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變節의 季節이 왔는가
  • 김동선 (편집부국장) ()
  • 승인 199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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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가 가장 나쁜 정치가라고 결정하는 순간 더 나쁜 정치가가 꼭 나오게 마련이다”


 클레망소는 독일의 비스마르크에 버금가는 프랑스의 ‘鐵血宰相’이다. 그는 1906년부터 3년간 수상으로 재임했다가 1차대전중인 1917년 다시 집권하였는데, 이 시기는 패배주의자가 프랑스의 군사적·국내적 戰力을 크게 위협하고 있을 때였다. 클레망소는 전쟁 수행을 위한 확고한 지휘권을 장악한 후 프랑스혁명 당시의 자코뱅 식으로 비협조적인 정치가들을 가차없이 숙청하고 독일에 대해서는 강경책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그는 전쟁중 友軍에게나 敵軍에게 다같이 ‘호랑이’로 알려진 강권정치가였는데, 이 강권통치가 전쟁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가들에 대해 서슬퍼런 숙청을 단행했던 클레망소는 은퇴 후에도 정치가들에 대한 ‘불신’을 버리지 않았다. 만년에 그는 “당신이 아는 가장 나쁜 정치가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참 어려운 문제다. 이자야말로 가장 나쁜 정치가라고 결정하는 순간에 더 나쁜 자가 꼭 나오게 마련이니까”

 클레망소는 전쟁 승리 후 전승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베르사유 평화회의를 주재했으므로 정치가들에 대한 그의 貶□는 프랑스에 국한된 얘기가 아닐 것이다. 말하자면 보편성이 있는데, “이자야말로 나쁜 정치가라고 결정하는 순간에 더 나쁜 자가 꼭 나오게 마련이다”는 말은 마치 우리보고 들으란 듯이 공감을 준다.

 

趙尹衡의원은 국회의원직도 내놓아야 한다

 우선 정치가들의 도덕성을 놓고 보자. 총선이 끝난 지 두달도 안돼 무소속 국회의원들의 여당 입당이 줄을 잇고, 야당의원 2명이 탈당했다. 국민 감정상 여당에서 탈당하는 것은 ‘소신’이고, 야당에서 여당으로 옮기는 것은 ‘변절’이다. 여당에서 탈당하는 것은 온갖 박해를 물리칠 수 있는 용기없이는 불가능하므로 소신이 되는 것이고, 야당에서 여당으로 넘어가는 배경에는 회유·매수·협박 등 온갖 야비한 수단이 다 동원되고 반대급부가 따르므로 변절이 된다.

 우리 헌정 사상 변절자 중 가장 지탄을 받았던 인물은 아마도 박정희정권 시절 삼선개헌 때 新民黨에서 共和黨으로 넘어간 成樂炫씨일 것이다. 그때 야당에서 成씨를 포함해 3명이 변절했지만, 成씨는 훗날 여당 국회의원이 되어 여고생들과 섹스스캔들까지 일으켜 국민적 공분을 산 인물이다. 이 스캔들에는 일본인 2명이 끼여 있었고, 그들이 농락한 여고생 3명은 성병에도 걸리고 임신중철 수술까지 받은 사실이 폭로됐는데, 成씨는 이 사건으로 의원직도 잃고 구속당했다.

 成씨의 경우는 사생활의 문란까지 겹쳐 더욱 매도당했지만, 작금의 정치인 변절은 이전보다 한술 더 뜬다. 국민당의 趙尹衡 의원은 금년 2월에 민주당에서 국민당으로 옮긴 뒤 국회개원도 하기 전에 또 국민당을 탈당했다. 여당의 공작설도 나오고, 정주영 대표가 비꼰 것처럼 주유천하를 하는 건지 좌우지간 변절의 극치를 보여준다. 클레망소가 말한 것처럼 선낙현씨가 가장 나쁜 변절자인줄 알았는데 더욱 나쁜 변절자가 나타났다고나 할까…. 전국구의원인 趙씨는 그의 가문 체통과 왕년의 야당투사 명성을 위해서도 마땅히 국회의원직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중이야 절이 싫으면 떠날 수 있지만 모든 행위에서 국민들에게 책임을 져야할 정치인이 마치 셋방사는 사람이 이사다니듯 당을 옮긴대서야 어찌 정치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

 

變節이 줄을 이으면 民心은 정치판에서 떠날 것이다

 그리고 지난 총선 때 여당과 야당을 싸잡아 비난했던 무소속의원들의 여당입당이나 야당의원들의 탈당이 항간의 풍설처럼 여당의 공작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면 이 또한 변절 못지않게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정치행태는 무엇보다도 여당의 상표인 6·29정신에 위배되는 일이고, 그것이 大選을 겨냥한 포석이라면 더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국민들은 이제 산전수전 다 겪어 척하면 三千里다. 야당의원이 탈당하면 협박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무소속의원이 야당에 입당하면 반대급부가 있을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각 정당의 대통령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대통령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그러나 정치혐오증에 걸린 많은 유권자들은 벌써 고개를 젓는다. 지루한 장마철에 느끼는 기분처럼 유쾌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 판국에 정치인의 변절 같은 더티 플레이가 줄을 잇는다면 民心은 이 정치판 자체에서 완전히 떠날지도 모른다.

 해방 이후 우리는 클레망소의 말과 비슷하게 언제나 더 나쁜 집권자들을 만났었다. 독재를  기준으로 할 때 李承晩보다 朴正熙, 박정희시절보다 全斗煥정권 때가 독재 악명이 더 높았다. 6공 4년이 지난 현지점에서 盧대통령과 전두환씨를 비교하는 것도 곧잘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이 비교는 독재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영 차원이다.

 올 12월에 뽑히는 새 대통령은 누가 될지 모르지만 지구 저편의 지하에 누워 있는 클레망소가 “내말이 맞지”하고 웃을 인물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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