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올림픽 테러 없이 열리나
  • 파리·양영란 통신원 ()
  • 승인 1992.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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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크, 시한부 평화 보장 제의… 정부, 병력 2만 배치



 바르셀로나 상공을 위협하는 테러의 먹구름은 과연 사라졌는가. 올림픽 개막을 2주 앞둔 7월10일, 바르셀로나 올림픽 치안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로 지목되는 바스크 분리주의자(ETA)들은 마드리드 정부에 두달간의 휴전을 제의했다. 스페인의 정부측은, 정치적 협상을 수락한다면 올림픽 전후 두달간 평화를 보장하겠다는 바스크 분리주의자측의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내무부의 한 대변인에 따르면 바스크가 무조건 테러행위를 단념하지 않는 한 어떠한 협상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마드리드 정부의 입장이다. 더욱이 휴전을 제안하는 과정에서조차 바스크 분리주의자측은 “독립투쟁의 모든 수단은 그대로 존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천명한 만큼 스페인 정부가 공개적으로 이제안을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이 제안을 거부한다고 해서 기왕에 있어온 바스크 분리주의자들과의 비공식 접촉마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올림픽 외에도 올 한해 동안 세비야만국박람회,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5백주년 기념행사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무사히 치르기 위해 다른 어느 때보다도 국내 치안에 주력해야 하는 스페인 정부이므로 내심 이 제안에 귀가 솔깃할 수도 있다. 지난 3월에도 바르셀로나 교외에서 분리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행위가 4건이나 발생해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작년 봄·가을에는 카탈루냐 지방(바르셀로나가 속한 지방)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잇따랐다. 펠레페 곤사레스의 사회당 정부는 협상에 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테러행위를 방치할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놓여있다.

 

올림픽치안위, 조직위보다 6개월 앞서 구성

 바스트 분리주의자들의 상황도 이보다 나을 것은 없다. 최근 몇년 동안 스페인·프랑스 양국 경찰이 긴밀히 협조해 바스크의 주요 지도자들을 대거 체포하는 바람에 그 조직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테러행위을 할 만한 형편이 못되는 것이다. 조직 내부에서도 폭력 시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 데다 이들에게 비판적인 스페인 여론 때문에 점점 고립되는 상황이고 보면 이번 휴전 제안은 이들의 마지막 승부수일 수도 있다.

 어쨌든 바스크 분리주의자와 정면대결을 벌이기도 작정한 듯 스페인 정부가 이번 올림픽 준비를 위해 세워놓은 치안계획은 대대적이고도 치밀하다. 올림픽조직위원회의 발족보다 6개월이나 앞선 1987년 5월에 이미 올림픽치안위원회를 구성한 사실은 특기할만하다. 이 위원회에는 스페인 국가경찰, 자위대 및 카탈로니아 지방경찰, 바르셀로나 시 소속 경찰이 대거 참여하여 테러방지 대책에서부터 전산화된 교통정보에 이르기까지 17개 부문에 이르는 프로그램을 짜서 분담하고 있다. 주경기장이 자리잡은 몽후익 언덕을 중심으로 올림픽 경기 시설물과 지중해 해안의 올림픽촌 보호에 주력하고 있는 치안요원의 수는 올림픽 경기 시작과 함께 2만명으로 증원될 예정이다. 여기에 발전소나 공항 역 항구 등 전략기지의 보호를 맡은 군부대 병력과, 스페인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프랑스경찰의 긴밀한 지원을 추구한다면 사실상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이 올림픽 기간 중에 테러를 할 수 있는 틈은 아주 좁다.

 올림픽 조직 책임자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이 지난 3월 바르셀로나 외곽지역을 강타했던 것과 같은 규모의 테러행위를 올림픽 개막 전에 또다시 실행함으로써 바르셀로나에 쏠린 세계의 관심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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