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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로 다가온‘개혁의 부처’미륵

새로운 철학 대상으로 사상 · 신안 재조명 활발

김현숙 차장대우 ㅣ 승인 1993.12.16(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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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한국의 최초 선승으로 평가받는 성철 스님이 열반한 이후 한국 불교계는 두 가지 표정을 짓고 있다. 국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컸던 나라 안의 관심을 불교 중흥의 기회로 보는 기대감이 그하나요, 그이 한 사람이 한국 불교의 모든 가능성을 끌어안고 있다 가져가버린 듯한 낭패감이 또 다른 하나이다. 그 허탈의 심리 뒤편에는 한국 불교가선승려 중심의 복고주의로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고민과, 개인의 해탈을 구하는 소승으로 전환하고픈 유혹이 숨어 있다.

지난 11월26일 원광대학교에서 한국사상사회회(회장 · 김삼룡)가 주최한‘미륵사상의 본질과 전개’ 국제 학술회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안을 제시해 준다. 이번 세미나는, 미륵은 누구이며 밁사상은 무엇인가, 그리고 현대 한국 불교는 미륵신앙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냐 하는 문제를 이틀간 집중 토의했다. 이 세계가 생겼다 없어지기까지를 불교용어로 현겁(賢劫) 이라고 한다. 불교 경전에 따르면 이 기간에 1천명의 부처가 나온다. 그 첫 번째가 구류손불, 넷째가 석가모니불, 다서번째로 이 세상에 올 부처가 미륵불이다. 그러므로 미륵불은 ‘아직 우리 곁에 오지 않은 부처, 그러나 반드시 와야 할 부처’이다.

석가모니는 자신의 설법을 가지고는 도저히 교화가 불가능한 세상, 즉 오탁악세의 말법시대가 오게 되면 미륵이 나타난다고 예언했다. 자신이 열반한 후 57억년 후라 했다.석가의 예언은 유명한 《미륵삼부경》에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인간 미륵, 즉 부처가 되기 전 청년 미륵의 됨됨이와 근기이다. 석가는 미륵과 여러제자를 앞에 두고‘이제 나의시대는 끝나고 곧 미륵의 시대가 오니 준비하라’고 설법했다. 그러자 그의 제자중 게율주의자요 따지기 좋아하는 모범생 우바리존자가 일어나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미륵은 수행자로서 여러 모로 부족합니다. 출가했지만 선정을 제대로 닦지 못했고 번뇌도 다 끊지 못했습니다. 저럼 사람이 어찌 다섯 번째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까?”

그러자 부처는“번뇌를 끊지 못한다면 그대로 좋다”라고 파격적인 발언을 한다. 번뇌망상을 끊는 것은 모든 수행자의 마지막 과제가 아니던가. 미륵사상 연구자들은 이 대목에서 선수행위주의, 한국 불교 또는 우바라존자나 성철 스님 같은 정통주의자가 놓치는 부분을 발견한다. 즉 번뇌를 끊지 못하는 사람의 갈길을 열어주는 불교사상이 바로 미륵사상이요, 개인 구제가 아니라 집단 구제의 신앙니 바로 미륵신앙이라는 것이다. 번뇌 망상을 끊지 못해도, 그저 미륵의 세계를 상상하고 그의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왕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륵은 엘리트주의를 배격하고 인간적 불교의 길을 터 놓은 셈이다.

