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처방" "근본문제 외면" 엇갈린 視角
  • 박용상 (대한상공회의소 전무) ()
  • 승인 1990.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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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환영

 기업 요구를 대폭 수용한 이번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정부의 결연한 실행의지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경제종합대책의 골격을 보면 성장과 안정을 배치되는 개념으로 인식치 않고 광의의 안정을 지향하되 건전한 경제성장을 북돋움으로써 이를 실현해나간다는 것을 정책기조로 설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대책의 중심은 역시 건전한 기업활동의 진작과 부동산투기의 억제에 주어져 있다. 기업지원책에서는 그동안 투자교란 요인으로 우려되었던 금융실명제의 실시를 연기함과 동시에 제조업 투자와 기술개발을 부추기기 위하여 여신규제완화, 특별설비자금의 증액, 법인세 인하, 무역금융단가 인상 등 업계가 요구해오던 사항들이 과감히 수용되었다. 정부가 기업에 대하여 해줄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제시된 듯 하다. 한편 이번 대책에서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부동산투기 억제책을 보면 기존의 토지공개념 외에 양도세, 상속세의 강화를 천명하였으며 부족한 택지공급책과 근로자주택의 건설촉진 등 공급확대정책이 적극 강구됨으로써 과거의 수요억제 일변도 정책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과거의 시책에 대한 자성과 함께 적절한 정책방향을 잡은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대책 이후에 있다. 대책이 의도하는 바의 성과를 거두려면 그것이 일관되게 실천됨으로써 그 대책이 지향하는 목표에 대하여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신뢰를 얻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적지않은 국민들이 정부에 대하여 신뢰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과거 많은 정부 정책들이 발표는 해놓고 정작 실무선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이 일단 결정된 이상 조속히 세부사항이 정비되어 실행되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할 줄 안다.

  어느 정책이든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번 대책에서 미흡한 점을 지적하자면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규제나 부담의 완화, 기업용지 공급에 대한 획기적인 공급책, 개인의 부동산투기 규제에 대한 세부적 내용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또 이대책과 관련된 세법의 개정이 모두 정기국회로 미뤄져서 대책의 속효성도 다소 감소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대책으로 우리 경제가 곧 소생의 기미를 찾을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경세는 사람의 노력에 의하여 결과되는 것인 만큼 정책은 여건이고 그 여건을 활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정부가 결연한 의지로써 이끌고 가는 경제재건의 길이 순조롭게 닦여지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근로자, 그리고 가계가 서로 앙보하고 인내하는 금도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를 이끌어내는 일도 이번의 대책못지 않게 중요한 정부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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