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메뉴열기

시사저널

필적 판정 日감정인 “초청하면 법정 서겠다”

오니시 요시오씨 면담/“유서?필법 근본적으로 相異”

도쿄. 채명석 개원편집위원 ㅣ 승인 1991.08.08(Thu) 00:00:00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아시아기독교협의회를 통해 일본의 저명한 필적감정가에게 김기설씨의 유서와 강기훈씨의 필적을 보내 감정한 결과, “두 필적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판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유서대필’을 둘러싼 검찰과 재야의 공방은 법정에서 더 뜨거월질 전망이며, 재판부가 양쪽의 상반된 필적감정 소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상반된 필적감정 결과가 나온 데 대해 검찰일각에서는 그 공신력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감정가의 감정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다.

“과연 한글을 몰라도 필적감정은 가능한 것인가.” 본지는 지난 7월22일 일본기독교협의회 본부에서 이번 필적감정을 담당한 오니시 요시오씨(72)를 1시간 동안 단독으로 만나 이러한 의문을 던져보았다.

“9종류의 감정자료 수백번 정독”
그는 지난 7월9일 한국?아시아?일본기독교협의회에 제출한 필적감정서에서 결론을 이렇게 맺고 있다. “감정물건인 2통의 유언서 필적은 이상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감정자료인 김기설이 쓴 각종의 필적과 필법의 특색이 전적으로 공통되고 있으며, 강기훈의 필적과는 근본적으로 상이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따라서 감정주문의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는 이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해 △김기설씨의 필적(2종류) 등 9종류의 감정자료를 약 2주간에 걸쳐 수백번 정독했다고 밝혔다. 그가 일본기독교협의회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었고, 친지인 나카다히라 겐키치 변호사를 통해 의뢰가 들어와 수락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수명의 재일 한국인으로부터 한글의 기필순서 등 기본원리를 자문받아 감정작업을 7월5일 완료했다고 밝혔고, △‘ㅎ’의 제1획 사선(?) 필법 △자음 ㄹ ㅂ ㅁ 의 필법 △모음 ㅏ ㅑ 의 필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판명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각 부류의 특정부분에서 ‘OOO’이 명확히 드러나는 문자들을 실체 현미경으로 확대 분석해 각 부류의  ‘항상성’과 ‘희소성’은 무얼 뜻하는가. 일반적으로 ‘필적’이라는 것은 “사람의 쓰는 행동이 고정화된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러나 필적은 연령에 따라 이 ‘고정화’가 변한다.

어렸을 때는 남의 자체를 모방하기 쉽기 때문에 필적개성이 자주 변하나 성인이 되면 어느 정도 필적개성이 고정화된다. 필적개성을 가리키는 말이 곧 ‘항상성’이고 남의 필적개성과는 전혀 틀린 것이 바로 ‘희소성’이다. 따라서 필적감정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감정자료의 항상성과 희소성을 찾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이번 경우에는 이 두가지 성질이 감정자료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오니시씨는 먼저 각 문자의 첫번째 제1획의 짧은 사선의 필법을 예로 든다. 그 예가 ㅎ 의 ‘?’. 일반적으로 수평(-) 수직(?) 좌하방(?) 우하방(?) 점(?) 등과 같이 5가지로 분류되며, 이 사선을 직?곡선 필지로 길고 짧게 쓰거나 여기에 OO의 가감이 작용돼 필적개성이 잘 나타난다는 것이다.

오니시씨는 9종류의 감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기설씨가 쓴 사선 중에서 우하방으로 내리긋는 사선의 필법이 52개조, 반대로 좌하방으로 내리긋는 필법이 16개조가 되어 양쪽의 필법을 혼용하여 쓰는 필적개성이 확인된다고 지적한다. 반면 강기훈씨의 필적은 1백67개조의 사선의 필법이 전부 우하방을 향하여 삐쳐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사선필법은 근본적으로 ‘항상성’이 틀리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필공방의 초점이 되고 있는 유서의 경우는 42개조 중 우하방이 11개조, 좌하방이 31개조로 필법이 각기 혼용되고 있으며, 자료에 든 김기설씨의 사선필법 특색이 공통적으로 나탄난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강기훈씨의 사선필법과는 명확히 상이하다고 주장한다.

또 ㄹ의 경우 김기설씨 필적과 유서에서는 모두 제2획의 횡선을 생략하고 제3획의 끝을 올리는 필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강기훈씨 필적에 나타난 84개의 ㄹ은 모두 제2획의 횡선을 가필하는 필법이 사용됐다고 설명한다. 모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기설씨가 쓴 자료 중 ‘ㅏ ㅑ’문자의 제2?3획을 보면 수평으로 긋는 필법을 사용하고, 그밖에 끝부분을 밑으로 향해 내리긋는 필법도 병용하고 있으며 종필을 가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강기훈씨는 2백97개조 ‘ㅏ ㅑ’문자의 제2?3획에서 끝올림의 필법을 사용하여 종필을 삐쳐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또 ㅁ과 ㅂ의 필법도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이같은 근거를 토대로 두통의 유서필적은 김기설씨 자신이 쓴 것이며, 강기훈씨와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일본의 문서감정전문가들 사이에는 “완전한 문서위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특히 필적이 그렇다. 아무리 정교한 위조필적이라 해도 외부로 나타나는 문자의 형태, 글자의 배열, 경사방향 등은 비슷하게 위조할 수는 있어도 입필방향?운필?필순 등에 의해 위조자의 필적개성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또 문자의 처음과 끝의 시작과 끝냄이나 자획의 크기까지는 신경을 써서 위조했더라도 필압이나 필세에 의해 밝혀지게 된다. 위조필적은 대개 필압이나 필세가 약하기 때문이다.

