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수 대폭 줄여 유지비 절감해야 한다”
  • 편집국 ()
  • 승인 1991.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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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어디로 가야 하나》 펴낸 경영과학 박사 池萬元씨/“국방경영 효율 높여야”

《최근 출판된 자신의 저서 《한국군 어디로 가야 하나》를 통해 국방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池萬元씨(49 · 경영과학 박사)를 만났다. 그는 62년 육군사관학교에 입교, 87년초 육군 대령으로 예편할 때까지 26년간의 군생활 가운데서 10년이상을 국방예산관련 연구를 담당해왔다. 그는 이 채기에서 자신이 제기한 문제들이 군에 “우정어린 자극”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군에서 나름대로 잘하고 있지만 관련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개선의 여지가 엿보여 그것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다. 말하자면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 군의 반응은 어땠나?
군에서는 지금 다 시정하고 잇는데 왜 새삼스럽게 문제를 삼느냐 하는 지적이 있었다. 또 언론이 이 책의 몇몇 부문만 확대해석해서 서운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예산항목 가운데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위비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인가?
국방부가 다른 부처에 비해 더 방만하게 예산을 운영한다는 뜻은 아니다. 고급인력이 많은 군의 경영을 부패 비리 무능 차원에서 보는 건 곤란하다. 다만 미국의 경우 예산운영과 관련, 의회에서 매년 문제가 제기되고 대통령에서부터 사병에 이르기까지 효율적인 예산집행 의지를 다지는데 비해 우리는 예산관리에서 통제 · 감사방법에 이르기까지 구조적인 개선의지가 없는 게 사실이다.

● 어떤 요인 때문에 그런가?
예전에는 원조를 받다보니 내것이라는 주인의식이 없었고, 우리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주인의식이 없었다.

● 어떤 점을 고쳐야 하겠는가?
방위비를 절약하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내핍을 통한 절약이고 다른 하나는 구조적 개선이다. 전방에서 병사들은 자기가 관리하고 있는 모든 장비에 드는 비용을 기록하는 비용카드를 가지고 있다. 또 군인아파트만 살펴봐도 내핍을 통한 절약에 군이 최선을 다하고 잇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산관리 · 통제 및 감사제도 등의 구조적 개선이 따라야 한다. 특히 감사제도는 뜯어 고쳐야 한다. 군에서는 감사관이 ‘칼 가진 어린애’라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니까 흠 안잡히려고 너도나도 문서의 앞뒤만 맞추는 ‘가라행정’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통령이 의지와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 이 같은 점에서 이 책을 대통령께도 보내드렸는데, 리더십에 대해 비판했다고 아마 화낼지 모르겠다.

● 현재의 방위비 수준을 얘기할 때 전제가 되어야 할 게 남북한간 전쟁수행능력 비교일 것이다. 단순한 군사력뿐만 아니라 잠재력가지 포함한다면 남북한간의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현대전은 가공할 최신무기의 능력 때문에 단기속결전이 된다. 북한의 전략이 한국의 동원능력이 효과를 발휘하기 전에 해치우자는 것이기 때문에 동원력에 의존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잠재력만이 군사적 균형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봐서도 안된다. 우리나라에서도 70년대에는 80년대가 되면 군사적 균형이 이루어진다고 했고, 80년대는 80년대 후반에 그럴 것이라고 하는 식이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닐테고, 누구도 모른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주한미군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북한의 위협을 평가해오지 않았는가.

● 그동안 차세대전투기사업(KFP)의 기종선정과 관련해서도 계속 문제점을 지적해온 것으로 안다.
1차로 선정되었던 F18은 81년부터 비싸고 성능이 나쁘고 고장이 잦은 비행기로 정평이 난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것이 30% 가량 비싸니까 비싼 만큼 좋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그렇지 않다. 비싼 이유는 항공모함에 이착륙하는 함재기라서 그런 것이다. 운항시간 · 고장빈도 등의 여러 기준으로 보더라도 F16이 낫다. F16으로 기종을 바꾼 것은 잘한 일이다.

●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으로 국방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군축은 두가지 방법에 의해 가능하다. 하나는 상호합의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핵이라는 전쟁억지력이 있으니 일방적으로 해도 되지 않겠나 하는 주장이 있는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는 힘들다. 상호합의에 의한 군축이 바람직하다. 방위비에는 운영유지비와 투자비가 있는데 내핍을 통한 절약은 한계에 달했으므로 운영유지비 절감엔 한계가 있다. 투자비는 이미 계획하고 계약해놓은 것이라서 줄일 수 없고, 그렇다면 전략개념을 바꿔 군인 수를 대폭 줄여 운영유지비를 절감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기엔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방위비가 단기간에 삭감될 수 있다는 생각은 틀린 생각이다. 우리 군사력을 절반수준인 30만명으로 줄인다 해도 앞으로 4~5년은 더 많은 방위비를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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