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은 야당에 맡겼어야”
  • 김재일 정치부차장 ()
  • 승인 199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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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소련사태와 관련, ≪시사저널≫은 외교 · 통일문제 전문가인 신민당의     의원과 인터뷰를 가졌다.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보는가?
 정부가 크게 잘못 했다. 줏대를 가지고 민주화에 역행하는 쿠데타에 반대했어야 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처음부터 강격하게 나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국에서 “공동보조를 취하자”는 요청까지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치만 보다가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기회주의자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노대통령도 고르비를 세 번씩이나 만났다. 정상회담의 상대이자 친구 아닌가. 궁지에 몰린 고르비에 대한 지지성명을 내지 않은 것은 큰 잘못이다.

국회 차원에서 할 일은 없었는가?
 당연히 국회가 열렸어야 한다. 우리 신민당이 외무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재무위원회의 즉각 소집을 요구했으나 쿠데타가 실패로 끝나버린 다음에야 비로소 외무통일위원회가 열렸을 뿐이다. 직무유기다.

북방외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큰 방향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너무 단선 외교다. 고르비에 치중한 나머지 대중적 지지기반을 가진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을 너무 과소 평가했다. 그럴 때는 양쪽에 손을 대야 하는 것이다. 야당을 활용할 수도 있다.

야당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정부가 고르비에 신경 쓰느라고 엘친을 상대할 수 없었다면 옐친을 야당에 맡겼어야 했다. 일본과 북한의 관계정상화에는 야당인 사회당의 역할이 가장 컸다. 우리 정부는 말로만 ‘초당외교’ ‘거국외교’지 실제로는 외교를 독점하고 있다. 통일원장관도 야당에서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에 소련주재 미국대사로 임명된 로버트 슈트라우스는 20여년간 민주당의 사무총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정부가 외교를 독점하는 이유는?
 내치의 실패는 외교로 커버하려 하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이 북한의 김일성 주석을 만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선 밑에서 어느정도 문제해결에 대한 약속을 한 다음 정상이 만나 사인하는 것이 옳은 순서다.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총리는 정상회담이 독일통일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장애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남북한 관게에 있어서도 야당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야당 총재가 김주석을 만나서 걸림돌을 제거하고 길을 터놓은 다음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앞으로의 소련 내부, 미 · 소관계, 또 한 · 소관계를 전망한다면?
 서방국의 강력한 소련 지원에 힘입어 소련의 개혁 · 민주화는 가속화될 것ㅇ이며 미 · 소는 밀월관게에 들어갈 것이다. 한 · 소관계도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옐친 쪽에 큰 비중을 두고 외교를 펴야 할 것이다.

남북한 관계에 대한 전망은?
 일단 한두달 정도의 냉각기가 있을 것이다. 북한은 소련 쿠데타 보수세력에 대한 지지성명을 너무 빨리 냈다. 쿠데타 실패와 관련, 북한인민을 납득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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