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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배후’ 없었나

“정부 압력 있었다” “은행 자율결정이다” 뒷말 무성

장영희 기자 ㅣ 승인 2006.04.23(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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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7개의 은행이 일부 금리를 내림으로써 금리가 더욱 하향할 조짐이다. 지난 9월 18일 한일·신한·한미은행이 금리인하에 선수를 친 후 국민·조흥·상업·제일은행이 재빨리 이 대열에 따라붙었다. 이번에 이들이 내린 금리의 종류와 변동폭은 은행에 따라 다소 다르다. 당좌대출금리가 공통적으로 0.5% 포인트 인하됐으며 조흥·제일은행은 본·지점간 금리를 내리기도 했다. 후발은행들은 수지압박을 우려해 상당한 진통을 겪었으나 은행장과 당국 간의 물밑 접촉 후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후문이다.

 제2금융권은 생명보험사들이 상업어음 할인금리를 0.5% 포인트 내렸고 단자회사(투자금융)들은 최근 시장실세금리 하향세가 주춤하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으나 인하 결정의 시기가 멀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금리인하를 모두 고운 눈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단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는 정부의 '인하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먼저 몇개 은행이 선수를 치게 하고 나머지 은행들이 시차를 두어 이에 동참토록 해 여기서 조성된 인하 바람을 제2금융권에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금리인하를 단행한 7개 은행은 정부의 압력설을 완강히 부인한다. 한일은행의 한 임원은 "고객인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어떻게 이를 외면할 수 있느냐"면서 다소의 수지압박을 받더라도 기업의 금융비용을 줄여주도록 전향적인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른바 '키워서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7개 은행은 금리를 내림으로써 15억~50억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대출의 재원이 되는 저축상품의 금리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경제학자는 "돈장사를 하는 은행들이 스스로 제살을 깎았겠느냐"면서 내리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지만 정부가 은행장들을 모아놓고 금리인하를 종용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예전처럼 시중은행들이 동시에 금리인하를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정부의 입김을 전혀 배제할 수 없었다는 시각에는 설득력이 없지 않다.

 올해 경제정책의 제1 목표는 물가안정을 통한 금리의 하향안정화였다. 주무부처인 재무부는 지난 1월 금리안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금융기관에 대해 깊숙한 행정지도를 폈다. 고금리를 부른 원인이 금융기관들의 잘못된 영업행태에도 있었다고 본 것이다. 올들어 두번째 이루어진 최근의 금리인하에 대해 재무부 정건용 금융정책과장은 "물가가 안정되고 기업의 자금수요가 줄어드는 등 금리인하의 여건이 조성돼왔다. 아직도 기대치만큼은 떨어지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동원 연구위원(수원대 교수)은 "규제에서 자유화로 전환되는 과도기에는 정부의 적절한 지도기능이 필요하다"면서 설사 정부의 인하 유도가 있었다 해도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의 금리인하는 정부의 의지에 부응한 것이라는 인상이 짙지만 은행으로서도 이해득실을 따져 나온 조처로 해석된다. 한미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라는 정부의 주사위는 은행들에게 던져진 상태다. 금리인하가 가져올 수지악화와 이미지 제고라는 두가지결과를 저울질해본 결과 이미지 제고 쪽이 더 비중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금리는 어느 나라나 정부의 개입이 있기 마련이다. 금융시장이 발달된 나라들은 중앙은행의 공금리(재할인율)를 내려 이것을 신호로 은행과 제2금융권이 연쇄적으로 금리를 조정하게 만들지만 우리는 직접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 금리는 기본적으로 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지만 이외에도 추세가 내리막이냐, 오르막길이냐 하는 자기상관과 기대수익률이라는 두가지 변수에 따라 등락한다. 전반적으로 이 변수가 금리하향을 유도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투자금융경제연구소 유한수 소장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 하향세로 점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리 수준이 외국에 비해 2배 이상 높아 경제에 짐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은행 유시열 이사는 "파급영향 시기선택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금리자유화를 하지 않고는 금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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