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땅투기 요술, 현란할 정도
  • 김우현 ()
  • 승인 1990.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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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 대규모의 토지를 업무용으로 위장 매입해 토지투기를 하고 있다. 30대 재벌기업이 소유한 1억4천만평이 넘는 토지의 대부분이 업무용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업무용’ 부동산 가운데 상당부분이 실제로는 투기를 목적으로 한 비업무용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재벌기업들은 축산업 농업 임업 골프장 레저타운과 같이 업종의 성격상 대규모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 분야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그래서 대규모의 부동산을 업무용으로 위장, 소유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업무용으로 인정되는 토지의 대량 구입과 보유를 쉽게 하기 위해 임업·목축업·레저산업과 같은 업종에 새삼스럽게 진출하기도 한다. 또 금융·보험·건설·개발업 등 업종의 성격상 토지의 취득·매매가 빈번하거나 대량의 토지소유가 가능한 부문의 기업들은 합법적으로 대규모 토지투기를 자행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제동홍산’은 제주도의 제동목장과 울진의 사료공장 부지를 비롯, 전국에 4백53만평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제일제당은 양돈을 목적으로 사들인 4백50만평 가운데 0.5%에 지나지 않는 2만3천평만 실제 양돈장 부지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을 포함, 13개 재벌그룹이 양돈사업을 위해 사들인 땅은 9백40여만평에 이르나 이중 실제 양돈 부지로 사용하고 있는 땅은 6.8%인 64만평에 지나지 않는다.

 또 재벌회사들은 연수원이나 체육관 축구장 야구장 혹은 예비군 훈련장 등의 명목으로 대규모 부동산을 업무용으로 위장,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재무부가 정기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0대 재벌 가운데 15개 재벌이 연수원 명목으로 32만8천평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7개 재벌이 예비군 훈련장 명목으로 12만2천여평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의 토지투기를 부추기는 데는 세법도 일조를 하고 있다. 시가 10억인 임야·전답을 투기목적으로 보유할 때 평균 과표현실화율이 33%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매년 시가의 0.21%인 2백8만원만 내면 그만이다. 넓은 땅에 1층짜리 건물을 길게 지어놓고 업무용 용지로 위장, 세금을 물지 않고도 땅값 오르기를 기다릴 수 있게끔 현행법은 방치하고 있다. 재벌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보유를 봉쇄할 수 있는 제도개혁은 토지투기를 잡기 위한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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