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災·정치 낙제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2.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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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인권 수치



법안 ‘30초’ 통과·42년째 옥살이 안깨질듯

폐지 재생 최우수, 건설·제철·조선 호기록

 교통분야

 자동차 보유대수가 3백40만대였던 지난 90년 교통사고로 1만2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일본은 6천만대의 자동차가 있었으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한국보다 적은 1만1천여명이었다. 일본 아닌 다른 나라와 교통사고를 비교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교통사고 발생에 관한 한 한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나는 세계 최고이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 지난 90년 한국은 교통사고로 인구 10만명당 28.8명의 사망자를 내 헝가리(23.4명), 유고슬라비아(19.9명)를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도표 참고). 같은 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총 25만5천3백여건으로 1만2천3???여명이 숨지고 32만4천2백여명이 부상했다.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  한국이 교통사고 다발국임은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로도 확인된다. 국제도로교통안전협회(PRI)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자동차 1만대당 36.3명의 사망자를 기록해 이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기록했다(도표 참조).

 해마다 막대한 희생을 되풀이하는 교통사고는 오래 전에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로 떠올랐다. 도로교통 안전협회 沈官補 연구원은 ‘교통사고 최다발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 제고를 제시한다. 심연구원은 특히 “교통사고 사망자 중 48%가 보행자”라고 교통사고 예방의 성공 여부는 결국 국민의 자세에 달려 있음을 강조했다.

 노동분야

 저임금·장시간 노동으로 규정됐던 70년대의 노동 상황과 고임금·‘3D’로 대변되는 90년대의 노동상황은 분명히 다른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노동전문가들은 ‘노동과정에 아직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한다. 노동 상황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몇몇 지표가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노동시간 :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임금수준과 더불어 근로자의 생활의 질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5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근로자들은 주당 평균 54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에 시달려야 했다. ‘3D 현상’으로 일하려 들지 않는 풍조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는 오늘날은 과연 어떤가.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국제노동기구가 펴낸 ≪‘91 노동통계 연감≫에 나타난 90년도 한국의 전체 근로자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48.2시간이다. 제조업 근로자의 경우는 주당 49.8시간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도표 참조). 과거 평균 50시간을 넘었던 것에 비해 훨씬 줄었지만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경북대 金亨基 교수 (경제학)는 이를 가리켜 “노동통제의 강화로 작업속도를 증가시키고 유휴율을 감소시킨 결과” 라며 “이같은 노동강도의 증대는 높은 산업재해를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산업재해 :  해마다 13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죽거나 다치는 산업 재해는 노동 분야에선 빼놓을 수 없는 세계 최고감이다. 노동부가 집계한 산재 근로자 수는 지난 90년 한해에만 13만3천8백여명, 이와 같은 산재로 해마다 2천명 이상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고 있으며 사망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1990년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산재율은 근로자 1백명당 2.47명에 이르러 일본(0.61명), 대만(0.7명), 상가포르(0.93명)를 훨씬 앞선다. 제조업의 경우 노동재해율이 가장 심한 나라는 요르단과 멕시코지만 한국도 고용자 1천명당 0.17명으로 세계 6위를기ㄱ록했다(도표 참조). 광업은 특히 심해 근로자 1천명당 노동재해율이 5.9명에 이르렀다.

 노동쟁의 : 87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노동 쟁의 건수는 사회갈등과 경제불안의 본보기로 지목돼 왔다. 87년 3천7백49건으로 세계 최고의 증가율을 보였던 노동 쟁의 건수는 지난 89년을 고비로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도표 참조).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노동 쟁의 건수는 2백22건. 정부측은 “노사간의 대화가 정착된 결과”라며 환영하고 있으나 노동단체들은 “노조운동 탄압정책에 따른 결과”라고 맞선다. 전국 노동조합협의회 金裕善 조사통계국장은 “6공 들어 급증한 구속·해소 노동자 수가 시사하듯 쟁의 건수의 감소는 외적 강제로 파업이 줄어든 결과일 뿐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라고 주장한다. 노동상황에 큰 변화가 없는 한 한국은 또다시 세계 최대의 노사 갈등 무대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 분야

 보건 분야에서 특히 관심의 대상이 되는 부문은 사망과 관련된 각종 통계자료이다. 사망률이나 사망 원인의 구조는 한 사회의 발전 정도와 변화 양상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도 몇몇 좋지 못한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간암 사망률 : 미국인 10만명 가운데 한해동안 1.4명이 간암으로 사망하는 데 비해 우리는 무려 24명 정도가 죽는다. 경제기획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89년 한국인의 간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3.8명으로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위암 사망률은 한국이 인구 10만명당 31.7명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그 결과 각종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인구 10만명당 68.7명으로 세계 최고이다 (도표 참조).

