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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잃은 한 마리 양 되찾기

이세용 (영화평론가) ㅣ 승인 1991.08.08(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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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주목받은 강우석 감독의 영화는 우선 재미있다. 그는 내가 아는 젊은 감독 중에서 ‘영화는 오락’이라고 자신있게 대답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강감독의 5번째 연출작품 <열아홉 절망끝에…>에서 나는 배창호 감독 이후 하고싶은 이야기를 ‘재미있게’표현하는 연출자의 탄생을 본다. 정도상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청소년영화지만 어른 관객의 시선도 놓치지 않는다.

불량 고교생 준석(허석)과 그 패거리들이 귀가길의 선생을 구타한다. 이 사건이 인연이 돼 준석은 두들겨 맞은 선생의 여동생 임채옥(강수지)을 만나게 된다. 같은 학교의 여학생인 채옥을 알게 된 준석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며 죄의식을 느낀다. 하지만 사회의 온갖 추악함을 공기처럼 마시며 살아온 준석의 반성을 친구들이 가로막고, 가족의 몰이해가 그의 탈출을 힘겹게 한다. 그러나 채옥의 격려와, 모범생이며 연애 라이벌인 형수(최진영)의 우정에 용기를 얻어 학교로 돌아온 준석은 정상적인 학생이 된다.

<열아홉 절망끝에…>는 성폭력?마약,전교조를 지지하는 학생의 자살 위협 등 충격적인 장면과 시낭송, 선생님댁 방문, 교내와 교외생활의 상큼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웃음과 눈물을 자아낸다.

우리나라 영화(성인영화를 포함해서)에서 보기드문 폭력묘사와 본드?대마초 흡입을 암시하는 장면 등은 사실 보편적인 청소년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섬뜩한 장면들이 알려주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묘한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더욱이 전교조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교사에 대한 비교적 자세한 동기와 배경을 영화 속에서 잘 녹여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소재와 이를 표현하는 기교에서 청소년영화, 아니 한국영화에 하나의 새로운 장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저 장면이 더 계속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대목까지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다가 돌연 시치미를 떼고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수법은 탁월하다. 이것은 연출의 치밀한 계산과 훌륭한 편집 솜씨덕이다.

청소년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전체가 어색하지 않은 몸짓을 보여주는 경우도 이 영화가 처음이라고 생각된다. 선생역의 안성기는 너무 무난해서 슬럼프가 아닌가 싶을 정도지만 허석과 최진영, 그리고 허석의 친구들인 불량소년들의 연기는 사실적이다. 그러나 <열아홉 절망끝에…>에서 가장 뛰어난 배우는 임채옥역의 강수지이다.

강수지에게는 작품의 에센스를 이해하는 본능적인 ‘느낌’이 있다. 우리가 이전에 보았던 하이틴 배우들과 강수지는, 적어도 예쁘게만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 점에서 구별된다. 나는 가수 강수지의 노래를 들어본적이 없다. 그러나 영화배우로서 강수지는 한국영화에서 그녀가 꼭 해내야 할 역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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