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위기 부른 최대이권
  • 김상익 차장대우·장영희 기자 ()
  • 승인 2006.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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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먹은 것을, 그것도 간절히 바라던 것을 다시 토해내기란 쉽지 않다. 지난 8월20일 선경그룹은 제2 이동전화 사업권을 따냈다. 그러자 즉시 반응이 왔다. 노대통령의 도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여권 내부에서 광범위한 반발이 일어나고, 야당은 야당대로 ‘국민고발대회’를 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가운데 24일에는 ‘자진반납설’이 유포됐다. 선경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

 선경그룹 崔鍾賢 회장은 특혜의혹을 진정시켜 보기 위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수정하면서까지 고육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최회장은 이동전화 제2 사업자 선정 발표일인 지난 20일 오후 2시30분 서울 여의도 유공 빌딩 11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동전화 사업에서 돈을 벌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최회장은 “이동통신 사업은 공익성이 강하기 때문에 흑자가 날 경우 이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면서 대한텔레콤(사장 孫吉丞 선경그룹 경영기획실장)에 대한 유공의 지분 30%와 다른 주주회사의 지분 20%를 국민주 형태로 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또 “유공도 법인인 만큼 벌어들인 돈을 모두 사회에 환원할 수 없으므로 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사재를 털어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최회장 기업관 “이익 극대화”

 이같은 발언은 이제까지의 최회장의 경영철학과 상반된 내용이다. 최회장은 91년 12월에 펴낸 책《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에서 자신의 기업관을 다음과 같이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염두에 두어 기업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업의 목적은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면 되는 것이다…번 돈을 무조건 사회에 기부하는 것도 상법상으로나 회사조직상 안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이익을 많이 내어 우선적으로 종업원을 우대하여 주고, 다음에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하고, 그래도 남을 경우에는 사회에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이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인 것이다.”(17~18쪽)

 기업의 목적은 이익을 내는 데 있다는 점을 역설해왔고 벌어들인 돈을 무조건 사회에 기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던 최회장이 이동통신 사업에서 번 돈을, 사재를 털어서까지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한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최회장은 또 “이동통신 사업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이윤이 안 남는 사업에 왜 뛰어들려고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어쨌든 선경그룹의 전술적 후퇴는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자진반납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린 셈이다.

 현실적으로도 자진반납이 쉬운 것은 아니다. 행정적으로 까다로운 문제와 부딛히기 때문이다. 선경그룹의 한 이사는 “정부가 정한 것을 기업이 반납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외국 회사 3개를 포함해 모두 16개 회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제2사업자로 선정된 대한텔레콤의 주식 일부를 국민주 형태로 공개한다는 방침도 최회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최회장은 “주주회사 대표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힌 바 있다.

 특혜의혹설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안정되어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되는 시점에 주식 일부를 매각한다는 구상에 대해서는 다른 주주들도 선뜻 동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업을 채 시작하기도 전에 자진해서 사업권을 반납한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국내정치 상황을 무시할 수 없는 국내 주주회사들은 양해해준다 하더라도 국내정치와 무관한 외국 회사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은 점이 있다. 또 자진반납취소무효 행정소송이라도 걸어오는 날엔 국제적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선경그룹에 제2 이동전화 사업권을 내준 체신부의 입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체신부의 한 관계자는 선경이 자진해서 사업권을 반납하더라도 그 뒤처리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당황하고 있다. 정부가 허가한 사항을 반납하는 상황이 오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법적 근거조항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만 체신부의 허가신청 요령에는 선정된 사업자가 사업계획서 내용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업권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경쟁업체들 사이에서 “정답을 미리 본 선경그룹이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현실성 없는 답안지를 작성했다”는 비판이 나왔을 때 선경그룹측은 “허황된 계획을 냈다가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사업권을 박탈당하게 되는데 그런 일을 왜 하겠느냐”하고 반박했다.

 

태평양증권 인수 때도 자금출처 못 밝혀

 그러나 체신부측은 “사업권을 취소할 경우 뒤처리를 어떻게 할지 명문화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어떠어떠한 경우 취소할 수 있다’고 해놓고서 ‘취소한 뒤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체신부의 한 관계자는 “취소될 경우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 아니냐”라고 말하면서도 “취소와 반납은 전혀 다른 일이므로 자진반납 이후의 행정적 뒤처리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도 없고 대답할 말도 없다”고만 답변했다.

 최회장이 노대통령과 사돈 관계를 맺기 전까지 선경그룹은 비교적 잡음이 없는 기업이었다. 몇몇 재벌기업처럼 부동산투기에 열을 올리지도 않고 문어발식 확장도 꾀하지 않는 편이라고 알려졌다. 한 중소기업인은 “하도급 대금을 공정하게 처리해주기 때문에 부패가 적은 기업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의 한 회사원은 “학창시절의 입학 동기는 물론 선후배 중에 선경그룹에 입사하려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선경그룹이 이같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는 〈장학퀴즈〉와 같은 청소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패기 시리즈’ 등 기업광고가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공의 한 임원은 최회장을 놓고 “너무 공정성을 강조해 밀어붙이면 할 수 있는 사업도 포기할 정도로 고지식하다”고 평했다.

