해 인고의 세월 속에 피멍든 속살을 헤쳐 보이며 6.25가 탄생시킨 '고통과 치욕의 공간'인 비무장지대를 이제 '평화의 공간' '축제의 공간'으로 상징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상반된 두개의 흐름, 가까워져야 한다"
 특히 19일 오후 5시부터 3시간 동안 계속되는 개막식은 이 전시회를 하나의 거대한민족축제로 이끌고 있다. 13개의 짓거리(행위예술)가 집중적으로 공연되는 개막식의 첫순서는 시인 김종해의 자작시 '통일을 기다리며' 낭송과 최종실을 위시한 타악주자 4명의 '통일을 향한 북소리' 연주가 어우러진다. 이어 최규호 둥 4명의 무언극연기자가 공연하는 'DM2라는 새끼줄 양편에 서서…‘ 부산여대 미술과 임봉규 교수와 40명의 공동작업등이 계속된다.
이번 전시회의 산파 역'조국은 하나' 화가 이반씨는 "첫 작업인 만큼 출품작 전부가 주제에 대한 충실도가 높지는 않다"고 실토한다. 그러나 주제를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화가일지라도 이 전시회를 통해 인식이 전환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인다.

 특이한 점은 그동안 '통일' 주제에 천착해온 신학철 임옥상 김정헌씨를 위시한 민중민족계열의 화가들이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이반씨는 "평화 ·통일의 목적은 같아도 방법은 다양해야 한다"고 설명한 뒤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계속하는 과정에서 접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시회를 앞두고 "운동권 사람들이 참가하느냐"는 관계기관의 문의나, 또 DMZ를 평화공원으로 만들자는 운동이 일부 장성들에게는 군인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행위로 비치는 것이 오늘의 현실임을 직시할 때 전시회의 성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상업주의에 경도되어 '순수 · 제도 대 민중 · 민족' 계열이 첨예하게 대립된 화단 풍토에 대해 이반씨는 "상반된 두개의 흐름이 가까워져야 한타"고 강조하면서 "발효가 잘된 작품일수록 설득력이 강하다"고 말한다.

 그는 "나는 은행가에게 투표하고 은행가가 역시 내 그림을 사간다. 나는 이 돈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 쓰려고 고심한다"는 스페인 화가 '타피에스'를 인용하면서 "이 땅의 화가들이 현실에 대해 얼마나 괴로워했느냐"고 반문한다. 자신이 서 있는 땅이 온전해야 그림을 그릴 수도, 팔 수도 있다고 단정한 그는 "화가는 그림을 통해서 두눈을 부릅뜨고 현실을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전쟁 때 월북한 부친 때문에 반생을 '연좌제'에 묶여 살았던 그는 캔버스에 '철철 흘러내리는' 그 통한의 피울음을 형상화해왔으며, 지난해에는 한라산과 백두산을 오가며 그 물과 흙으로써 '한라 · 백두 수토 통합 통혼제'를 거행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백두산 한라산은 종교다. 통일은 종교다"라고 외친다. 이 예술문화운동을 88년부터 서양화가 이반씨와 건축가 장세양씨 등이 주축이 되어 태동하였다. 현재 6백여명의 회원으로 불어난 이 협의회는 "평화의 탁자에 함께 둘러앉아 통일을 앞당기는 분위기를 형성하자"는 복넓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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