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경석 사무총장
  • 김춘옥 편집위원 ()
  • 승인 199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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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 실명제 공약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경제적 부정의에 있으므로 금융실명제, 토지공개념, 금융자율화를 실시함으로씨 경제개혁을 하자는 취지로 출발한 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7월8일 출범 3주년 행사를 가졌다. 

 출범할 때 5백명이던 회원이 7천명이 됐고 간사 5명이 45명으로 늘어방다. 이제 경실련은 23개의 본조직과 10개의 지방조직이 있고 15개의 연구과제를 안고 있다. 

 다원화 사회로 가는 문턱에서 본격적인 시민운동 방법을 개척한 徐京錫 사무총장(44 ·목사). 3대에 걸친 기독교 가정(그의 증조 할아버지 徐景祖는 한국 최초의 목사)에서 자란 그는 서울공대 기 계공학과를 나온 후 세번째로 투옥됐을 때 목사가 되기를 결심하고 미국 프리스턴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서목사로부터 경실련 3 년파 앞으로의 시민운동 과제를 들어본다.

 

7월8일에 열린 경실련 3주년 세미나가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경비 는 얼마나 들었습니까.

 참가한 분들로부터 1만원씩 회비를 받았고 책 판매수입 10만원을 보탰습니다. 모두 2백60만원의 수입 가운데 식대를 내고 7명의 발 표자에게 각각 5만원씩 35만원의 사례비를 지출하니 45만원이 남 았습니다. 발표자 가운데 우리 회원에게는 사례비를 지급하지 않 았고 외부인사 가운데 두명은 사례비를 도로 기부했습니다.

 

지난달 발족한 환경개발센터까지 조직이 23개나 됩니다. 6월만 해도 15가지 행사를 가졌습니다. 백화점식 운동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처음에 경제정의 실현을 앞세우고 일을 시작하자 도시빈민들이 찾아왔습니다. 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 영구임대를 촉구하는 시민 운동을 하게 됐어요. 다음에는 농업문제 전문가들이 찾아왔는데 이들은 정부도 재야도 그들의 입장을 바르게 대변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또 경실련 회원들이 토지문제만을 갖고 얘기할 수가 없으니까 부정부패문제를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민운동의 성격이 다양한 문제를 자율적으로 소그룹운동으로 펼쳐 나가는 것이므로 확산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환경단체가 많긴 하 지만, 우리 사회 의 경제구조, 7차 5개년계회, 경제발전계회의 우선 순위, 산업구조, 국민의 철학 등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각 분야의 전문가와 국민 전체가 토론해야 한다는 취지 아래 환경개

발센터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운동권이 잘못됐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경실련에 대해 보수계층은 운동권 단체로, 운동권에서는 개량주의의 산물이라고 보는 듯합니다. 개량주의의 산물이라는 표현은 좀 뭣하고 개량주의적이라는 말에 는 동의합니다.

 

운동권 단체라는 말에는 동의하십니까?

 창립 초기에는 양쪽으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으나 3년 동안 이같은 인식은 개선됐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세미나에는 경제기획 원에서 강봉균 차관보가, 재야쪽에서는 전교조에서 한분이 나와 경실련의 성과를 얘기했습니다. 이 양측은 다른 곳에서는 만날 기 회가 없는데 우리 행사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즉 운둥권은 경 실련의 운동방법에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정부나 기업은 경실련을 필요한 대화의 상대자로 여기는 경향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 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양측의 극단적인 시각이 완전히 사라 진 것은 아니나 상당히 개선됐다고 봅니다.

 

운동권 단체들과 연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작년에 재야운동권에서 수서 사건에 함께 연대하자고 한 적이 있 었습니다. 우리는 평화적 방법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운동을 한다면 누구와도 연대하지만 정권타도를 목표로 비합법 시위를 한다면 곤란하다고 말해 연대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작년 10월 에는 우리가 경제개혁촉구 시민대회를 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자는 서한을 모든 운동권 단체에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전노협이 같이 하자고 해서 함께 일했습니다. 그동안에는 한국 노총과 함께 일했는데 전노협이 들어오는 바람에 한국노총은 들 어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단체에 대한 편가르기를 하 지 않습니다. 우리사 폭력적인 운등을 편다면 현재 얻고 있는 다 양한 계층의 지지를 잃을 뿐만 아니라 여러 운동권 가운데 아주 작은 단체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진보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또 한번은 전노협에서 경실련이 후원단체가 돼 주 었으면 한다는 제안을 간접적으로 해온 적이 있습니다. 한 단체의 입장을 무조건 지지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어 거부했습니다. 전노 협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지한다기보다는 전노협이 하는 일이 옳기 때문에 지지한다는 태도를 갖고 싶어서입니다.