오니시씨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의식적으로 남의 필적을 모방한다 해도 금방 들통이 난다. 스톱워치를 들고 처음에는 천천히 다음에는 빨리 이것을 볓차례 반복시키면 본인필적의 항상성이 나타나게 된다.”

영어 감정도 해본 “문서감정의 匠人”
오니시씨는 48년부터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고문서감정을 담당하다 79년 정년퇴직한 이른바 ‘문서감정의 匠人’이다. 재직 때부터 도쿄경시청에 문서감정을 조언해온 공로로 74년 감사장을 받기도 했으며, 현재는 개인사무소를 차려놓고 경시청 등의 의뢰를 받아 연간 30건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경력과 재일한국인의 조력에 의한 한글필적 감정이 과연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을까. 오니시씨는 이에 대해 “한글 감정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신중을 기해 수백차례 감정물건을 검토했다”고 밝히고 “한글이나 일본어 영어 등 모두가 결체(문장의 구성), 문장에 글자를 배열시키는 방법은 똑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 범죄사건 때 일본경찰의 의뢰를 받아 영어의 필적감정을 한 적도 있다”고 덧붙이고, “이번에 한 필적감정은 표기방법 등을 고려해서 문장내용까지 감정한게 아니라 글의 형태만을 감정했기 때문에 한글의 기본원리만 습득하면 충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50여년간 감정을 해왔지만 이번처럼 감정자료가 풍부한 적은 드물었다”고 밝히고 “50년간 쌓아온 장인기질로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감정결과는 완전무결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막상 재판이 시작되면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소의 감정결과를, 변호인단은 오니시씨의 감정결과를 증거로 제출하게 된다. 이때 국가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보다 한 외국인 감정가의 감정결과가 법정에서 채택된다면 검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체면에 크게 금이 갈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전문적인 문서감정기관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컴퓨터를 내장한 화상해석장치 등을 갖추고 있어 문서감정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니시씨는 “경찰청의 과학경찰연구소?법과학연구소와 한국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는 상당한 교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렇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가 왜 그리 나왔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는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감정과정을 밝히지 않은 채 결과만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니시씨의 “나의 필적감정은 완전무결하다”는 주장에도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8년 전 일본에서 출판된 필적감정에 관한 <야전교범>에 이러한 대목이 나온다. “필적감정은 자료가 원본이어야 하는 것이 철칙이다. 사본을 자료로 할 경우에는 화선이 선명하지 않으면 안되나, 아무리 ‘선명한 사본’이라 해도 필압등 필적의 질적 요소까지는 검사할 수 없다. 따라서 감정결과에 커다란 기대를 걸어서는 안된다.”

이에 대해 오니시씨는 “유서의 원본을 한국검찰이 갖고 있기 때문에 팩시밀리로 전송되어온 사본을 감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자료가 풍부해 세밀한 필압감정없이도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제 주사위는 법정으로 굴러갔다. 오니시씨는 “재판이 시작되어 변호인단의 초청이 있는 경우, 흔쾌히 법정에 서겠다”는 말을 끝으로 서둘러 자리를 떴다.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Culture > LIFE 2018.11.17 Sat
[인터뷰] ‘입금 전후가 다른 배우’ 소지섭의 원맨쇼
갤러리 > 만평 2018.11.17 Sat
[시사TOON] 이언주, 2020 총선 입시 준비
Culture > LIFE 2018.11.17 Sat
방탄소년단과 일본 우익의 충돌 어떻게 봐야 할까
LIFE > Sports 2018.11.17 Sat
外人 승부사 힐만 SK 감독의 ‘화려한 외출’
Health > 연재 > LIFE > 이경제의 불로장생 2018.11.17 Sat
[이경제의 불로장생] 베리는 ‘베리 굿’이다
한반도 2018.11.17 Sat
先비핵화 강조·北인권결의 동참…속도조절 나선 정부
Health > LIFE 2018.11.16 Fri
[팩트체크] 故신성일이 언급한 폐암 원인 ‘향’
Culture > LIFE 2018.11.16 Fri
《신비한 동물사전2》, 평이한 기승전결과 스릴 없는 서사
사회 > 포토뉴스 2018.11.16 금
[포토뉴스] 해마다 돌아오는 입시, 매년 달라지는 입시설명회
LIFE > Sports 2018.11.16 금
여자골프 우승, ‘국내파’ 2연패냐, ‘해외파’ 탈환이냐
사회 2018.11.16 금
부산 오시리아 롯데아울렛, 화재 취약한 드라이비트 범벅
사회 2018.11.16 금
창원 내곡도시개발사업은 ‘비리 복마전’…시행사 前본부장, 뇌물 의혹 등 폭로
사회 2018.11.16 금
[청년 멘토의 민낯③] ‘착한’ 사회적 기업 경영 성적표는 ‘낙제점’
LIFE > Health 2018.11.16 금
[치매③] 술 마셨어요? 치매 위험 2.6배 높아졌습니다!
정치 2018.11.16 금
[단독] 전원책 “옛 친이계까지 아우르는 보수 단일대오 절실”
사회 2018.11.16 금
[단독] “이빨 부숴버리고 싶다”…‘청년 멘토’ CEO의 민낯
사회 2018.11.16 금
[청년 멘토의 민낯①] ‘꿈의 직장’이던 마이크임팩트를 떠난 이유
사회 2018.11.16 금
[청년 멘토의 민낯②] 한동헌 대표 “임금체불 논란, 경영 가치관 바뀌어”
경제 > 국제 2018.11.16 금
[Up&Down]  앤디 김 vs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반도 2018.11.16 금
뉴욕타임스가 ‘가짜뉴스’?…北 놓고 사분오열하는 韓·美 여론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