 그러나 암사망률 통계는 최근 조사방법의 부정확함 때문에 신뢰성을 크게 위협받고 있다. 통계의 바탕이 되는 사망원인 자료가 사망자 가족의 신고를 위주로 모아지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安允鈺 교수 (예방의학과)는 “한국의 연간 사망자수는 약 24만명에 이르고 있으나 의사의 정확한 진단으로 원인이 가려지는 비율은 전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통계가 실제 이상으로 과장돼 있다”고 주장한다.

 40대 남자 사망률 : ‘산업화 사회에서의 극심한 경쟁’, ‘광복 이후의 혼란 속에서 겪어야 했던 생활고’. 지난 89~90년 ‘한국의 40대 남자 사망률 세계 최고’라는 경제기획원의 조사결과가 나왔을 때 언론이 내렸던 원인 분석이다. 그러나 곧 또다른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인 40대 사망률은 선진국에 비해선 높은 편이지만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낮다는 것이다. 지난 90년 각국의 40대 사망률을 비교조사한 바 있는 연세대 의대 金馹舜 교수 (예방의학과)는 “45~54세 연령층의 사망률은 남자는 인구 10만명당 9백76명, 여자는 1백62.2명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특별히 높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결행 사망률 : 후진국병의 대명사인 결행은 1인당 국민소득이 6천달러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에도 여전히 한국의 세계최고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지난 90년 한국의 결핵환자 수는 72만7천명. 보건수준의 향상, 범국민적 결핵퇴치 운동을 65년의 환자 수 1백24만명에 비해 훨씬 떨어졌지만 결핵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2.6명에 이를 정도로 여전히 세계 최고이다. 결행유병율도 1.8%로 필리핀(4.2%) 다음으로 2위. 한국과 경제수준이 비슷한 대만은 지난 82년의 유병률이 0.86%에 불과했다. 대한결핵연구원 洪永杓 원장은 “발병환자 조기발견이 결핵예방의 최대 과제”라고 지적한다.

 흡연율 : 2천년대에 들어서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세계 최고가 될는지도 모른다. ‘無煙운동’ 결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흡연률이 20~30%로 안팎으로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결핵협회가 조사한 90년 한국 성인남성의 흡연률은 무려 68.2%에 이른다. 금연운동협회 (회장 김일순)의 최근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 흡연률마저 44%로 세계 최고임이 밝혀져 흡연 인구 증가에 대한 우려는 더욱 크다. 대한의학협회 尹錫字 박사는 “흡연률을 줄이려면 우선 담배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와 자판기부터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치·사회 분야

 48년 정부수립 이후 아홉차례 개헌, 세차례 혁명적 상황, 계엄령 선포 열차례 등 길지 않은 자유민주주의의 역사 속에서 세워진 몇몇 특이한 기록 가운데서도 국회법안 날치기 통과만큼 한국정치의 희극적 단면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날치기 통과 신기록 : 지난 90년 7월11일은 한국 국회가 ≪기네스 북≫에 신기록을 보탠 날이다. 방송관계 3법이 야당 의원의 저지 속에 여당 의원들만의 찬성으로 30초 만에 날치기 통과된 것이다. 최단시간 법안통과 기록은 사흘 뒤에 같은 장소에서 되풀이됐다. 국군조직법, 광주보상법 등 당시 쟁점이 됐던 법안들이 또다시 30초 만에 처리된 것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金光雄 교수는 “민주주의 실현은 제도만 갖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 스스로 이해와 관용, 용서와 양보 등 기본바탕을 체질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위와 관련된 기록들 : 정치가 널을 뛰는데 사회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지난 87년 권위주의 정권에 항거해 발생한 1만2천9백57건의 시위 건수가 이를 잘 말해 준다. 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발생한 시위에서 1만5천6백17명이 체포된 사건도 혼란한 사회가 만든 세계 최고 기록이다. 현재 이 사건은 ‘민주주의 국가 최대의 대량체포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기네스 북≫의 한면을 장식하고 있다. 해마다 거리에 쏟아지는 20만발 이상의 최루탄과 그에 맞먹는 양의 화염병 투척도 세계 최고감이다. 특히 지난해 강경대군 치사사건 때 4월26일부터 5월19일 사이 최루탄 발사량 10만1천4백9발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권분야

