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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합당으로 失名했다”

문희갑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장영희 기자 ㅣ 승인 2006.04.24(Mon)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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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두 번째 실명제 추진의 주역인 문희갑 전 청와대경제수석을 만나 당시 좌절 이유과 앞으로 행로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실명제 시행이 끝내 좌절된 이유는 무엇인가?

 실명제는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6공화국의 국정 좌표에 부합하는 것이었으나 반대세력의 저항이 커 좌절됐다. 91년 6월말 현재 실명화율은 98.8%에 달했다. 그 속에는 남의 이름을 빌린 것이 있다고 봐야 하지만, 비실명계좌는 1.2%(91만개)에 그쳤다. 이 비실명거래자들이 사회의 핵심세력이라는 데 문제가 있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이들이 금권으로 영향력이 있는 학자 · 관료 · 언론을 매수해서 “실명제를 하면 충격이 크다”는 식의 공포감을 조장했고 조직적이고 악랄한 반대운동을 폈다. 토지공개념 3개법이 발효되면서 이들의 위기의식은 높아졌으며 3당 합당은 실명제를 실명시켰다. 토지공개념은 여소야대 정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행정부 내에서 이견이 많지 않았는가. 문수석의 독선이라는 비난도 있었는데.

 당시 조 순 부총리와 불화가 있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 분도 형평을 강조하는 개혁을 주장했다. 처음 실명제 시행을 찬성한 관료들 중 일부는 기득권 세력에 매수돼 반대로 돌아섰다.

3차 논의가 싹트려는 시점인데, 여건이 달라진 것은 없는 듯하다. 재계도 재계이지만 정치권도 실명제를 껄끄럽게 생각한다.

 돈으로 움직이는 썩은 정치풍토가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대통령의 중립선거 보장 의지도 실명제 없이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개혁이 아니면 혁명이다”라는 당시의 주장이 오히려 실명제 추진을 어렵게 했다고 관료들은 지적하는데.

 반대론자들은 설득이 안됐다. 평화적이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되지 않았다. 개혁으로 되지 않을 때는 혁명적인 방법으로 해야 하는데 그 대가가 너무 컸다. 10 · 26 후 국보위가 생겨 우리 사회의 병폐를 뜯어고쳤지만 부작용이 엄청났다. 경제에 관한 한 5년을 후퇴시켰다는 평가다. 그래서 개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고, 여의치 않으면 혁명이 불가피하다고 한 것이다.

당시 금융실명거래실시준비단에서 지나치게 과격한 방법을 쓰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혁명을 얘기할 정도로 정부가 밀어붙였다지만 시행방안은 너무나 ‘관대’했다. 82년 당시는 실명제가 실시되더라도 세금 부담이 늘지 않도록 최고세율을 내리려 했으며, 비실명자금을 실명으로 전환할 때 3천만원까지는 과거를 묻지 않겠다고 했다. 3천만원을 넘더라도 예외를 두었고 그 외의 비실명분은 과징금 5%만 내면 됐다. 2단계에서도 6개월 동안 전환기간을 주었으며 미성년자 상속 등 극히 상식을 벗어난 것 아니면 불문에 부치겠다고 했다. 종합과세도 당장 하는 것이 아니고, 그 대상을 고액 금융소득자로 국한하려고 했다. 비밀보장에 대한 규정도 마련했다. 충격이 크다고 침소봉대되었지만 충격이 1백이라면 당시 이미 70은 비용을 치렀다. 결국 비용 70만 낭비한 채 다시 시작해야 했다.

두번의 좌절이 가져다 주 교훈은 무엇인가?

 반대세력이 가진 돈의 힘은 무서웠고 정치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했다. 관료들은 최고통치권자의 지원 아래 강력한 추진력을 가져야 하고, 국민운동이 지속적 지원세력이 돼야 한다.

실명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고도성장기를 지나오면서 많은 병폐를 잉태했다. 우리 사회의 부패는 전 계층에 만연되고 있다. 개혁을 통해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의 항구적 발전은 있을 수 없다. 부자집 살림 털고 3년이라고, 우리 경제가 견디고는 있지만 종합적인 국가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어가고 있다. 실명제가 실시된다고 복잡한 세상의 일그러진 현상이 일시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원초적이고 핵심적인 개혁과제이다.

다음 정권에서 어떻게 되리라고 보는가.

 탈법과 편법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차단해야 근로의욕 등 경제에 활력을 넣는 신바람이 되살아난다. 실명제 실시 등 개혁과제는 최고통치권자의 결단력과 의지, 솔선수범에 달려 있다. 이 힘이 국민을 견인해나가고 기득권 세력을 무릎꿇게 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부의 축적이 정당해야 영속적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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