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회장 ‘서울시장 야망’
  • 이흥환 기자 ()
  • 승인 199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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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리에 ‘당선 가능성’ 여론조사 … 예상 지지도는 하위권

 현대건설 李明博 회장(50)이 민선 서울특별시장 자리를 겨냥, 정계진출이라는 도 하나의 ‘야망’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이회장측은 최근 극비리에 국내외 한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 서울시민 1천명을 상대로 자신의 시장당선 가능성ㅇ르 타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여론조사는 내년 상반기의 자치단체장 선거에 대비, 이회장 자신이 서울특별시장에 입후보할 것을 상정하고 미리 유권자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사전 탐색작업의 하나로 여겨진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이회장의 차기 국회의원 선거 출마설이 심심찮게 나돌고, 이회장 자신도 정계진출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서울 시장 출마설은 단순한 화제거리 이상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이 여론조사는 현대건설 비서실에서도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추진되었는데, 이회장에 대한 예상지지도는 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이회장측이 여론조사 실시 결과 지지율이 낮게 나오자 서울시장 출마에서 국회의원 출마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여론조사는 또 ‘이회장이 출마했을 때 지지하겠느냐’는 식의 질문형태를 피해 여권과 야권에서 각각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를 내세워 이회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의 지지도를 묻거나, 이회장이 여당이나 야당 후보로 출마했을 경우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는데 각각의 경우 모두 12~17%의 낮은 지지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자천타천으로 민선 서울시장 후 보감으로 거명되는 사람들은 洪恩德 박           金東        씨 등 현역 정치인과     변호사, 高健 전 서울시장,     전 농수산부 장관 등이다. 이회장이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경우 그는 이들 가운데 한명(이회장이 여당이나 야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또는 두명(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과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겨루게 된다. 예상 후보들 대부분이 직간접으로 정계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이며, 이미 서울시민에게 낯익은 인물들이란 점을 감안할 때 이회장의 서울시장 입후보는 일단 모험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신선한 이미지를 내세워 한판 승부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민자당 영입. 총선 출마시킬 움직임
 그의 서울시장 출마설이나 14대 초선 출마설이 파다하게 나도는 것과 때를 같이해  ‘이명박’이란 인물이 갑작스럽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이명박 스토리’는 최근 들어 여성지 등 대중매체의 단골 메뉴가 되다시피됐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텔레비전의 한 드라마는 입지전적인 인물로만 막연하게 알려져 있던 이회장을 신화적인 인물로 부각시키면서 ‘이면박의 대중화’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드라마가 이회장을 부각시켰다기보다는 이회장 이야기 때문에 드라마 시청률이 높아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재벌그룹의 전문경영인이라는 이회장의 출신 배경과 그동안 이란인에게 투영되어온 그의 이미지를 감안해 이회장측은 중산층과 여성 유권자를 지지계층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차기 총선을 대비하고 있는 민자당은 이회장의 이런 이미지를 감안해 그를 영입, 중산층 밀집지역인 서울 강남 을구에 출마시키려 하고 있다. 다만 재벌 중심으로 추진된 고도경제성장의 주역 중 한 사람인 이회장을 유권자가 과연 얼마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미지수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증폭될수록 어느 정도 대중적 기반을 갖춘 전문인이 정계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는 많아진다. 이회장도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유권자들의 의식 속에는 기성정치인에 대한 강한 불신과 더불어 신진 인사에 대한 의구심 또한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사저널》과의 최근 인터뷰(92호)에서 정계진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회장은 즉답을 회피한 채 한가지 사례를 들려주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초청 강연을 했을 때 대학원생들도 나더러 정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만약 내가 정계에 나간다면 자기네들이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는 것이었다.” 또 자신과     명예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그의 발언(“우리는 일을 위해 만났기 때문에 일 때문에 헤어질 수도 있다. 재벌이란 냉정한 것이다”)은 자신의 정게진출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재계와 정계에서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회장의 정계진출 계획이 정명예회장의 지원하에 추진되고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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