 세계 최장의 장기수 : 현재 대전교도소에 특별수감 중인 김선명씨(68)와 이종환씨(71)는 남북분단의 현실이 빚어낸 ‘슬픈’ 세계 최고이다. 김씨와 이씨는 전세계의 생존해 있는 장기수들 가운데 가장 오래 옥살이를 하고 있다. 지난 51년 10월 남한에 내려와 간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이래 현재까지 가옥에서 보낸 세월은 42년. 28년 만에 풀려난 남아공화국의 흑인 지도자 넬슨 만델라가 한국에 왔다면 아마 울고 돌아갈 것이 틀림없다. 20대초반에 감옥에 들어간 이들은 이제 백발 노인이 됐지만 아직도 쇠창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30~40년 동안 ‘신체의 자유’를 구속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들 뿐만 아니다. 양심수 가족모임인 민주화실천가족협의회(민가협)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복역중인 장기수는 모두 90명. 이 가운데 44명이 비전향 장기수로 복역기간이 대부분 30년을 넘어 모두 세계기록감이다. 민가협 장기수가족협의회 權樂基 의장은 “전향제도와 결부된 무기한 장기 구금은 법 적용의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부당하며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며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다.

 시국 관련 구속자 : 국제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시국 관련 구속자 수도 세계 유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가협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6공화국 출범 이후 시국관련 구속자 수는 92년 5월말 현재 총 5천7백65명 (도표 참조) 이며 현재 구속수감중인 사람은 총 8백5명이다. 이 가운데 특히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사람들이 91년 한해에만 5백35명에 이르러 “국가보안법이 6공화국 들어 더욱 무차별적으로 남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하는 지적도 있다.

 환경과 개발

 유엔환경계획기구(UNEP)는 GNP에 대한 최소한의 환경투자비율을 선진국의 경우 1%, 개발도상국의 경우 0.5~1%로 권장해 왔다. 환경 단체들은 “현재 한국의 환경투자비율이 0.05%도 안된다”고 주장한다.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환경 상태는 이들의 주장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고 있다.

 대기오염 : 서울 시내 중앙청을 중심으로 반경 10㎞ 이내의 바위에는 이끼가 끼지 못한다. 이끼류는 아황산가스가 0.03PPM을 넘으면 살 수 없다. 이제 서울은 이끼는커녕 사람조차 마음대로 숨쉬고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했다. 환경처가 측정한 아황산가스 측정치가 연평균 0.06PPM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90년엔 “서울의 아황산가스 오염도가 중국의 선양, 이란의 테헤란에 이어 세계 3위”라는 주목할 만한 보도도 나왔다. 수원대 장영기 교수(환경공학)는 “각국의 겨울철 아황산가스 오염도만 놓고 따지면 아마 서울이 세계 최고일 것”이라고 말한다.

 1인당 쓰레기 배출량 : 정부의 환경정책이 오리걸음을 하고 있다면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안일한 자세는 여기에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격이다. 1인당 쓰레기 배출량 세계 1위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90년 환경처의 보공식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2.3kg. 최근 환경처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91년 한해에만 6천만t의 쓰레기를 쏟아 버렸다. 정부의 점국민적 계몽에도 불구하고 90년의 5천3백만t에 비해 11%가 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 具滋孔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당 하루 1.5~1.7kg의 쓰레기를 배출해 소비성향이 가장 높다는 미국(1.3~1.6kg), 일본(0.8~0.9kg)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도표 참조).

 원자력 : 안전성·핵쓰레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원자력 부문도 세계적이다. 일본 국세사 ≪세계국세도회≫ 90~91년판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전력의 40.6%를 원자력에 의존함으로써 이 부문에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이다 (도표 참조). 74년까지만 해도 이 부문 1위는 미국이었으며 한국은 화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정부는 2천년대에 원전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지만 핵쓰레기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안면도 사태’가 증명하듯 세계에 유례없는 반핵운동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린 벨트 : 환경파괴 바이와 자원 재생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은 두가지 부문의 자랑할 만한 세계 기록을 갖고 있다. 세계 각국의 토지이용 변화추세를 조사한 ≪세계개발보고서≫ (세계은행. 1992) 에 따르면 65~89년까지 한국의 ‘항구적인 목초지’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비해 6.8%나 늘어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는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막기 위해 지난 몇십년간 실시해온 그린벨트 정책의 성과로 보인다. 이 분야에서 한국 다음으로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인 나라는 일본(6.0%) 이다.

 자원 재생 : 한국은 개발도상국 가운델 중국 다음으로 폐·휴지를 잘 이용하는 국가이다 (도표 참조). 89년 한해 한국이 소비한 폐·휴지는 3백30만t. 비록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89년 한국의 폐·휴지 재생량도 1백90만t으로 세계 2위를 기록함으로서 폐·휴지 재생에 모범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발도상국 가운데 선두는 중국이며 선진국 중에선 미국이 재생량 2천5백만t으로 가장 많다.

