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도 자원이다”
  • 김당 기자 ()
  • 승인 1992.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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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우물 파기 10년



방류량 줄이고 비료로 만드는 박형인씨
 누런 똥을 황금으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똥이 지천으로 널린 이 세상이 똥을 찾는 연금술사들의 극성으로 말끔히 청소될 것이다. 비록 연금술은 아니지만 지금은 사라진 똥장군이 갖는 환경적 의미는 각별하다. 똥을 담는 통이자 똥을 수거하는 작업을 가리키는 똥장군을 비록 남들이 외면하는 천덕꾸러기이자 천직이었지만 한때 짭짭한 이중벌이였다. 똥장군은 도회지에서는 똥을 수거해 오물 수거료를 받고, 농촌에서는 수거한 똥을 논밭에 거름으로 대주고 돈을 받았다. 더러운 폐기물이라기보다는 자원 개념이 먼저 적용된 셈이다. 그때는 농촌인구가 도시인구를 곱절 넘게 앞질렀고 똥은 자연스럽게 땅으로 되돌려졌다. 그러나 도시화 ·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똥장군이 사라졌고 그와 함께 ‘리사이클’의 고리가 끊어지게 된 것이다.

 “똥을 원료로 한 제일가는 상품과 기술을 만드는 것”이 일생의 꿈인 박형인씨(47 · 흥양개발 대표이사)는 비록 똥을 연금술사는 아니자만 똥에 투신해 똥에서 ‘기회’를 찾아낸 대표적인 환경사업가이다. 전남대 화공과를 나온 박씨가 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부친을 따라 72년에 일본에 건너가 와세다대학에서 환경공학으로 전공을 바꾸고부터이다. 당시 일본은 열도 전체가 공해로 몸살을 앓던 때였으나 지금처럼 환경공학과는 없었고 대학원 과정으로 동경대와 와세다대 두곳에 산업공해 전공과정이 있었다. 박씨는 와세다대 산업공해연구실에서 수질을 전공,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부친의 사업을 도우면서 유기폐기물을 처리해 재활용하는 연구와 사업을 시작했다.

 박씨가 똥오줌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게 된 데는 “공해는 유기순환 질서의 파괴에서 오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도시화 · 산업화가 진행되기 전에는 모든 똥이 퇴비장을 거쳐 논밭에 뿌려지는 재순환 과정을 밟아 문제되지 않았는데 그 고리가 끊어져 환경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분뇨처리 방식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 ‘물타기’(20배쯤의 물로 희석해 똥물은 버리고 찌꺼기는 거르는 것)로는 환경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는 석이 박씨의 지론이다. 매립이나 희석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처리방법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일 뿐 리사이클만이 완벽한 처리라는 것이다.

 

“바다로 보내면 오물, 땅으로 보내면 자원”

 박씨는 물을 섞지 않고서도 응집반응으로 분뇨를 처리해 비료를 생산하는 이른바 흥양토털시스템 (액상부식법)을 개발해 나주분뇨 처리장을 시발로 현재 전국 50여개 시 · 군에 보급중이다. 90년 ‘고동노 유기오수의 퇴비화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은 이 새 기술은 固液분리와 완숙퇴비화 기술을 종합 연계시킨 것이다. 특히 종래의 분뇨처리장이 20배로 희석해 방류시키는 데 견주어 이 설비는 무희석으로 오폐수를 처리, 시설규모가 간편하고 운영비도 절반밖에 안들며 냄새로 거의 없어 분뇨처리장보다는 박씨의 표현대로 ‘유기질비료 생산공장’에 더 가깝다.

