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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실험 속에 북한경제 어디로?

‘두만강 특구’에 1백만명 투입 … 합영·합작도

조광동 시카고 통신원 ㅣ 승인 2006.04.23(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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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은 정말 개혁과 개방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도무지 가닥을 잡기 힘들다. 1년반 전이나 지금이나 북한은 요동하지 않고 “우리식대로 산다는 열띤 구호 밑에 일사불란한 ‘집단주의적 혁명과 전투’로 일관하고 있다. 외형으로나 사회 분위기로 봐서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할 것이라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조선식 사회주의’라는 거대한 북한 광장에 서 있으면 여기는 딴 세상이고 다른 의식세계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지구상에 마지막 사회주의 실험실로 버티고 선 북한이 삼킬 듯 달려드는 자본주의 물길을 어떻게 막아설 것인가. 북한은 스스로가 사회주의 실험실이면서 그 속에서 자본주의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 그런 전환점에 서 있다.

 북한이 시작하고 있는 자본주의 실험이 바로 합영공장과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이다. 합영공장은 84년 9월에 합영법이 제정된 이래 8년간 1백80개에 달하는 합영사업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은 일본에 있는 조총련계 교포가 중심이 되어왔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인 실험을 거치지 않았다. 북한을 ‘조국’이라고 부르는 조총련 교포들은 돈을 벌기보다는 조국을 돕는다는 자세로 시작했고 북한 또한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지게 됐다. 자본주의 본고장 선수들인 일본과 미국, 그리고 남한 기업인과의 합영 문이 열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 조류에 따라 북한 관계자들의 인식도 차츰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년반 전 합영회사 제품 전시회가 평양에서 열렸을 때만 해도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던 합영사업은 대우의 남포 진출을 계기로 남북한 모두의 관심을 끌게 됐다.

“합영공장 어디든 가능하다”

 현재 북한의 합영사업은 약 1백80개이다. 이중 약 50개는 북한에서 아프리카 중국 타이 등 다른 지역에 합영공장을 세운 것이기 때문에 북한 내 합영회사는 1백30개 정도이다. 이것도 80%가 조총련과의 합영이고 보면 다른 나라와의 합영은 30개 수준을 맴돌고 있다. 조총련 다음으로는 옛 소련과 중국이 많고 이어 스위스 포르투갈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지역 등이며 최근 재미동포가 홍콩 회사 형식을 빌려 금강산 물과 혈전약품, 피복공장 등 3개 사업을 계약했다.

 합영규모는 작게는 20만달러에서 가장 큰 규모인 3천만달러에 달하는 모란봉피복합영회사가 있다. 초창기는 경험을 축적하는 시험단계였기 때문에 식당 찻집 등 서비스업이 많았으나 점차 규모가 큰 생산업체로 옮겨가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합영사업도 서비스업이 아니라 생산공장이다.

 합영사업이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미국이 철저한 자본 봉쇄”를 했고 “일본 정부도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합영총국 김창길 서기장은 설명했다. 그는 미국 기업이 합영투자를 한 것은 물론 없고 일본 기업도 교포를 통해 투자한 것은 있지만 직접 한 것은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창길 서기장과 남영화 지도원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우리 준비가 덜 됐었고 자본주의 나라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족점도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상대를 정확히 모르다 보니 상대방이 필요한 것을 먼저 제시하지 못하고 “누가 이런 것을 하고 싶다고 제기해야 착수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합영을 외국에 홍보하는 안내서 하나 제대로 못 갖추었다고 말하면서도 관계자들은 앞으로 세계 경제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기구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말 대우와의 남포합영사업 합의를 계기로 앞으로 남쪽과의 합영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는 북한은 합영공장 건설 지역은 남포만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어디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남한 신문에 합영법이 개정됐다고 보도된 것은 잘못된 것이며 앞으로 부분적인 문구 수정은 있을지 몰라도 개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합영법은 업종과 투자에 제한이 없어 외국 기업이 총투자의 99%까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회사 운영은 김일성이 1961년 大安 전기공장 현지지도에서 제시한 집체적 운영방식인 ‘대안의 사업체계’가 아니라 합영 당사자인 이사회 중심이다. 특이한 것은 이사회의 주요 결정을 만장일치제로 한다는 점이다.

 북한은 합영회사 이외에 10월경 발표 예정으로 합작법을 준비하고 있다. 합작회사는 합영회사와는 달리 북한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는데, 상대방이 시설이나 원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일정량의 제품을 주는 형태이다. 북한 기업의 시설을 현대화하고 부족한 원자재나 원료를 공급받기 위한 구상책으로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케 한다는 방법이다. 현재 준비중인 합작법에서는 투자 대가로 그 공장 생산품만이 아니고 다른 물건이나 돈으로도 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계자들은 앞으로 남한 기업체에 대한 당국 승인 문제가 해결되면 합영이나 합작이 급속도로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진출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 남쪽 기업인들에게는 다소 덜 각광받고 있지만 북한이 가장 큰 야심작으로 심혈을 쏟고 있는 것이 나진·선봉 지구의 ‘자유경제무역지대’이다. 이른바 남쪽에 ‘두만강 특구’라고 소개된 것이다. 인구 1백만명의 자본주의 도시를 북한 땅 한구석에 건설한다는 이 구상은 앞으로의 북한경제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 틀림없다.