 그러나 선경그룹의 한 임원은 “6공에 들어서면서 사돈관계 때문에 구설수가 끊이지 않아 곤욕을 치렀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한국중공업 경향신문 동서증권 서울방송 범양상선 조선공사 동양정밀 등 각종 기업의 인수설이 나올 때마다 선경이 거론됐지만 실제로 인수한 것은 하나도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과의 사돈관계를 맺은 것 때문에 손해를 보면 보았지 덕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선경측의 이같은 주장과 달리 작년말 최회장은 태평양증권을 단숨에 인수해 의혹을 사다. 태평양증권 인수와 관련해 “국내 제1의 기업인 삼성그룹이 오래 전부터 욕심을 내고 있으면서도 아직껏 뜻을 이루지 못한 증권업에 선경이 진출했다는 자체가 특혜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엄연히 존재한다.

 금융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음에도 최회장은 91년 11월 전격적으로 태평양증권을 인수했다. 재벌의 증권업 진출이 법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최회장은 개인 명의로 사들였다. 그후 선경그룹측은 갖가지 의혹, 특히 인수자금의 출처를 속시원히 밝히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이 일과 관련해 선경그룹 관계자는 “자금 문제를 낱낱이 밝히기 어려운 것이 현실 아니냐”고 되물었다.

 선경은 2000년대를 위한 구상에서 금융 분야에 왕성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 최 회장은 신입사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태평양증권 인수배경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는 대기업의 ‘부동산 취득 및 금융업 진출 자제’라는 정부의 권유에 가장 충실해왔다. 그 결과는 어떤 모습인가. 정부의 말에 귀를 기울인 선경은 부동산도 변변치 못하고, 산하에 금융 관련 계열사도 없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정부관리에 이의를 제기한 적도 있다.”

 6공 이후 선경그룹은 경영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선경그룹은 현재 3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주력사는 선경 유공 선경인더스트리 SKC 선경건설 5개사로 압축된다. 그룹광고 문안에는 여기에 유공해운 등 5개사가 추가돼 10개가 간판기업으로 꼽힌다(표 참조).

 선경은 석유관련 사업의 비중이 큰 만큼 유가 변동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해 유공의 순익은 2백45억원으로 잡혀 있지만 실제로는 2백80억원 적자였다. 석유사업기금이 들어올 것을 미리 계산에 넣었기 때문에 흑자로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큼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는 기업의 성장에 한계로 작용한다. 선경이 경영 다각화를 서둘러 이동통신 사업에 참여하려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선경의 경영 다각화와 관련해 “6공 들어서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한 경제학자는 “오늘날 기업은 어느 특정 분야에 대한 수직계열화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면서 “선경그룹의 다각화 계획은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보여주었던 마구잡이식 확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선경그룹은 지난해 유공의 9개 공장을 완공함으로써 지난 20년 가까이 줄기차게 표방해온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마무리 지었다(표 참조). 다른 그룹들이 돈이 잘 벌린다는 자동차·전차·중공업에 앞다투어 진출할 때도 선경은 한눈을 팔지 않고 오로지 석유화학 분야에서만 처음과 끝을 만들어내는 우직함을 보였다.

 

석연찮은 油公 인수로 재계 5위 도약

 선경그룹의 모태는 선경직물이다. 창업자는 최회장의 형 崔鍾建씨였다. 53년 창업할 당시 직기는 15대에 지나지 않았으나 인견직물이 독점사업이었기 때문에 사업이 날로 번창해 65년에는 직기가 1천대로 늘어났다. 60년의 매출액은 3천만원에 불과했다.

 인견직물의 원료는 석유정제 과정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선경그룹은 일찍부터 섬유의 뿌리인 석유화학과 정유산업에 눈을 돌렸다. 73년 최종건 회장이 타계한 후 형의 자리를 이어받은 최회장은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선경에는 석유 관련 기업이 없었기 때문에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하는 안팎의 비판도 있었다.

 이듬해 선경그룹은 선경유화와 선경석유 두 회사를 설립했다. 70년대 중반부터 선경그룹은 정유공장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나 이 계획은 1차 석유파동 때문에 좌절됐다. 그러나 80년 11월 대한석유공사(지금의 유공)를 인수함으로써 수직계열화의 꿈에 한발 다가섰다. 유공을 인수함으로써 재계 순위 12위에 머물러 있던 선경그룹은 5위로 도약했다.