 

금융실명제, 토지공개념, 금융자물화를 내건 지 3년이 됐으나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듯합니다.

 이 문제는 너무나도 근본적인 개혁이므로 성명서나 시민집회로 될 일도 아닙니다. 결국은 각 정당이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걸도 록 캠페인을 하고 국민 앞에서 표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 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위 세가지 문제를 정책 으로 공약하도록 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국민 당은 이 두가지 점을 인식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선거풍토가 정책대결이 아닌데 공약으로 내걸 때 그 효과 가 얼마나 클지 의문이 갑니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서는 정책 캠페인보다는 공명선거 캠페인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이 두가지 캠페인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총선때는 공명선거 캠페인에 주력했 고 정책 캠페인을 부수적으로 했는데 이번 대통령선 거에서는 공명선거 캠페인 못지않게 정책 캠페인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비록 큰 반향을 얻지 못한다 하더 라도 정책대결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망국적인 지역감 정을 치유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경설련이 추진하는 경제개혁에 가장 큰 방해가 기득권 층이라고 자주 말하는데 이들이 쉽게 양보할까요.

 기득권충 (대재벌과 대토지 소유자) 의 강한 저항이 문제입니다. 이들이 경제개혁에 동의할 것인가, 또 새 정부가 기득권충에 맞서 이같은 일을 할 것인가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봅니다. 민자당이 금융실명제를 공약으로 내걸지 않으면 낙선할지 모른다는 위협을 느 낄 때까지 시민 운동을 몰고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열기가 사라져가고 있는 만금 좀더 근본적인 문 제, 즉 비합리적인 사희 풍토가 눈을 돌려야 할 더 심각 한 문계가 아닌가 합니다만.

 우리 사회의 문제의 대부분은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 이 정당한 대우를 못받는 잘못된 경제질서에서 비롯 되기 때문에 이 문제가 고쳐지지 않으면 다른 문제가 고쳐지지 않습니다. 최근 땅값 상승률이 둔화되긴 했으나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근본적으로 땅값이 아주 떨어지기 전에는 문제 해결이 어렵습니다. 경실련 출 범 때보다 경제정의 실현이라는 이슈도 다원화된 것 이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능업 ·환경 문제 해 결을 위해서 산업구조를 어떻게 개편하느냐 하는 것 과 경제력 집중 해소와 같은 문제로 관심의 폭을 넓히 고 있습니다. 아울러 부정부패 추방 문제와 민간기구 의 자율성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치를 재선키 위해 노 력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경실련에서 발행하는 ≪경제정의≫에 재및기업의 광고가 실리 던데, 정책의 변화입니까 아니면 재정상의 문제로 어델 수 없이 택한 '타락의 시작'입니까.

 저희는 그것을 타락의 징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기업의 경제력 집중에 반대하지 않는 일은 해본 적이 없고, 두번째는 우리는 가진 자건 갖지 믓한 자건 우리 사회가 이렇게 돼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과 얘기하는 단체이기 때 문에 대기업의 돈을 받아서는 안된다라는 원획은 갖고 있지 않습 니다 전에 두산그룹으로부터 OB광고를 받았었는데 패놀사건이 터진 후 두산제품 불매운동에 앞장싫습니다. 광고도 거절했습니 다. 그쪽에서는 정장히 당황했죠. 계속해서 광고를 주겠다고 했으 나 우리는 일이 끝나기 전에는 받을 수 없다고 했죠. 1년 정도 지난후부터 다시 광고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번 선거때는 포항 제철이 우리에게 광고를 주었는데도 포항제철의 선거개입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기업이 다른 곳보다 우리의 시민운동에 지 원하는 것이 더 보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5명이나 되는 직원의 월급과 사무실 임대료 등을 다 어떻게 충당하고 있습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7천 회원의 회비가 전체 예산의 70%,특별헌금 이 30% 정도였는데 올해 들어 회원의 회비가 준 것은 아니지만 사업이 확장되고 특별헌금이 늘어나 회비와 헌금이 50%씩입니다. 직원들은 모든 조건을 잘 갖춘 사람들인데도 일반 대기업의 30% 정도의 월급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봉급을 75%밖에는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기부금에 대한 법적 제한 때문에 민간기구 의 자율성이 저해되고 정보공개법 때문에 감시기구로서의 역할에 큰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바르게살기운동촉진법을 제정해 관현 단체만 키우려 하고 있거든요. 민간의 자율적 기능이 신장되 어야 하는데도 과거 군사문화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에서 하나도 바뀐 게 없어요. 우리 사회의 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고쳐야 할 부분의 하나입니다.

