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각
  • 김도경(럭키금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 승인 1992.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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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 轉機 맞는가

金達玄 부총리의 서울 방문은 남북경협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 정치적 변수 때문에 남북 경제교류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세 전문가의 견해를 들러본다

 

 

 시범사업은 성공 가능성 신뢰관계 구축이 과제

 김달현 북한 정무원 부총리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교착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남북한 사이의 경제협력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김부총리를 주축으로 한 북한의 핵심 경제관료들이 간접적으로 인식해왔던 남한 경제의 실체를 직접 확인했고, 양측 사이에 시범사업으로 남북경협의 출발점을 삼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지나칠 일이 아니다.

 시범사업이 성사된다면 북한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실질적인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정형화된 답을 구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그동안 북한에서 합영사업을 수행해 오던 조총련계 기업의 상당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란봉합작회사나 평양피아노회사와 같이 성공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당에서 배려를 아끼지 않는 합작기업은 성공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편이 옳다. 즉 북한에서의 남북한 시범사업은 당연히 양측의 특별한 관심 속에서 운용될 것이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북한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진출지역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경우 남북한 합작사업의 실패사례가 빈발하지 않을까 전망된다.

 남북경협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일까. 열악한 사회간접자본시설과 관료주의의 병폐, 법적투자 안전장치의 미비 등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장애는 우리가 대중국 투자의 초기에 겪었던 상황이며 시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해결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장애는 무엇보다 양측 사이에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 남북한 사이의 밀착을 탐탁치 않게 보는 미국이나 일본 등의 견제도 간과할 수 없는 장애라 하겠다. 남북한이 가까워짐으로써 멀지않은 장래에 통일한국이라는 새로운 공룡이 동북아에 등장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주변국에게 남북경협의 확대는 커다란 불안요인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남북경협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남북한의 신뢰를 구축하고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우리는 통일이라는 거창한 명제를 앞세우기 보다는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해외투자를 확대 한다는 단순한 입장에서 접근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싶다. 정부는 현단계에서 직접 나서기 보다 기업인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대북투자를 추진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남북한 사이의 대화의 폭을 넓히고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경제개방의 실익을 맛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우리의 대북한투자에 대한 열기가 높아지자 일부에선 기업들이 북한 진출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동남아 동유럽 등 제3국에 투자하는 움직임을 볼 때 북한진출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더욱이 해외투자에 뛰어난 일본기업이 북한진출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우리는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처녀지를 선점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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