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반골’도시 바르셀로나
  • 파리·양영란 통신원 ()
  • 승인 1992.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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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도 고유어 써… 올림픽 열면서 지방자치 정부와 잠정 타협



 7월25일부터 8월9일까지 2주 동안 여름올림픽이 개최되는 바르셀로나시는 행정구역상 카탈로니아 지방에 속한다. 스테인 북동쪽에 있는 이 지방은 북서쪽에 있는 바스크 지방과 더불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드센 곳이다.

 특히 부유하고 자존심 강한 카탈로니아 사람들은 자신을 스페인 사람이 아닌 카탈루냐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이 지방과 카스티야 지방(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가 있는 곳)의 반목은 깊다.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카탈로니아어가 아닌 스페인 표준어로 강의하는 교수에게는 수강생이 한명도 없을 정도이다.

 폭도와 반골, 무정부주의자의 소굴로 알려진 바르셀로나를 수월하게 통치하기 위해 19세기 중반 마드리드 중앙정부가 이 도시를 반듯반듯하게 뜯어고치려 한 적이 있었다. 이같은 시도에 대한 반발의 결과가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 귀엘 공원 · 라 페드레라 건물 등으로 유명한 가우디의 ‘부드러운 건축법’이다. 마드리드가 직선적인 도시라면 바르셀로나는 당연히 곡선으로 꽉 채워진 도시가 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처럼 마드리드와 숙적관계를 유지해온 바르셀로나시는 그러나 올림픽을 계기로 ‘스페인’과 본의아니게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림픽을 원활하게 치르기 위한 건설 예산의 70% 이상이 국고에서 충당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역사적으로는 화해하기 힘든 라이벌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사회당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까닭에 마드리드 정부와 파스쿠알 마라구알 바르셀로나 시장간의 협상이 비교적 수월하게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큰 일을 치르게 된 마라구알 시장의 가장 큰 두통거리는 바르셀로나 시청 맞은 편에 있는 카탈루냐 지방자치 정부였다. 중도우파 국가주의자로 분류되는 자치정부 우두머리 호르디 푸홀과 마라구알 시장은 학교 동창생이며 프랑코 독재치하에서는 함께 야당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프랑코 사후 이 두사람은 서로 갈라져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푸홀쪽에서는 마라구알이 올림픽을 지나치게 ‘자본화’한다고 비난하고 마라구알 시장은 지방자치 정부가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통에 올림픽 준비가 잘 안된다고 불평한다.

 스페인 헌법에 따라 1987년부터 도시계획 결정권이 지방자치 정부로 넘어가면서 둘 사이의 알력은 더욱 커져 도시정비 사업에 자꾸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처럼 누가 돈을 낼 것인가로 옥신각신하는 통에 애꿎은 순환도로와 호텔·지하철 건설 공사만 지연되었다. 바르셀로나 출신인 사마란치 현 국제올림픽조직위원장의 재촉이 없었더라면 바르셀로나시는 아직까지 거대한 공사장 신세를 면치 못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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