한국에서는 하생신앙이 보편화
 이번 세미나에서‘미륵신아의사상적 구조’를 발표한 洪潤植 교수(동국대)는 “관음 신앙이나 지장신앙. 미타신앙 등 불교신앙의 형태가 개인 위주의 신앙인데 미륵 앙은 민족이나 계층 등 집단의 신앙”이라고 정의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와 같은 신앙 형태를 ‘共業의신앙’이라고 설명하면서, 미륵신앙이야말로 오늘의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를 등을 극복할 수 있는 개혁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의 논리는‘자력으로 부처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힘으로 자기를 구원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미륵정토사상, 곧 미륵신앙이다. 한국 불교계에서 미륵사상이 다시 대두하는 것은 한국 불교가 지나치게 관념론에 빠져 있다는 자기 반성과도 무관하지 않다.“한국 스님들은 자기 구원에만 집착하여 개인적으로만 수행하려 하지 자비심의 부족하고 따뜻한 눈빛이 없다”라는 바깥의 지적도 이런 반성을 거들고 있다. 《민중종교운동사》의 저자 황선명씨(서울대 강사)는, 선종이“자력에 의한 깨달음이라는 수도 이상 때문에 집단적인 구제를 갈망하는 민중의 욕구에 부응하기는 불충분하다”라고 지적한다. 미륵사상이 가장 성했던 것은 삼국시대다. 특히 신라는 화랑도를 장려하면서‘화랑=미륵’이라는 등식을 적용하면 미륵신앙을 꽃피웠다. 徐閏吉 교수(동국대 불교문화연구소장)는 미륵신앙이 다른 어떤 정토신앙보다 우월하다고 전제하여“현세에 극락과 불국토를 이룩하려는 진취적인 기상을 가진 신라인에게 당래불로서의 미륵신앙은 더없이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학술세미나에는 중국 · 일본 · 미국에서 미륵사상이 어떻게 연구되고있는가가 비교되어 학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朴性( )교수(뉴욕 주립대 · 불교학)는 지난 88년 《미륵, 미래의 부처님》이라는 저서로 일약 세계적인 미륵사상 전문가로 떠오른 프린스턴 대학의 앨런 스폰버그 교수의‘원효의 미륵관’을 소개하여 주목을 받았다. 박교수에 의하면, 서양에서는 미륵사상이 새 새대의 구세구라는 시각,중국의 도교적 종말론에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사회혁명 사상이라는 시각, 그리고 불교경에 입각하여 구도적 신앙과 수행이라 보고 연구하는 시각으로 나누어진다. 미국 학자ㅓ대부분이 미륵사상을 메시아 사상과 종말론적 사회 변혁사상으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 앨런 교수는 원효의 미륵관과 수행론을 연구하고 있는 보기 드문 학자이다. 그러나 박교수는 그 역시 미륵의 수행법을 밀교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인이 자신감을 가지고 미륵사상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륵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득견미륵,즉 미륵을 만나는 것이다. 미륵이 설하고 있는 도솔천으로 올라가 만나는 것은 상생사상이요, 미륵이 내려온다는 것이 하생사상으로 메시아 사상이라고 통용된다. 안정적이고 귀족적인 사회에서 상생사상이 강하고 불안한 사회에서 하생사상이 발달하는 것은 이러한 차이점 때문이다. 박성배 교수는 전통적을 인도나 중국에는 상생신앙이 강한데 비해 우리는 미륵이 이땅에 내려오기를 기다린 흔적이 많다고 설명하고 있다.   

불교 쇄신화 · 청년화 지표로 삼아야
 유신과 독사독재 시절을 거치는 도안 한국에서 미륵사상은 저항 사상으로서 하생적 측면이 강조되었다. 황석영의 《장길산》대미에는 반역 잔당들이 운주사로 들어가 미륵을 기다리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으며, 한국적 해방 신앙으로서의 면모가 강조되었다. 특히 오늘날으 불교를 관제 불교 또는 산속 불교 · 귀족 불교로 배격하며 출발한 민중 불교 운동권에서 미륵사상의 메시아니즘이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세민에서도 邊鮮煥 목사 (전 감리교 신학대학장)는 “미륵은 불의하고 부당한 권력에 항거하는 민중의동반자”라고 선언하고“한국의 갈릴리, 옛 백제 땅에서 미륵사상과 해방신학의 연대를 촉구한다”고 발언하여 좌중으로부너 박수 세례를 받기도했다.

그러나 말법사상과 위기의식이 지나치게 강조됨으로써 미륵사상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백련교도의 난이나, 백제의 궁예 이후 견휜 · 여환 등 미륵의 난을 통해 역사적으로 억압받은 것은 결국 민중이라는 것이다. 변목사가“미륵메시아운동이 정치 이데올로기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경혐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미륵사상은 이제 변혁 사상의차원을 넘어 불교의 쇄신화 · 청년화를 이끄는 새로운 철학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金賢淑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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