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예언 ‘뮤온’이 입증
  • 김제완 (서울대 교수·물리학) ()
  • 승인 1992.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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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생중계로 볼 수 있었다. 콜럼버스는 스페인에서 일어나는 일을 한국의 안방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19세기에 이르러 전기와 자기를 이해하고 이를 이용한 전자파(전파라는 이름으로 더 통용되고 있음)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가능해졌다.

우리는 주변에서 많은 파동현상을 본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돌이 떨어진 수면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파동이 퍼져나간다. 이처럼 파동이 퍼져나가려면 媒質이 필요하다. 물의 파동은 물이 매질이요, 소리(음파)는 공기를 매질로 퍼져나가는 파동이다. 그렇다면 전자파(또는 전파)의 매질은 무엇일까. 전파도 공기를 매질로 이용하여 퍼져나갈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조금 긴 설명이 필요하다.

전기와 자기에 관한 기본방정식인 맥스웰의 방정식을 풀어보면 자기와 전기는 파동에 의해 운동한다는 해답이 나온다. 또 전자파(동)의 속도가 초당 30만km라는 것도 곧 알게 된다. 대부분의 독자는 30만km라고 하면 이것이 곧 빛의 속도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맥스웰의 방정식이 제시하는 바에 따르면 빛은 텔레비전이나 FM의 전파와 똑같은 전파이다. 그 파장이 훨씬 짧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붉은 색깔릐 빛은 그 파장이 약 0.00005cm이며 보라색은 0.00003cm의 파장을 갖는 전파이다. 우리에게 더 익숙한 용어인 진동수로 나타내면 빛은 6억메가헤르츠와 10억메가헤르츠에 해당하며 보통 FM이 1백메가헤르츠 정도이다. 따라서 빛은 텔레비전이나 FM전파에 비해 1백만배 정도 빨리 진동한다는 것 외에는 똑같은 전자파인 것이다.

詩空에 대한 착각 바로잡은 ‘상대성이론’

그런데 빛은 매질이 없이도 태양에서 지구까지 오기 때문에 20세기 초의 과학자들은 태양과 지구 사이는 진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파를 전달할 수 있는 가상적인 매질인 ‘에텔’(Ether)로 꽉차 있다고 생각했다. 물리학자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 우주공간은 무게도 없고 색깔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는 에텔이란 물질로 꽉 차 있으며, 이 에텔은 빛을 전달하는 것 외에는 그 존재를 알길이 없는 물질이라 생각했다.

이 우주가 에텔로 꽉 차 있으면 그 속에서 태양과 은하계들이 마치 막막한 대양 속을 항해하는 배처럼 움직이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에텔이 우리의 운동을 기술하는 근본적인 좌표이고 ‘뉴턴의 운동방정식’도 이 에텔을 기준으로 한 공간에서 성립하는 방정식이라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은 우선 에텔의 바다에서 지구는 어떻게 운동하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텔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강하게 믿는 물리학자들이 에텔에 집착하고 있을 때 아인슈타인은 “에텔이란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고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마치 서양의 우화 ‘황제의 새 옷’을 연상케 하는 주장이다.

“옛날 옛적에 백성을 상당히 엄하게 다스리는 황제가 있었습니다. 이 황제의 말은 곧 법이고 백성들은 황제폐하의 말을 거역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하였습니다. 어느날 황제께서 새로 만든 옷을 입고 성 밖으로 나온다고 백성들에게 알렸습니다. 황제는 알몸으로 말을 타고 성문을 나섰으나 길가에 있는 백성들은 임금님의 새 옷이 정말 좋다고 칭찬을 늘어놓았으며, 정말 그렇게 믿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아이가 깜짝 놀라면서 ‘아이구 어머니. 황제께서는 옷도 입지 않은 알몸이시네’라고 외쳤답니다.”

이러한 서양의 우화처럼 아인슈타인은 원래 에텔이란 없는 것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빛을 전달하는 것은 바로 진공이고, 따라서 時空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상대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그의 상대론의 또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體系에서는 시간의 늦게 간다고 예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시간은 정지한다는 상식 밖의 예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예언은 반세기가 지난 뒤 ‘뮤온’이란 소립자를 통해 사실임이 검증되었다. 정지하고 있는 뮤온은 1천만분의 1초가 지나면 전자로 변하여 죽는다. 마치 사람이 죽어서 흙이 되듯이…. 그런데 현대 첨단기기인 가속기를 써서 뮤온을 빛의 속도에 가깝도록 가속시켰더니 그 수명이 10만배나 늘어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사실을 본적도 없으면서 예언하였고, 놀랍게도 이는 반세기 뒤에 사실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천재란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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