 실제로 지난 89년부터 가동중인 나주분뇨 처리장(1일 처리용량 40㎘)으 경우 현재 이곳에서 생산한 슬러지비료를 농민들에게 1t당 1만1천원씩 받고 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 앞으로 유기농법의 확산과 더불어 ‘똥을 원료로 한 비료 만들기’가 다른 지방자체 단체에도 확산될 전망이다. 흥양개발은 올해 환경처가 고시한 분뇨처리장 설비 수주에서 90%이상을 도맡을 만큼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는 관급공사만 맡고 있는데 중 · 대형 처리설리를 해주는 데 30억원쯤 받는다. 흥양개발은 신설공사와 더불어 기존 분뇨 처리장 개조공사도 함께 하고 있어 이대로가면 전국 시 · 군 분뇨처리장이 액상부식조 설비로 뒤바뀔 전망이다. 박씨는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환경공학 자체가 종합학문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수질쪽은 특히 학문 · 공학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환경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물에 손댄 사람 중에 돈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박씨도 그동안 온갖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는데 “아버지의 도움과 후견이 없었다면 빈독에 물붓기식의 연구개발투자를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힌다. 아버지가 일본에서 번 돈으로 아들이 똥에 투자한 셈이다.

 

한국똥엔 불순물 많아 처리 어려워

 박씨는 현재 일본 도쿄에서 흥양산업과 흥양생물자원연구소 및 실험목장 등을 운영해 오고 있는데 액상부식법도 사실은 박씨가 일보에서 먼저 실험해 개발한 것이다. 흥양산업을 현재 자영 목장에서 나오는 소똥, 닭똥, 돼지똥 등을 발효퇴비로 만들어 일본 농민들에게 t당 5천엔씩에 포장판매하고 있다. 박씨는 사람똥에도 이 기술을 공학적으로 적용, 분뇨처리 및 산업화를 시도했으나 일본인들의 배타성 때문에 일본시장을 파고드는 데 어려움을 겪자 한국에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10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했는데 주요인은 일본에서 개발한 기술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한 탓이다. 즉 일본똥과 한국똥이 서로 다르고 같은 한국똥이라고 해도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다른데 이를 무시했던 것이다. 박씨의 경험에 따르면 분뇨처리는 이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최적 생존조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에는 계절과 먹이(똥)의 양의 변화에 따른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씨에 따르면 일본똥은 한국똥보다 묽고 불순물이 적어 처리하기도 쉽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분뇨처리장이 현재 1천5백개쯤 되는데 아직은 기존의 20배 희석법이 대종이나 최근 10배쯤 희석처리하는 고부하법을 개발, 적용하는 추세이다.)

 박씨는 그 배경으로 국민성의 차이를 지적한다. 일본에는 정화조 시설도 많고 화장실이 실내에 있어 늘 청결성이 유지한는 데 견주어 한국에서는 “처가집과 변소는 멀수록 좋다”는 속설에 따라 변소가 한데에서 풍찬노숙하며 홀대받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똥에는 변소 시멘트에서 부스러진 모래 따위가 많이 섞이고,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변소를 모든 허섭쓰레기의 종말하치장쯤으로 간주해 온갖 ‘불순물’을 걸핏하면 변소에 쓸어넣기 일쑤여서 똥의 ‘순결성’이 더럽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씨는 “지난해부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지만 아직은 과실을 따먹을 때가 안된 만큼 매출액을 1백%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하고 있다”고 밝힌다. 박씨는 3년 전에 똥과는 관련이 없는 국수공장 하나를 세웠다. 흥양개발이 똥사업으로 번 돈을 전액 재투자하려면 20명쯤 되는 연구원 및 직원들의 임금을 감당할 고정수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에 살던 가족들도 한국으로 이주시킨 박씨는 “앞으로 남은 과제는 배설물을 전량 퇴비화해 토양개량제로 재활용하고 나아가 현재 분뇨에만 적용되는 액상부식법을 모든 유기폐기물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10여년 넘게 ‘똥우물’ 하나만을 판 똥박사인데도 사업에 바빠 박사논물을 못쓴 박씨는 “학계에서는 아직 분뇨의 무희석처리에 거부감에 갖고 있다. 그래서 액상부식법의 이론 정립을 위해 전남대 고려대 한국과학기술원 등에 용역을 줘 여구중인데 이론이 정립되면 그 적용범위가 훨씬 더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똥을 강이나 바다로 보내면 오물이지만 땅으로 보내면 자원”이라는 신념이 박씨를 똥에서 기회를 찾게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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