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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레미콘에 신도시 ‘부실’

소금기 덜 뺀 바다모래 사용, 철근 부식 위험…건자재난 속 품질검사 안해

김상익 기자 ㅣ 승인 1991.07.0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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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성레미컨(대표 고한준)의 불량 레미콘 공급 사건이 신도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진성레미컨이 지난 5월8~9일 광주고속 동아 우성선경 동성 등 평촌신도시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5개 건설업체에 공급한 레미콘이 강도 미달의 불량 레미콘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일부 건설현장에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걸려오고, 심지어 “건설자재난이 심각한 만큼 함량 미달의 레미콘이 더 공급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불안해서 어떻게 신도시에 들어가 살겠느냐"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건설업체가 짓고 있던 아파트를 헐고 공사를 새로 시작하는 등 소동을 벌인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 중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레미콘의 품질검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업진흥청 시험기준 KSF-4009는 레미콘 생산자와 사용자 모두가 품질을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레미콘을 공급받는 것만도 감지덕지한 현실 속에서 이같은 규정은 있으나마나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주)동성의 평촌관악타운 김공원 소장은 레미콘 강도검사를 실시하지  않았으며 진성레미컨으로부터 ‘제품하자 발생' 공문을 받고서야 5월9일 공급받은 레미콘이 불량임을 알았다고 시인했다. 그는 그동안 레미콘 공장이 자체 검사한 뒤 보내오는 ‘시험성적표'로 품질검사를 대신해왔다고 털어놓았다. 김소장은 "KS업체인 진성의 제품을 믿고 사용했으며, 건설부에서 조사나온 6월21일에는 이미 자체 철거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레미콘의 강도는 1주강도 2주강도 4주강도 등 주단위로 시험을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5개 업체 중 광주고속건설과 함께 가장 먼저 재시공을 실시한 동아건설의 이윤현 공무차장은 “공사일정 때문에 5월8일 공급받은 즉시 정식검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임시 강도검사를 실시해 5월27일 진성의 공문을 접수하기 전 이상이 있음을 알았으며 그 때문에 빨리 대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I㎠당 2백10㎏의 기준강도를 가지려면 2주째 I㎠에 1백60㎏의 강도가 나와야 하는데 5월22일 슈미트해머로 찍어본 결과 1백10㎏/㎠밖에 안 나오더라는 것이다.

한편 극심한 건자재난 속에서 바다모래를 채취한 뒤 소금기를 충분히 빼지 않은 채 이를 사용, 부실공사의 위험이 더욱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시사저널》76호 52~53쪽 참조).  지난 19일 건설부가 KS승인을 받은 경기도내 4개 레미콘 공장에서 쓰이는 바다모래를 국립건설시험소에 의뢰,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바다모래의 염분함유량은 KS 허용기준치인 0.04%를 훨씬 넘는 0.0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60년대초 도쿄올림픽을 전후해 건설붐이 일었을 때 자재난이 심각해지자 소금기를 제대로 씻지 않은 바다모래를 그대로 사용, 그로부터 10여년 뒤 큰 대가를 지불했다. 바다모래의 소금기 때문에 일부건물과 교각의 철근이 부식되고 균열이 생겨 보수공사에 많은 돈을 들였던 것이다.

건설부 당국은 22일 “도시 아파트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진단을 실시, 필요하다면 재시공토록 하는 등 미비점을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건은 인력 및 건자재 공급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주택 2백만호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치는 것이 마땅한 일이겠으나 관리 감독을 잘못해 소를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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