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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동냥이 서글픈 특종의 하루

워싱턴 통신

워싱턴ㆍ김승웅 특파원 ㅣ 승인 1994.06.30(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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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포스트> 6월17일자는 카터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관련해, 모종의 ‘고무적인 조짐’이 북한 내에서 감지됐다는 낭보를 전했다. 북한 핵 문제에 관한 한 최고의 정보통으로 이 신문이 미 언론가에 자랑해온 제프리 스미스 가자의 자신만만한 기사다.

 스미스 기자는 카터가 백악관 쪽에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철회할 것과,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을 즉각 재개할 것을 강권했노라고, 흡사 그 장면을 옆에서 목격한 듯이 생생하게 기술했다. 이 기사는 또 카터가 클린턴이나 크리스토퍼 국무장관더러 직접 김일성과 만나라고 종용했노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같은 날짜 <뉴욕 타임즈> 워싱턴판 1면은 역시 이 신문의 북한핵 거물 기자 마이클 고든이 쓴 기사로 시선을 끈다. ‘클린턴, 주한미군 늘릴지도 모른다’는 특종으로 <워싱턴 포스트>의 스미스 기자와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다. 이 신문는 주한미군 사령관 게리럭 대장이 의회에 미군을 40만명 서으로 늘리자고 요청한 일과, 국방부가 F117 스텔스를 포함한 전폭기 30~40대를 한반도 증파할 것을 고려중이라는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뉴욕 타임즈>가 자랑하는 또 한 사람의 한반도 전문 기자 데이비드 생거는 같은 17일자 판에 서울발 뉴스로 시민들의 사재기 현황을 보도하고 있다.

한반도는 미국 언론의 보물창고
 유선방송 CNN은 두 신문을 뛰어넘었다. 카터를 수행해 평양에 입성한 CNN의 마이크 치노이 기자가 17일 대동강변에서 쏘아올린 한마디 한마디는 지금 미 전역에서 가장 화끈한 뉴스가 되고 있다.
 특히 그가 김일성의 요트 선상에서 건져올린 카터의 ‘북한 경제 제재 중단’ 발언 보도는 17일 하루 동안 백악관ㆍ국무부ㆍ국방부를 철저히 교란할 만큼 위력을 보였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모두 카터의 발언을 한사코 부인했다. 대변인 대신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가 직접 기자들 앞에 나타나 “카터 전 대통령이 뭔가 오해한 것 같다”며, 북한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가 대북한 협상 재개와 함께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회견장에 나타난 <워싱턴 포스트> 제프리 스미스 기자는, 그처럼 오해하게 된 원인이 뭐냐고 물고늘어졌다. 그는 “클린턴과 카터 사이의 전화가 고장났기 때문이란 말인가?”라고 말해 마치 야유로써 방송한테 특종을 빼앗긴 분풀이를 하는 듯했다.

 17일 백악관은 이 CNN 보도로 부랴부랴 시카고에 이동 대변인실을 가동하고 마이어 대변인 이름으로 부인 성명을 발표했다. 클린턴이 시카고를 방문중이었기 때문이다.
 CNN은 ‘사막의 폭풍’ 작전 동안 피터 아네트 기자를 바그다드 현지에 급파해 사담 후세인을 단독 인터뷰하는 쾌재를 부른 이래, 수년 만에 다시 명성을 되찾고 있다. CNN은 현재 시청률이 작년 대비 26%나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취재 대상에서 제외
 미국의 저명 시사주간지들도 지금이 대목이다. 지난 ≪타임≫이 ‘제2의 한반도 전쟁’을 다룬 데 이어 이번주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역시 ‘다음번 한국전쟁’을 커터 스토리로 취급했다.

 이 주간지는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라는 제목의 기사 끝부분에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별항으로 다뤄 읽는 사람의 등골을 송연케 하고 있다.

 조셉 갤러웨이 기자가 서울을 취재하고 작성한 이 기사에 따르면, 북한은 일단 개발에 성공한, 1~2개의 핵폭탄을 사태가 불리할 경우 제2의 한국전쟁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다만 이 핵폭탄을 운반할 미사일 체제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만큼, 대형 트럭을 통해 군사분계선 부근 땅굴 속에 핵폭탄을 운반한 후 북풍이 부는 날을 기해 폭파한다는 전략을 갖췄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작전은 바람에 실린 낙진을 맞을 경우 군사분계선 남쪽 한ㆍ미 연합군의 방위 능력이 괴멸된다는 전략에 기초하고 있다. 땅굴 폭파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핵폭탄을 선박으로 위장한 배에 실어 한국의 특정 한국에 침투시키는 작전도 있다고 했다.

 이것이 17일 하루 동안 이곳 워싱턴 D.C.에서 걸러진 북한 핵 뉴스의 전무다. 한탄스런 점은 이러한 한반도 뉴스의 취재원 속에 한국 정부나 정부 인사는 전혀 없다는 점이다. 기사 생리적으로 타사 기사의 이름이나 명성을 들먹이는 데 인색한 법이다. 그런데도 굳이 미국의 ‘거물’ 기자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 정부가 미ㆍ북한 협상에서 제외돼 있듯이 우리의 취재 메커니즘 역시 우리 자체의 취재원을 못가진 채 미국 언론한테 귀동냥을 하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책임은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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