 

경실련도 언젠가는 정부로부터 보조받고 싶다는 말입니까?

 정부의 돈은 절대로 받으면 안된다는 원칙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 금처럼 자유총연맹이나 바르게살기운동 단체에 거액을 지원하고 선거 때 하부조직으로 이용하는 방식의 지원은 없어져야 하고 또 그같은 식으로 지원하는 한 받기 어렵습니다. 민간 단체의 자율성 이 훼손되지 않는 방법으로 지원한다면 마땅히 지원을 받아야 합 니다. 예를 들면 외국처럼 각당이 국회 차원에서 소위원회를 만들 어 민간단체를 지원해야 합니다. 정부 지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그렇다면 바르게 쓰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문제를 정부와 협의한 적이 있습니까.

 이 문제에 관한 입장 정리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만 토론을 한 적 이 있었습니다. 또 계속 토론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그런 방향으 로 가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실레지만 재산이 어느 정도 있습니까.

 저요, 저는 집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해군 준장과 한국기계공업주 식회사 사장을 지냈으나 군 시절에는 집이 없었고 사장 시절에 간 신히 국민주택 하나를 소유했습니다. 지나치게 청렴해서 외국에 출 장을 다녀오면 경비가 남은 것은 그대로 반납할 정도로 철저했습니 다. 아버지는 현재 군복무연금과 독립유공자연금(할아버지가 독립 유공자) 두가지를 받고 있어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월급은 얼마나 받습니까.

 보너스 없이 94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강연수입 등이 좀 있어요.

 

경실련에서 격주간 신문을 발행한다는데 본격적으로 언론에도 뛰어 들 생각입니까?

 소식지 (《경실련 소식》)를 월 1회 발행하는데 이것으로 는 회원관리를 할 수가 없어서 확대하는 겁니다. 그동안 《경제정의》가 격월간으로 나왔는데 부수도 늘지 않고 해서 그 인력에 한 사람 정도 더 채용해서 (8명이 일 하고 있다) 격주간 신문을 발행하기로 한 것 뿐입니다.

 

어느 선까지 조직를 확장할 예정입니까.

 세미나에서 강문규 YMCA사무총장은 대기업의 광고 는 받지 말고 전체적으로 소박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했 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실련을 통해 서목사 개인의 야심을 실현시키려 한다는 비난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간접적으로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야심이 있습니까.

 정치적인 것을 말하는 거겠죠‥‥. 아니,사회적 명성일까요 우선 경실련 하면 서경석 목사 이렇게 돼버린 것이 거북합니다. 되 도록 많은 사람이 경실련을 통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아, 경실 련을 만든 동기를 얘기하라는 건가요. (서목사는 운동권에 대해 민 감한 얘기라면서 기자의 녹음기를 끈 채 한 운동권 연구소 소장직 을 그만두고 경실련을 창설한 배경을 설명했다) 3년 전에는 아무 도 이 운동이 성공하리라고 생각 못했고 그러니 야심이고 뭐고 염 두에 둘 겨를이 없었습니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시기였다는 말 씀만 드리겠습니다.

 

이문옥, 제주도탑동도민희에 이어 이지문 중위가 경제정의상을 받은 데 대한 우려의 소리도 었습니다.

 글쎄요,수술을 하려면 피를 흘려야 하는데 피를 흘리지 않고 문 제의 근원해결이 가능한지 의문이 갑니다.

 

이 점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들과 같은 행동을 한다면 사회가 유지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양심적 행동을 했다고 흔들리는 사회는 빨리 청산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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