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의 등에 업힌 새 내각의 진용은 어떤 모습으로 짜일까? 정계는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은 3당합당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질 내각개편의 시기와 폭, 구성원의 면모 등에 모아지고 있다. 새내각의 구성이야말로 廬泰愚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 및 民自黨의 진로를 가늠케 하는 방향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중요성에 비추어 청와대측은 5월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의장등 국회직의 인선과 보조를 맞추고 청와대 비서진의 개편까지 포함해 조각에 버금갈 만한 대대적인 내각개편을 민자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인 4월중순께 실시할 복안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모양새’를 갖추려다 자칫 개각의 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지난달 28일 노태우대통령과 金泳三최고위원과의 오찬회등이 있고 나서부터 조기개각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이번 임시국회가 끝나는 16일 이후 개각의 뚜껑이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 19일에는 김영삼총재가 소련방문을 위해 출국하므로 토요일인 17일게 단행되는 게 아니냐는 ‘설’이 유력하다.
조기개각설은 자칫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지도 모르는 최근의 경제동향, 모든 국민이 불안을 느끼고 있는 민생치안문제, 지방자치제 실시 등을 앞두고 해이해진 공직기강 등을 하루빨리 바로잡고 정계개편에 따른 쇄신의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데 근거하고 있다. 특히 수출부진·물가앙등·주식시장 침체·전월세값의 폭등 등 현재의 경제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경제가 회생불능의 상태로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趙淳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의 경질설은 지난해 연말부터 끊임없이 거론돼왔다.
趙부총리는 또 지나친 안정논리에 매달려 현재와 같은 경제침체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한편 최근 들어 경제정책의 기조에 관해 민자당내 경제통들과 의견 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경질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에따라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의 후임으로는 李承潤 전민정당정책위의장, 張德鎭 전농수산부장관, 司空壹전재무장간, 黃秉泰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으며, 이 가운데 특히 교수출신에다 재무장관과 3당통합 전까지 여당의 정책위의장을 지낸 李의원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단체나 연구단체에서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럴 경우 신임 부총리로는 이론과 실물경제에 밝고 행정추진력을 갖춘 인사를 기용하되, 자신의 경제발전 모델을 소신껏 밀고나가도록 경제팀을 구성하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아울러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팀 못지 않게 姜英勳총리가 유임될 것인지, 그리고 비경제 각료는 얼마나 바뀔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姜총리는 그동안 이렇다할 과오가 없었고 최근 朴哲彦정무장관이 “유임을 건의해 보겠다”는 의사를 밝혀 일단 유임쪽으로 기울고 있으나 김영삼최고위원과 민주계에서 경질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김최고위원은 청와대회등에 앞서 측근들에게 총리감을 천거할 수 있도록 물색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특히 호남출신 인사 중에서 ‘인물’을 찾고 있으나 공화당시절 장관을 지낸 ㅅ씨, 과거 야당의 중진이었던 ㅇ씨 외에는 마땅한 그릇이 없어 인선에 고심을 하고 있는 것 같다.
3당합당이 호남권 배제라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는 만큼 全南의 崔永喆 노동부장관과 金湜 농립수산부장관, 全北의 林芳鉉 전민 정당중앙위의장이 중용되리라는 설도 있지만 이들이 어떤 방향으로 안배될지는 미지수이다.
민생치안문제와 관련, 金泰鎬내무장관의 경질도 거론되고 있으나 부임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는 데다 금년 상반기중 실시될 지방의회선거를 앞두고 지방행정의 전문가를 갈아치울 수 없다는 점에서 일단은 유임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의원 입각은 5~6명선 예상
한편 개각이 임박해지면서 민자당내에서는 의원입각의 범위와 대상인물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의원입각은 당직인선의 경우처럼 3계파의 나눠먹기라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범위를 되도록 제한해 5~6명선은 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난 민주계의 경우 김최고위원이 신당합류거부파들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자리’를 약속했다는 설이 파다하고 민정계나 공화계 역시 구체적인 거명까지 하면서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어 간단치만은 않다.
우선 민정계에서는 李漢東(법무) 鄭東星(체육) 金東權(내무) 沈明輔(보사)의원이 각각 괄호안의 비경제각료에 발탁되리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한편 통합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박철언정무장관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유임이 예상된다. 민주계는 다선원칙에 따라 辛相佑(보사) 崔?佑(교통) 朴容萬(체신)의원을 김최고위원이 밀고 있으며 이 중 두사람이 입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화계는 공화당 시절 장관을 지낸 崔珏圭 李--의우너과 金鎔采전총무 중 한사람이 발탁되리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비서진의 개편도 관심거리이다. 洪性--비서실장은 유임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대구 서갑구의 공천으로 자리를 비운 文熹甲 경제수석의 후임을 결정해야 하고 6공 출범때부터 노대통령을 보좌해온 李--澤 행정수석 등이 입각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개각 이후에도 노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청사진을 구현하는 또 한차례의 전면적인 내각개편이 뒤따를 공산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