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學’의 탐구 서울올림픽 그후
  • 안병찬 (편집인) ()
  • 승인 199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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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에 근거한 ‘사람의 학문’을 남다르게 신봉하는 대학교수가 있다. 그가 ‘人學박사’를 자처하면서 결코 고집을 꺾지 않는 사실은 이는 사람만 알고 있다.

한양대 인문사회과학대학 문화인류학과의 강신표 교수는 지난 73년 하와이대학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이래 ‘인학박사 강신표’라는 명함을 고집스럽게 지켜오고 있다. 그것은 고집이라기보다 학문적 신념의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그 스스로는 ‘선생의 자각’이라고 말한다.

강신표 교수는 74년 문화인류학회에서 처음으로 ‘인류학’은 ‘인학’이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던졌다. 그는 주장했다. “인류학(Anthropology)은 인간의 연구입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인류학의 초점이 됩니다. 인류라는 개념은 原流와 대비되는 종류개념입니다. 따라서 인류학을 우리말로 인학이라 해야 옳을 것입니다. ‘한국인류학’이라기보다는 ‘한국인학’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용어를 표현하는 말은 학문의 개념규정에 있어 매우 중요하므로 관행에 끌려가지 말고 정확한 우리 용어를 가져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자기가 괴짜로 여겨지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그는 오히려 문화인류학회는 89세의 최고원로 임석재 선생이 있으니, 69세의 최고원로를 가진 사회학회와는 20년 격차가 있어 비교가 안된다고 말한다. 임석재 선생이야 말로 ‘인학’의 기인이요 신선이라는 것이다. 인학박사 강신표는 임석재 선생이 2년 전 학술원상을 받던 때의 일화를 전한다. 90년부터 상금이 1천만원으로 오른다는 얘기를 들은 임선생은 “원 재수가 없어서 올해 상받네”하며 주변사람으로 하여금 폭소케 했다고 한다.

70 넘은 노제자 17명 우르르 나와 선생님께 큰 절
임선생은 상금 6백만원을 할아버지가 여러 손자에게 용돈을 쪼개어 주듯이 모두 나누어 주었다. 문화인류학회 1백만원 굿학회 1백만원 비교민속학회 1백만원 심리학회 1백만원 자광아동상담소(성신이상이 있는 아동을 보호하는 기관) 30만원, 마땅한 학회를 찾아줄고 보관중인 1백70만원.

선생의 이북설화집 출판기념회가 마당 세실극장 레스토랑에서 열렸을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한다. 사회자가 “60년 전 평북선천에 있을 때의 제자 모엿! 앞으로 왔! 선생님께 경례!” 하고 소리치자 17명이나 되는 70 넘은 노제자들이 우르르 나와서 선생님께 절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중에 재야 인사로 이름난 계훈제씨도 있었는데, 60년 전 1930년에 학생 계훈제씨가 숙제로 제출한 ‘옛날 이야기’한편이 이북설화집에 ‘계훈제 제공’으로 실렸다. 임선생은 말했다. “자네가, 아니 계선생이 낸 그 숙제물 원본은 60년간 내가 보관했는데 이제 되돌려줄까?” 정말로 무서운 임선생님이라고 인학에 몸담은 학자나 제자들은 놀라고 말았다.

어지간한 인학박사 강신표도 인학 분야의 스승인 임석재 선생한테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는 모양이다.

인학박사도 조선전통문화를 주제로 18회에 걸쳐 연구발표를 한 실적의 소유자. 이는 단일 주제를 가지고 연속작업을 한 드문 예로 꼽히고 있다. 그는 손수 몰던 승용차가 빗길에서 비탈로 두번 굴러 전파되고 머리를 여러 바늘 꿰매는 부상을 입은 직후에도, 경북안동에서 열린 인류학회의 특강약속을 이행한 옹고집이다.

인학박사는 지금 발달한 8개국(미국 스페인 중국 영국 뉴질랜드 호주 서독 캐나다)의 텔레비전매체가 한국의 서울 올림픽을 세계 시청자에게 어떻게 소개했는가, 의문을 가지고 우선 언어적 차원에서 인학적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 4개 도시의 대학 연합하는 ‘인학적 음모’
최근의 올림픽을 돌아보면 32년의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미국의 세기가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고, 36년의 베를린 올림픽은 파시즘의 상징을 실체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64년의 동경 올림픽은 일본을 세계무대로 등장시켰으며, 68년의 멕시코 올림픽은 유럽식민주의의 종식과 새로운 제3세계의 등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의 탐구는 서울 올림픽이 냉전체제의 종식을 촉진하고,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인의 의식을 전환시켰을 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를 재창조하고 재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데서 출발하여, 상이한 문화간에 일어나는 ‘커뮤니케이션의 도전’에 탐색의 초점을 두고 있다.

오늘 그는 ‘국제올림픽 학술연구회’(Olympic Cities University Network)의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제올림픽 위원회 사마란치 위원장을 의장으로 하여 최근 올림픽을 개최한 4개 도시의 대학, 곧 모스크바 대학교 신문대학(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남가주대학교 애넌버그 신문대학(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한양대학교 민족학 연구소 (88년 서울 올림픽)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 올림픽학술센터(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로 연합회를 구성한다는 계힉이다.

올림픽을 중심으로 파급되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연구로 인학에 기여하자는게 그 설립목적이 되리라 한다.

모두가 서울 올림픽의 화려한 구성과 웅장한 외양만을 본 후 그 결과는 까맣게 잊고 있는 이때, 인학박사는 또 하나의 인학적인 ‘음모’를 꾸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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