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 처방보다 정밀 진단 시급
  • 김상종 (편집위원 · 서울대 미생물학) ()
  • 승인 1992.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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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로 많은 국가 원수들이 한 자리에 모 여 인류의 생존방안을 논의했던 리우회담의 결과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리우에서 "우리 어린이들이 이 순간과 이 장소를 돌이켜본다면, 우리들의 리우에서의 만남을 고마워하게 될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천명했다. 그러나 미래에 지금의 어린이 세대가 정말 고맙게 생각할지 여부를 떠나 당장 많은 환경보호단체들은 부시를 "생태학적으로 퇴화된 인물" 또는 "노상강도"라고까지 매도했다. 부시 행정부가 '기후변화협약' 내용에서 구체적인 시행일정을 삭제한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한 점이나, '생물종다양성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처사는 '세계의 경찰' 을 자처하며 대규모 군사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던 공격적인 외교정책과 대조되어 더 큰 비 난을 받았다. 

 리우회담의 진정한 성공 여부는 각국이 얼마나 후속 조처 를 열심히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대 표단의 귀국 이후 에너지 절약형으로의 산업구조 개편 · 환경기술원 설립 · 환경세 도입 등 다양 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다. 이중 핵심이 되는 것은 철강 시멘트 ·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의 공정 개선과 에너지 절약형 제조설비 보급을 골자로 한 산업구조 개편계획이다. 그러나 대상 산업계의 규모로 보아 단기간 내 목적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 같 다 더구나 이제까지 정부의 환경에 대한 무관심이 에너지 다소비 문제 발생을 더욱 증폭시켜온 게 사실이다.

'기후협약'에만 얽매여 국내 환경문제 본질 외면

 국제적으로는 지구온실효과에 대한 우려로 탄산가스 방출량을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기에 국내에서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석유화학 분야에 삼성과 현대 두 재벌그룹의 신규참여를 허 용함으로써 세계 추세에 역행했다. 그뿐 아니라 중복투자로 인한 생산시설 과잉으로 국내기업간의 과도한 경쟁만 유발시켰다. 결과 적으로 보면 정부의 국제정세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국민과 기 업에게 더 많은 환경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효율의 증대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다양한 과학기술이 요구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막대한 투자재원의 화보와 함께 관련분야의 국내 과학기술 인력과 그 수준에 대한 자료를 구체적 가능한 공정개선부터, 장기적으로는 소요기술 개발까지 포괄적인 종합개편안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국제교역에 대한 제약의 증대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기업의 처지에서 보면 이제까지의 미온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환경보전 차원에서뿐 아니라 생산비를 절감해 국제 경쟁력 향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 아야 한다.

저에너지 산업으로의 구조개편과 같은 에너지 절약은 계속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문제근 최 근 정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 이 기후협약과 연관된 내용에 만 국한되어 있어 국내 환경문제의 본질을 오히려 외면하는 점이다. 환경문제가 자주 거론 되는 근본적인 배경은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데 있다. 리우회담이 개최된 것 은 지역마다 유사한 문제가 발 생하고 이것들이 증폭되어 마침 내는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 하게 되니까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해서이다.

  정부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 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정부가 이 요구사항을 중요하게 여기 는 까닭은 수출에 지장받을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것만 충족시킨다고 우리의 환경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 다. 연중행사로 매년 겪는 수돗물 파동, 달마다 발표되는 한 묶 음의 환경사범 명단, 정부기관이 앞장서서 파괴하는 자연녹지, 숨을 쉴수록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공기, 갈수록 물고기 구경조차 힘들어진 연근해안, 유해 폐기물과 농약으로 찌든 토양 등 환경오염 사례는 꼽아 보기가 두려울 정도로 일상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이제 환경문제는 한 두가지 개선책만으로는 해 결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우리의 심각한 환경문 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오염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의 환경 자료와 통계가 부정확하므로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 도 오염 현황과 발생원인의 정밀한 진단이 이루어져야 올바른 처방이 가능하며, 결과적으로는 시간과 투자를 절약하면서도 오 염된 국토를 효율적으로 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진단과 처방 이 나오기도 전에 마구 칼을 들이대어 우리 국토를 회생불능 상태로 빠뜨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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