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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총각들 ‘新婦농사’에 구슬땀

결혼대책위 발족 반년만에 첫 결실 ‘도시로 간 처녀들’과 맞선 간담회 가져

김당 기자 ㅣ 승인 1990.02.18(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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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실하고 부지런한 신랑감 농촌 속에 다 묻혀 있다.”“농촌총각 총단결로 ‘도시에 빼앗긴’ 색시감을 되찾아오자.”

 정부의 ‘殺農政策’으로 ‘똥값이 된’ 농촌총각들이 자신들의 결혼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위와 같은 구호를 내걸고 전국 농촌총각 결혼대책위원회 준비위(이하 ‘결대위’)를 결성한 때가 지난해 6월. 그로부터 여섯달이 지난 지금 결대위 임원들은 하나같이 출산일을 코앞에 둔 산모의 심정처럼 불안 초조해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각고의 노력 끝에 마련한 2월4일의 ‘맞선 간담회’에 나온 스무쌍의 회원 중에서 몇쌍이나 예식장에서 만나게 될지 여간 궁금하지가 않거니와 그 결과에 따라 결대위의 진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농민운동을 하는 노총각 서른명쯤이 결대위를 만들어 스스로 ‘제머리를 깎기’로 작정하고 나선 것은 근본적으로는 피폐한 농촌을 살라기 위해서지만 우선 당장은 농촌총각들의 비관자살만은 막기 위해서이다. 불과 서너해전만 해도 장가 못가 자살했다는 사건은 농촌사람들마저도 우스갯소리로 내뱉을 만큼 사사로운 문제로 여겨졌으나 어느새 비참한 농촌현실을 못견디고 자살하는 사례가 지난 3년 동안 1백건을 넘어서자 비로소 농촌총각들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한사람의 농촌총각이라도 결혼시키는 것이 농촌총각을 살리는 길이고 이는 곧 농촌을 살리는 길이다”라고 뜻을 모은 농촌총각들이 결혼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결대위를 만들었다.

 결대위 임원들은 처음 결대위를 띄울 때만해도 회원 2~3백 모으기는 식은죽 먹기라고 여겼으나 막상 처녀-총각회원들의 가입실적이 신통치 않자 적극적 홍보를 위해 지난해 12월13일에 서울로 왔다. 이들은 그날로 전국농민운동연합(서울 신문로 2가 37) 사무실 한칸을 빌려 임시연락소(전화번호 720-2397)를 차리고 ‘구혼작전’을 개시했다. 이들이 무엇보다도 힘을 기울인 것은 처녀회원을 모시는일. 그동안 노동운동단체협의회, 여성단체연합, 구로여성노동자회 등을 방문하여 농촌실상을 알리고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주요 공단에 있는 사업장 노조와의 ‘연대’를 통해 미혼인 여성노동자들과의 ‘만남이 장’을 마련, 혼인문제의 돌파구를 열려고 여러 사업장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그곳의 노조 교육시간을 통해 ‘달라진’ 농촌현실을 알리고 그 자리에서 회원가입서를 배포하기도 하며 정성을 쏟았다. 결대위 임원들이 예상했던 대로 노조원들의 십중팔구는 이농한 처녀들이서 더욱 ‘의욕’이 생겼지만 어떤 곳에서는 “농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없는 농촌으로  시집가기는 죽기보다 싷다”고 퇴짜를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눅들지 않고 ‘공을 들인’덕분에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지만 30명쯤의 여성회원을 확보, 첫 번째 ‘맞선 간담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한편 결대위가 출범한 뒤로 총각회원 가입절차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여 현재 남자회원은 2백명쯤 된다. 그 결과로 현재 전국 58개 군에 준비위가 결성되었고 앞으로 전국적으로 조직이 완비되면 ‘준비위’란 꼬리표를 떼고 본격활동을 펼 계획이다. 결대위위원장인 姜基甲씨(39 · 가톨릭농민회 경남연합회장)의 말마따나 농산물 제값받기 운동의 하나로 도시 소비자와 생산자 농민간에 직거래를 트듯 앞으로는 군단위결대위와 단위 사업장 노조를 직결시키는 쪽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에서도 드러났든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렵게 성사시킨 그 만남의 자리에 마실 것 한잔없이 서로 소 닭보듯 멀뚱멀뚱 쳐다보지 않도록 분위기라도 잡으려면 돈푼깨나 깨질 판인데 그 경비 조달할 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대위의 취지에 찬동하는 뜻있는 인사들을 ‘영입’하여 자문위원으로 모시고 지속적으로 재정을 뒷받침해줄 후원회도 구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후원회 구성과 관련, “지역구가 농촌인 야당의원 여럿으로부터 돕겠다는 확약도 받았는데 ‘新思考’인지 뭔지를 구실로 정치판이 개판이 되는 바람에 그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게 결대위 임원들의 말이다. 그러나 사실이들이 무엇보다도 걱정하는 바는 무분별한 수입농산물 개방 같은 ‘농사꾼 죽이는 農政’이 계속되고, 그로 인해 살만한 곳이 못된다 싶어 도시로 간 처녀들이 ‘향락만을 좇는 세태’에 휩쓸리는한 자신들이 제아무리 공을 들여도 결국은 헛수고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앞에 든 도시로간 처녀들의 말마따나 농촌이 사람 살 만한 곳이라 여겨지면 굳이 결대위를 만들지 않아도 바늘 가는 데 실 따르는 것은 정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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