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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정명석, ‘황제 도피’ 즐긴다

중국 공안은 성추행범 정명석 JMS 교주가 숨어 있는 ‘호화 별장’을 취재하다가 JMS 신도들에게 억류된 <시사저널> 기자를 구해주기는커녕 ‘체포’해 구금했다. 정명석은 사실상 공

신호철 기자 ㅣ eco@sisapress.com | 승인 2006.04.23(Su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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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도들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인터폴 적색 수배중인 정명석 JMS 총재.  
“잡아라!” “이거 놔.” “카메라 뺏어!” 4월11일 오후 1시7분 중국 랴오닝성 외딴 시골 첸산(千山) 기슭에 있는 호화 별장 정문 앞에서 기자는 종교단체 JMS 신도 두 명과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카메라와 휴대전화를 빼앗겼고, 별장 안으로 끌려가 억류되었다. 중국 경찰(공안)에게 구조 요청을 했지만 소식이 없었다. 3년 전 JMS 신도들에게 기자가 집단 폭행을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시사저널> 723호 참조). 그 집을 빠져나오기까지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기자가 중국에 간 것은 5년째 해외 도피 중인 JMS(공식 명칭은 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정명석 교주는 그동안 숱한 여성 신도들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국내 수사 당국이 추적 중인 용의자다. 2001년 검찰 수배, 2003년·2004년 경찰 체포영장을 받았고, 인터폴이 적색 수배령을 내렸지만 번번이 수사망을 따돌렸다. 그가 가장 최근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3년 홍콩에서 체포되었을 때다. 그는 보석금 10만 달러(홍콩 달러)를 내고 풀려난 뒤 다시 도주했다. 그런 그가 중국 첸산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지난 4월3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걸려온 신고 전화 한 통이 추적을 하게 된 계기였다. JMS 신도 김 아무개씨(28)의 어머니 정 아무개씨(52)가 ‘중국으로 간 딸이 JMS 신도들에게 납치당한 것 같다’며 수사를 요청한 것이다.

   
  정명석 총재가 숨은 랴오닝성 첸산에 있는 별장.  
탈출과 재납치, 중국 경찰 인계 등 우여곡절 끝에 피해자 김씨가 어머니 품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 4월7일이었다(상자기사 참조). 처음 피해 여성들과 가족은 “두렵고 누구도 믿을 수 없다”라며 외부인과 접촉을 꺼렸다. <시사저널>은 어머니 정씨를 설득해 4월10일 피해 여성 김씨와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중국 안산(鞍山) 부근에 있는 첸산 별장에서 JMS 신도 수십명과 함께 정명석을 만났고, 4월2~3일 이틀 동안 정명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털어놓았다. 김씨 외에도 피해자가 몇 명 더 있고 그 중 두 명이 탈출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김씨 증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4월11일 중국으로 떠나 랴오닝성 안산시에 도착했다. 안산은 인구 2백여만 명인 소도시로 한국인은 거의 살지 않는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시내에 있는 ‘바이스텔’이라는 빌딩이었다. 이곳은 정명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이 3월29일부터 4월2일까지 머무른 1차 대기 장소였다. 이 빌딩 9층에는 ‘명상 태권도장’과 ‘명모델 학원’이 자리 잡고 있다. 바이스텔 인근 아파트는 신도들의 숙소로 쓰인다. 바이스텔 빌딩은 조선족 밀집촌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4월11일 밤 명상 태권도장에서는 JMS 신도 아홉 명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우리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외국인 거주 신고를 안 해서 중국 공안에게 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여기서 나가라”라며 기자를 내쫓았다.

정명석, 수영장 딸린 대저택에서 생활

바이스텔 빌딩 부근에서 정명석의 흔적을 찾기는 쉬웠다. 인근 식당 종업원에게 정명석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보니 “이 사람 자주 보았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러 왔다”라고 말했다. 정명석은 한국에서 온 부유한 사업가로 알려져 있었다.

4월12일 <시사저널> 취재진은 ‘하나님의 집’이라고 불리는 문제의 천산 별장을 찾아 나섰다. 별장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안산 시내에서 택시로 30분가량 가야 하는 첸산 기슭’이라는 것과 저택 외양 색깔뿐이었다. 안산시 동쪽에 솟아 있는 천산은 중국 3대 명산 가운데 하나로 유명한 관광지다.

택시를 빌려 5시간이 넘게 첸산 일대를 샅샅이 훑던 중 상석교(上石橋) 부근에서 대저택을 발견했다. 주황색 삼각형 지붕에 파란색 벽으로 꾸며진 3층짜리 주택 네 채가 산 언덕에 우뚝 서 있었다. 저택 내에는 수영장이 있었고 뒤편에는 부속 건물 한 채가 더 있었다. 정문은 산을 향해 뒤로 나 있었고 접이식 철문 뒤에는 험상궂은 경비견 네 마리가 지키고 있었다. 저택 주변에는 다른 이웃집이 없어 유독 눈에 띄었다. 또 2백m쯤 떨어진 곳에 똑같이 생긴 별장이 하나 더 있었다.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3개월 전부터 그곳에서 한국인이 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후 1시쯤 저택 가까이로 접근해 사진을 촬영했다. 감시 카메라가 있었는지 이내 신도 두 명이 집안에서 뛰쳐나왔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신도 한 명은 무전기를 가지고 있었다.

