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회관의 전자오락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1.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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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초 국회의사당 지하 1층의 교육관, 국회의원 여비서들이 필기구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40~50명씩 조를 짜 2일 일정의 컴퓨터 교육을 받기 위해서였다. 의원회관의 각 의원 사무실에는 6월말부터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그 컴퓨터 조작법을 배우기 위해 9급 여비서들이 교육관에 모인 것이다. 그로부터 한달이 지난 요즈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오락 게임이 한창 유행이다. 일부 여비서나 보좌관들은 이미 ‘수준급’에 도달해 있다.

물론 컴퓨터가 전자게임에만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의 선거인 명부 또는 상임위원회에서의 발언내용 등 개인 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해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입법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컴퓨터 디스켓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여야의 일부 중진의원들은 지역구 사무실에서 컴퓨터실이나 지역전산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에게 컴퓨터는 곧 ‘주소록’이라는 의미로 통한다. 민자당 의원의 비서관 ㄱ씨는 “의원들이 입법자료나 컴퓨터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한 여비서는 “컴퓨터로 워드 프로세서의 기능만 활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국회 전산실의 ㅊ씨는 “컴퓨터가 보급된지 1개월밖에 안되었고, 현재는 메인 컴퓨터에 연결시키는 정보망을 작업중”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컴퓨터가 공식 보급되기 전부터 이미 개인용 컴퓨터를 유효적절하게 활용해온 일부 의원들의 경우를 볼 때, 의원사무실의 컴퓨터가 내부장식용으로 ‘모셔져’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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