 9월에 단지조성 건설공사를 끝낼 이 지역은 6백21㎢로 북한 전국토의 0.06%이다. 여기에 전인구의 5%인 1백만명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정우 부부장은 9월말까지 외국인투자법 세금법 등 필요한 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서방 기업인들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북한을 방문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 기업인들이 큰 관심을 표시하고 있고 홍콩 대만 독일 이태리 기업, 유엔개발기구와 이란에서까지 찾아오고 있다.

 자유경제무역지대는 자본주의 기업들이 자본주의식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1백% 자기 자본을 투입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북한으로서는 엄청난 도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자유경제무역지대는 북한 관리들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줄 것 같다. 이 사업에 깊숙이 관계하고 있는 대외경제협력 추진위원회 림태덕 서기장은 “솔직히 말해 우리가 아직 해보지 않던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맡은 일꾼들 자신도 깊은 파악이 없다”고 말할 만큼 이 사업은 북한으로서는 성공 가능성이 미지수인 야심작이다.

 자유경제무역지대는 북한의 ‘사회주의 역량’을 달아보는 저울대가 될 것으로 보였다. 북한이 일사불란한 목소리로 자랑해온 ‘주체의식’과 자본주의 물길이 맞부딪치는 격전장이 될 것이다. 외부의 도전과 내부의 응전에서 북한이 성공한다면 북한은 자기네 영토에 있는 자본주의 실험에서 성공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식대로 산다”는 북한 사회주의가 실험에서 성공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북한 관리들은 자유경제무역지대를 자본주의 실험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것을 개혁과 개방의 일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북한 관리들은 이 실험을 뒤진 지역에 대한 국토개발사업이며, 두만강 삼각지대가 지리적 특수성과 교역의 황금성을 가졌기 때문이고, 멀리는 동북아시아 경제협력까지 염두에 둔 구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일이 갖는 의미와 영향은 설명보다 더 크고 무거울 것 같다. 적은 숫자도 아닌 1백만 인구가 어떻게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고 북한식 사고와 사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북한이 안고 있는 경제적 숙제이자 정치적 과제 같다.

 북한경제가 어디로 갈 것인지는 자유경제 무역지대의 방향과 중요한 함수 관계가 있을 것처럼 보인다. 서유럽의 일반적인 시각은 북한이 결국은 자본주의와 타협해 경제체제와 정치체제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가 앉아 있으면 이런 생각이 달라진다. 밖의 시각이나 분석과 앞의 정서와 의식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북한 사회는 북한 동포들 말대로 “인식의 출발점을 바꾸지 않고는 이해 할 수 없는” 불가해한 벽이 너무나 많다. 집단주의 분위기에서 끓어오르는 열기가 엄청나고 거기를 흘러가는 지배적인 집단주의 의식이 너무 도도해서 그속에 서있는 개인은 감당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낄 것 같다. “우리식대로 살아야” 하고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가 우수하다”는 국민적 합의가 지배의식으로 흘러가는 한 그 의식의 울타리를 개인이 뛰쳐나갈 수는 없을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고 멀리까지 갈 미래처럼 느껴진다. 북한경제가 어려워서 경제가 무너지고 체제에 동요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할 만한 외부현상은 잘 잡히지 않는다. 작년에 북한을 방문했던 다우존스 케미컬회사 엘리어트 하우스 부사장이 “북한은 6개월 내에 붕괴될 것”이라고 한 말이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보도되자 이것은 북한경제 위기의 인용자료로 사용됐다. 이 예측이 빗나간 것은 북한경제의 실상을 서방식 사고로만 파악한 결과가 아니겠느냐 하고 한번쯤 되씹어 볼 필요가 있겠다. 북한을 객관화시켜야 예측이 정확할 것이다.

 

 도덕·근면·검약으로 북한경제 저력 커

 “북한경제가 어디로 갈 것인가”하는 질문은 냉철성과 정직성을 요구하는 물음이다. 오류와 실수를 무릅쓰고 개인적인 관찰 소감을 말한다면, 북한은 남한이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큰 경제적 저력과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느껴진다.

 실상 북한경제는 무섭게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남한이 경제적 자만심이나 허세를 털어버리고 정신적 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남한보다 못 살고 도시와 농촌 사이에도 상당한 생활 격차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평등하다고 믿는 인식의 기초가 놓여져 있다. 혼자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는 교과서적인 도덕률이 당연한 것으로 의식화되어 있고 근면하고 검약하게 사는 것을 당연시하는 기풍이 있다.

 여기에 일본이나 미국의 기술과 자본이 들어오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이런 생각조차 북한 관리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그런 사고는 북한을 잘 모르는 자본주의적 시각이다”라고 대답한다. 또 이런 생각은 남한 사회에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발전에 취해서 북쪽의 후진성을 확대하려는 자만심 때문이다. 남한이 경제의식에서 겸손해지고 생활의식이 검소해지지 않으면 일본이나 미국과의 수교 후 무섭게 달라질 북한경제의 위협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영공장이 북에 들어서서 북한에 왕래하는 남쪽 사업가가 많아지고, 두만강 자유경제무역지대가 조성돼 서구문물을 접촉하면, 북한 동포가 자본과 자유의 맛을 알게 되고 자본주의적 자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은 남한의 기대 심리일 수가 있다.

 “북한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할 것인가”하는 질문은 남한 경제에 경종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3주간의 북한 방문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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