‘정명석의 중국 집사’가 공안국 계장 노릇

급박한 와중에 휴대전화 동행했던 조선족 통역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신도들은 완력을 써서 기자를 잡고는 사진기와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기자가 주변에 도와달라고 고함을 질렀으나 아무도 와주지 않았다.
공안이 도착할 때까지 기자는 저택 부속 건물에 억류되어 있었다. 억류되어 있는 동안 기자는 ‘하나님의 집’이라는 문제의 별장 주변을 엿보며 신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신도 서너 명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고 이들을 조(趙)사장이라는 사람이 지휘하고 있었다.

   
  3월28일 인천항을 떠나 다음날 중국 다롄시에 도착한 JMS 태권도부 14명(위) 가운데 2명은 정명석 총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탈출했다고 증언했다.  
조사장은 특이한 인물이었다. 그는 “여긴 JMS와 상관없다. 이 집은 내 회사다. 그 사건(성폭행) 때문에 공안이 와서 수사도 했는데 별거 없었다. 나는 JMS와 아무 상관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혼란스러웠다. 그에게 무슨 사업을 하느냐고 물으니 “명상 태권도도 하고, 안산 시내 여기 저기에 부동산도 많다”라고 말했다.

오후 2시쯤 중국 공안이 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공안은 기자를 도와주기는커녕 도리어 기자를 체포했다. 정부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취재를 했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취재비자가 아니라 보통여행비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기자의 구조 요청을 받고 온 것이 아니라 JMS측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것이다.

애초부터 중국 당국이 이 사건을 위해 취재비자를 발급해 줄 가능성은 없엇다. 중국 안산 경찰과 JMS 교단의 관계는 각별해 보였다. 4월12일 오후 랴오닝성 안산시 공안국(경찰서)에게 끌려간 기자는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다. 성폭행 사건으로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할 JMS 신도들과 JMS 협력자들이 안산 공안국을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안산 공안을 대신해 문제의 조사장이 통역을 맡고 있었다. 기자가 공안 외사과에서 취조를 받을 때 나선 통역도 조사장이었다.

한국 수사·외교 당국은 뭐하고 있나

기자가 강하게 항의해 다른 통역으로 바뀌었지만 둘째 날(13일) 취조에서 또 다시 조사장은 공안국에 등장했다. 그는 “내가 원래 안산 공안과 같이 일하는 사람이다. 친하다. 난 공산당원이다”라며 자랑했다. 그는 집안 고향이 경남 합천인 중국인이라고 했고, 이름은 한국 한자어 발음으로 조영호 혹은 조용호라고 불렸다. 조사장은 사실상 공안 수사를 대리하는 ‘계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기자의 노트북을 검열하고 JMS 관련 파일을 내려받고 삭제하는 일은 모두 그가 데려온 한국말을 하는 기술자가 했다. 취재 내용이 송두리째 JMS 신도들에게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조사장과 신도들은 기자에게 여러 차례 거짓말을 했다. 그는 “첸산 저택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경비원들이다. JMS 신도가 아니다”라고 여러 번 주장했다. JMS 신도들도 한결같이 “우리는 그냥 경비원이다. JMS가 무슨 말이냐?”라며 자신들과 JMS 간의 관련성을 부정했다. 기자가 수사를 받는 동안 조사장 친구라는 한국인 한 명이 공안국 내부를 활보하며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있었다. 조사장은 “그냥 같이 사업하는 친구다. 신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귀국 후 신도들 단체 사진을 조회해보니 첸산 저택에 있던 남자들,공안국을 돌아다니던 한국인들은 모두 JMS의 열성 신도들이었다.

   
  정명석 총재는 홍콩·타이완·일본 여성들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외국 잡지는 이를 대서특필했다.  
조사장은, 한국·중국 정부가 이번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가장 먼저 조사해야 할 인물이다. 공안에서 풀려난 이후 기자가 안산 주변을 취재한 결과 그는 정명석의 ‘중국 집사’로 불리고 있었다. JMS 교단은 그의 손을 거쳐 안산 시 일대에 투자를 했다고 한다.

안산 공안국은 기자의 취재 자료와 사진을 모두 지워버린 후 비자를 정지시키고 추방령을 내렸다. 기자는 선양(瀋陽)을 거쳐 4월14일 귀국했다. 이번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두 가지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수사 주체가 안산 공안국(지방경찰서)가 아니라 중국 중앙정부로 바뀔 필요가 있다. 조사장은 “어떻게 태권도 4단인 사람이 예순 넘은 노인에게 강간당할 수 있느냐? 여자(김씨)가 쇼를 하는 거다. 나 뿐만 아니라 여기 공안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중국 공안이 진짜 ‘쇼’라고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사장과 신도들이 중국 공안에게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은 분명했다. 둘째, 한·중 공조 수사가 절실하다. 안산에 체류하고 있는 JMS 신도들이 아무리 자신과 교단 간의 관계를 부정하더라도 국내 자료를 보면 들통날 수밖에 없다.

정명석 외에도 중국으로 도망친 범죄 용의자들은 많다. 하지만 정명석처럼 JMS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 설교를 하며 한국으로부터 조직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사람은 없다. 더 이상 국제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사 당국과 외교 당국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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