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뿌리뽑아야 한다”
  • 김 당 기자 ()
  • 승인 1990.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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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폭력조직과 全面戰 태세…‘마피아 초기 단계’ 진단

정부는 올해 1월11일 검찰에 민생특수부(지난 5월15일 강력부로 개칭)라는 기구를 발족시켜 6공화국 정부가 5대 사회악의 하나로 규정한 조직폭력배에 대한 지속적인 소탕작전을 펴오고 있다. 이보다 앞서 89년 11월 金淇春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에 내린 ‘조직폭력배 소탕에 관한 특별지시’를 계기로 검찰은 그동안 적용을 기피해온 범죄단체조직죄를 과감히 적용해왔다. 이는 그 만큼 우리 사회에 미치는 조직폭력배의 폐해가 심각해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몰론 민생특수부에서는 조직폭력만을 전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폭력이 마약이나 매매춘범죄 등과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만큼 그 뿌리를 뽑지 않고서는 다른 범죄를 다스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조직폭력과의 全面戰”을 선언할 정도로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검찰이 진단하고 있는 우리나라 조직폭력의 현단계는 이른바 ‘마피아화 초기단계’이다. 사실 미국 마피아나 일본 야쿠자 같은 외국의 범죄조직들은 1백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데 견주어 한국의 조직폭력은 역사와 전통이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검찰에서는 특히 마피아화되지 못한 근거로 ‘전통성의 단절’을 들고 있다. 이를테면 해방 이후 숱한 정변과 혁명기 때마다 새로 등장한 정권이 과업으로 내건 소탕작전으로 조직의 맥이 단절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후반 들어 사회에 만연된 배금·한탕주의와 향락주의 등에 편승한 조직폭력이 ‘자금’을 독자적으로 확보 할 수 있는 영역(룸살롱, 나이트클럽 등 대형유흥업소와 성인오락실, 빠찡코 등)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조직폭력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沈在淪부장검사(서울지검 강력부)에 따르면 예전에는 영업방해를 무기로 유흥업소에서 기생하면서 정치인이나 기업인등 후견인들로부터 받은 ‘용돈’이나, 가끔 일거리를 맡아 몸을 풀고 받은 ‘수고비’로 연명하던 조직폭력배가 이제는 유흥업소나 도박장을 직영하면서 오히려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조달해줄 만큼 조직화, 거대화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조직을 분쇄하지 못하면 외국처럼 손을 댈 엄두도 못낼 만큼 탄탄해진 다는 시각이다.

  현재 검·경찰이 추정하고 있는 폭력조직은 군소조직까지 합쳐 2백개파 수천명에 이른다. 거기에다 조직을 모방한 10대 동네깡패들까지 계산하면 1만명이나 된다. 그러나 조직 폭력의 대종은 이른바 범호남파라고 불리는 3대 패밀리로 각파벌의 대부는 李東載(광주OB파), 曺洋銀(양은이파), 金泰村(서방파)씨들이다. 또 한때 주먹계를 천하통일한 것으로 알려진 李承?(호국청년연합회계)씨, 연예계와 밤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덕진(C파)씨의 조직도 여전히 세를 과시하고 있다. 그밖에 작년 한해 동안 끊임없이 세력다툼을 벌여온 부산의 칠성파와 영도파, 전주의 월드컵파와 나이트파 등도 검찰의 주목을 받는 조직이다. 그러나 아직 조직폭력의 중심은 여전히 호남권이다. 검찰은 다른 조직은 지역패권 차지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호남권 조직은 서울을 장악, 밤의 세계를 분할통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검찰에서는 이들 범호남파 조직의 보스들이 차례대로 검거된 만큼 거대조직의 힘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밝힌다. 곧 양은이파의 조씨는 80년 비상계엄하에서 체포되어 살인죄로 순천교도소에서 복역중이고, OB파의 이씨는 89년 9월 양은이파의 습격으로 중상을 입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잠적하여 돌아오지 않고 있고, 호청련조직도 이씨가 별 저항 없이 ‘잡혀주기’ 열흘전쯤인 지난 2월에 신문에 광고까지 내면서 자진해산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범호남파의 마지막 대부인 김태촌씨까지 검거한 만큼 이제는 힘의 공백을 틈타 ‘범 흉내 내는 고양이’들이 문제이긴 하나 신생조직들이 거대화할 기미가 보이면 즉각 분쇄한다는 것이 검찰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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