 산업분야

 물가 분안, 수입개방 압력, 국제수지 적자 등 최근의 경제기상도는 맑지 않다. 그러나 한국을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선두주자로 밀어 올렸던 기간산업은 경제재기의 주출돌임을 상기시킨다.

 건설 : 싱가포르의 웨스틴 스템포드 호텔은 한국의 건설능력을 한껏 자랑한 건물. 총 73층으로 정문 입구에서 꼭대기까지의 높이가 226.1m인 이 호텔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텔로 ≪기네스 북≫에 올라 있다. 그밖에도 동아건설이 대역사 끝에 완공한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92억4천1백52만7천달러짜리로 단일공사 수주액으로는 세계 최대이다. 그런데 이것은 한국기네스협회가 영국의 기네스 본부에 신청했지만 세계기록을 인정받지 못했다.

 조선과 제철 : 조선과 제철 분야에서도 한국은 괄목할 만한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거제도 있는 대우의 옥포조선소에는 1천2백만t짜리 배를 정박시킬 수 있는 세계 최대의 드라이 도크가 있다. 현대조선은 지난 89년 총톤수 1백41만1천1백63t에 달하는 배 25척을 건조해 한해 선박 제조 최다로 ≪기네스 북≫에 올랐다. 세계 굴지의 철강생산업체인 포항제철은 88년 원강 9백만t을 생산해 세계 기록을 세웠다.

 교육·문화

 '위기에 선 교육‘. 이 말은 지난 87년 교육현실을 진단하며 사용했던 말이다. 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한국의 교육환경은 여전히 ’위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부지와 교사 부족, 그로 인한 과밀 학급, 교사의 과중한 수업부담과 연구환경 부실 등 5년 전 지적됐던 위기의 원인들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초등교사 1인당 학생수 : 91년도 유네스코 통계연감에 따르면 초등교사 1인당 학생수의 국제비교에서 한국은 34.5명, 북한은 26.2명으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도표참조). 한국의 국민학교 교사들이 과중한 부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지표는 교육의 질을 고려할 때 전혀 달가울 게 없는 기록이다. 전문가들은 “교육여건의 열악함은 영세한 교육투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교육재정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고등교육기관 취학률 : 한국과 국토면적이 비슷한 영국에서 23명 남짓한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 한국은 37명 정도가 전문대학 이상의 고등교육 기관에 진학한다. 유네스코 통계연감에 나타난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의 국제비교에서 한국은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도표참조). 그러나 과열 입시경쟁, 고급인력 취업난, 학력간 임금격차 등 높은 취학률이 낳고 있는 부작용도 많다.

 서점 : 지난 5월30일 재개장한 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는 매장 넓이가 2천7백평으로 세계에서 가능 큰 서점이다. 교보문고는 서가 총길이도 24.7km, ≪기네스 북≫에 올라 있는 미국 뉴욕의 반스앤 노블 서점보다 약 4km가 길다. 도서 보유량에서는 영국 런던의풀즈 서점이 4백만권으로 세계 1위이다. 교보문고 鄭石熙 홍보과정은 “교보문고는 한국의 국력과 문화를 상징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밖의 세계 기록들

 서울올림픽 : 지난 88년 9월17일부터 10월2일까지 16일간 열렸던 서울올림픽의 참가국은 총 160개국이며 참가 선수단은 1만3천6백26명, 취재진은 6천여명. 이는 규모면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의 불상 : 지난 90년 4월12일에 희향식을 가졌던 속리산 법주사 청동미륵불은 높이 33m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대구시 동구 동화사의 약사여래불은 높이 30m, 무게 4천5백t으로 석불로서는 세계 최대이다. 이 불상은 지난 90년 10월25일 착공했으며 오는 10월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세계 최대의 유년주일학교 : 부산시 동대신동의 부산 서부교회는 단일교회 유년부 주일학교로는 세계 최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주일학교 학생 수는 약 5천여명이며 교사 수도 4백여명에 이른다.

 세계 최다 합동 결혼식 : 지난 88년 10월20일 서울서 열린 통일교 신자 합동결혼식에서는 6천5백16쌍의 신혼부부가 탄생해 세계 최다를 기록했다.

 서명 운동 : 농업협동조합이 최근 작성한 세계기록은 한국이 당면한 농업위기의 일단을 읽게 한다. 지난해 11월11일부터 12월23일까지 농협이 벌인 쌀 시장 개방반대 서명운동에 1천3백만명의 국민이 참여해 세계 최다 서명기록을 작성하여 93년 ≪기네스 북≫에 정식으로 오를 예정이다. 농협 문화홍보부의 이종윤 과장은 “농업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온 국민의의지가 반영될 결과”라고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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