 유공 인수 당시에도 잡음이 일었다. 최회장이 군부 실력자였던 전두환·노태우 장군 등과 만났다는 소문이 떠돌아다녔고 유공 인수는 007작전에 비유되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최회장은 80년 12월 유공 사장에 취임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특혜라는 것을 싫어한다.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특혜를 받은 적도 없고 그것을 원하지도 않았다. 향후에도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최회장은 지난해 한 월간지와 인터뷰에서도 정부가 당초 유공을 국유화해야지 민간인한테 못 주겠다고 했으나 유공이 주인 없는 회사가 되자 겁이 나서 선경에 운영권을 맡긴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유공은 유공해운이 실어온 원유를 정제하고 나프타 분해 등 석유화학 산업을 한다. 석유화학에서 뽑아낸 섬유원료를 가지고 선경 인더스트리는 섬유를 만든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밀화학·신소재·생명과학에 진출한다. 한편 (주)SKC는 정유과정에서 얻은 필름원료를 이용해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며 자기메모리·광메모리 등 첨단산업 분야로 영역을 넓힌다.

 이같이 일관된 수직계열화 체계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경제인 연합(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의 孔柄淏 연구위원은 “선경그룹의 총매출액 중 석유화학 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선경그룹은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2~3개의 핵심분야를 선택해 이 분야의 기업집단을 육성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90년 8월 선경그룹은 계열사 기획부 책임자들로 ‘그룹장기발전위원회’를 구성했다. ‘석유에서 섬유까지’ 1차 도약을 마무리지을 즈음 2차 도약을 준비한 셈이다. 이 위원회는 정보통신산업, 화학·에너지산업, 기초 서비스산업(infra service), 인간환경산업(human enrichment) 등 4개 분야를 큰 기둥으로 삼기로 잠정적인 결론을 보았다. 화학·에너지라는 첫 번째 기둥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이룩한 것을 고부가가치화·다각화 하겠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발전업, 생광분해성 수지, 고분자 분리막 등 사업에 손을 대고 중·장기적으로는 정밀화학, 바이오폴리머, 프로세스 오토메이션 등 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장기발전 계획의 두 번째 기둥인 이동통신 사업에서 이동전화는 작은 물줄기에 불과하다. 선경그룹은 단기적으로 부가가치통신망·유선방송·광정보기기 등 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며, 무선개인단말기·개인통신망·종합데이타베이스 등 중장기적 사업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동전화 제2사업자에 선정된 것을 씨앗으로 삼아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수직계열화를 꾀하려 한 것이다.

 

유공 주유소 통한 유통업도 노려

 최회장이 대한텔레콤에서 얻게 되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말을 한 것은 이동전화 사업이 정보통신의 모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말인지 모른다. 즉 이윤 극대화는 다른 정보통신 사업에서 얼마든지 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태평양증권 인수는 그룹의 세 번째 기둥인 기초서비스 분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선경은 벤처캐피털·보험·신용카드·리스 등 금융업에 진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앞서 선경은 선경유통을 설립하여 서비스산업 분야에서도 싹을 틔운 바 있다. 선경그룹은 서울 목동아파트 8단지 상가안에 ‘S마트’라는 슈퍼마켓을 시범 운영해오고 있는데 주변 점포들이 문을 닫을 정도로 위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선경은 유통업 진출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유공의 기름을 취급하는 주유소가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데다 도심의 요소요소에 주유소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주유소 기능에 슈퍼마켓 기능을 덧붙이면 “기름을 넣는 동안 슈퍼마켓에 들러 장을 본다”는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물건을 집집마다 배달해주는 택배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선경의 네 번째 기둥은 인간환경산업이다. 이 사업 분야에서 선경은 항생제·암치료제·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등 제약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환경과 관련해서는 자원재활용 사업이나 무공해농약 개발 청정기술 등에 눈을 돌린다. 쉐라톤워커힐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선경은 여행·관광 사업에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선경그룹은 60~70년대의 성장기에 다른 그룹과 마찬가지로 기업확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면서 선경식품 등 비관련 업종에서 손을 떼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이후 4개 분야에서 수평적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선경그룹은 특혜설에 큰 시달림을 받고 있다. 정보전략연구소 ■恩基 소장은 “선경은 6공에서 정경유착을 했건 안 했건 특혜의혹을 받고 있으므로 이를 불식시켜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면서 “수직계열화와 수평적 다각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선경이 그룹의 큰 틀을 어떤 방식으로 짜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차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민자당 김영삼 대표쪽은 선경그룹 특혜설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단군 이래 최대 이권사업’이라는 이동통신을 손에 쥔 선경그룹은 바로 그것 때문에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선경그룹 최회장은 “대통령과 사돈관계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더 주의깊게 검토한다”고 말했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고 증명할 길도 없다. 이것이야말로 정경유착이 낳은 한국경제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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