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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가요가 ‘전통가요’라니

‘뽕짝’은 일제 40년 동안 친숙해지도록 강요된 ‘거짓노래’

노동은 (음악평론가 · 목원대 교수) ㅣ 승인 1990.04.29(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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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은 ‘거짓노래’이다. ‘뽕짝’이야말로 이 땅의 우리들에게는 ‘폭력의 노래’인 것이다. 그것은 철저히 일본 민족의 노래이다. 왜냐하면 ‘뽕짝’이 일본 민족의 음조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가사만 우리것이지 음악의 특징을 이루는 요소는 전부 일본식이라는 말이다. “설령 일본음조라 할지라도 문화란 민족간에 교류되는 것이지 純種이 어디있겠느냐?” 이렇게 반박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 음조는 지난날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제국주의가 폭력적으로 적용한 음악정책의 결과로 ‘친숙’해졌기 때문에 문화 대 문화의 자연스로운 교류가 결코 아니었다는 말이다. 우리들이 ‘뽕짝’을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가요’라고 믿고 싶어하는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을테지만 그 ‘사연’을 우리가 정확히 알게 된다면 우선 한반도의 정치사부터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어질 것이다.

 ‘뽕짝’은 어떤 노래인가? 이것을 따지려면 음악의 특징을 더도말고 한가지만이라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곡조’라는, 밥을 담아 먹을 수 있는 ‘밥그릇’ 이야기이다. 지면관계상 줄여서 말한다면, ‘밥그릇’을 이루는 재료에는 음계라든가 박자, 형식 등이 있다. 어느 시대, 어느 민족이건간에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밥’을 이 ‘밥그릇’에 담아 먹는다. 다만, 먹는 밥이 ‘입’이 아니고‘귀’로 들어가는 소리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중요한 사실은 어느 민족이고 그들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합의해온 ‘밥그릇’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민족은 대체적으로 ‘요나누키’ 음계(도레미솔라도)와 ‘미야코부시’ 음계(라시도미파라)에다 4분의2박자로 된 ‘밥그릇’을 역사적으로 만들어내고, 여기에다 여러 곡조의 밥을 담았다. 그 밥이 다름아닌 일본식 유행가나 가곡이나 기악곡 등으로, 여기에다 일본 민족의 한과 정서를 의미화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민족의 밥그릇을 우리에게 종용시킨 것이 을사오조약부터였다는 사실에서 우리의 분노는 치밀어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일본민족의 밥그릇이 1900년대 이전에는 이 땅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음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일제는 식민통치기구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그 일본밥그릇을 세가지 통로로 정비시켜 놓았다. 첫째 1906년부터 공립보통학교인 한성사범학교에 ‘쇼카’(唱歌)과목을 설치, 일본음조교육을 실시했다. (따라서 당시의 각종 창가집 발행은 거의 일본 창가집의 번안물이었다. 한편, 그 이전의 창가는 찬송가식이거나 서양식 곡조이었다.) 둘째 1910년대부터 활기를 띤 신파극은 거개가 일본의 번안물이었기 때문에 일본풍의 곡조가 주제가로 한참 풍미하다가 이후 영화산업이 가세하면서부터는 ‘영화음악’으로서도 생활 속에 침투했다. 셋째 20년대부터 일본의 빅터레코드회사와 일축회사가 한국시장을 겨냥한 이래 콜롬비아, 플리도르, 제국축음기 등 일본 레코드 자본이 한국시장을 독점하여 유통구조를 형성, 그 이후 경성방송국과 각종 다방 가정을 장악하여나갔다. 즉 학교음악교육의 일본 밥그릇 훈련과 사회교육의 일본음악법의 유기적으로 한통속을 이루어 이땅을 도배질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30년대의 ‘목포의 눈물’ ‘알뜰한 당신’ ‘대지의 항구’ 등 소위 일본식 밥그릇에 담긴 유행가라는 밥이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말할나위 없이, 이때의 유행가는 일본뽕짝인 ‘엔카’(潢歌이자 艶歌)와 같은 밥그릇에 담긴 밥이었으니 한국뽕짝은 엔카의 아류였다. 30년대의 그같은 풍속은 일본 밥그릇을 30년 가까이 ‘훈련받은’ 결과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일제가 1931년 만주사변, 1937년의 태평양전쟁 등 소위 ‘15년 전시체제’를 통하여 치밀한 황민화정책을 펼쳤을 때 그 으뜸가는 문화정책이 일본밥그릇에 의한 융단폭격, 곧 ‘皇音化정책’이었고, 그것이 바로 군가이자 애국가요였지 않았는가! 불행한 일이지만, 유행가 작곡가나 가수가 뭐 음악의 특징을 알고 그랬던 것은 아니었겠으나 이들이 전시체제에서 어렵지 않게 친일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밥그릇 때문이었다. 물론, 친일은 뽕짝 관계자만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해방조국의 빛나는 산하에서 민족 음악가들이 그렇게 일본식 뽕짝과  그밖의 일본곡조를 청산하려 하였지만 ‘반민특위’ 해체와 민족과 국토의 ‘분단’으로 말미암아 청산되지 않고 오히려 일본 밥그릇 아래서 자란 정치세대와 레코드산업, 출판업계, 작곡가와 밤무대의 장사꾼들에 의하여 지금도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라오케’가 바로 그것이다. 1차적인 책임자인 음악인들은 한번도 민족음악 윤리 앞에서 ‘양심선언’이 없었다. 오히려 이제, ‘전통가요’혹은 ‘애가’(哀歌 또는 愛歌)라는 이름으로 정체를 감추고 있을지언정. 또 우리의 한과 우리네 정서에 기막히게 맞는다면서.

 유행가 작곡가들과 가수들의 친일행각을 우리시대에 다시 써야 한다. 그들은 60년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70년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박정희 대통령 작곡의 ‘나의 조국’, 80년대 주현미의 ‘비내리는 영동교’와 ‘신사동 그사람’, ‘짝사랑’ 그리고 이태호의 ‘미스 고’ 등이 ‘거짓노래’임을 밝히기는커녕 도리어 우리의 ‘참노래’인 양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 노래들은 말할 것도 없이 일본민족의 밥그릇에 담긴 밥이다. 일본 밥그릇은 대동아공영권에서 두루 학습되었기 때문에 한국의 뽕짝은 대만 · 홍콩 그리고 베이징에서 가서만 그 나라 말로 바뀌기만 해도 미치도록 유행된다. 우리의 한과 정서에 맞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얘기다.

 왜 우리가 정치적으로는 독립되었어도 음악정서는 독립되지 않았다고 말하는지 이유를 이제는 누구나 알게 됐을 것이다. 이 음악의 ‘독립선언’은 목놓아 절규하는 피울음이다. 상대적으로 서양식 유행가는 괜찮다는 말인가? 아니다. 똑같은 논리로 그 노래들도 우리민족 앞에서는 ‘거짓노래’이다. 그러나 뽕짝만큼은 정말 심각하다. 식민시절에 들어온 종주국의 노래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노래가 우리의 참노래란 말인가? 한가지 점만 지적하고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우리네가 그토록 아끼는 골동품과 ‘한국화’ 그것처럼, ‘민족전통의 노래’를 벽에 진열해놓으면 그 문제는 풀릴 것이다. 그러할 때 상처밖에 없는 우리네 ‘꼬임’이 풀리고 굳어진 우리 몸이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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