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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상 뒤엎는 ‘게릴라 걸’

여성 미술운동의 전위 조경숙씨

김현숙 차장대우 ㅣ 승인 1994.04.14(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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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미술운동이 제도화한 신화와 환상을 해체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면 趙璟叔씨(36)는 가장 적극적인 실천력을 가진 작가이다. 그는 캔버스에 집착하는 대신 사진·잡지·판화 등 남성들이 돌보지 않는 매체를 발견하고 자기 아틀리에로 끌어들인다. 지난 92년 현실문화연구팀과 함께 〈압구정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를 기획해 그중 한 파트의 이미지 표현을 맡자 그는 매우 대담한 시도를 했다. 광고용 여성 사진과 광고 문구를 콜라주 기법으로 병치하면서 자기 모습을 그 이미지 전략의 제단에 바친 것이다. 즉 화가 자신을 모델로 내세움으로써 기존 이미지의 효력을 무력화하고 여성의 신비화를 저지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배우·사진사·광인·괴물 등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 수 없는 중성의 젊은이로 분장한 후 변신한 자기 모습을 이미지화하는 조씨의 작업은, 신디 셔먼과 같은 구미 포스트모더니스트의 세례를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량 복제는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
 평론가 김홍희씨는 이를 “매저키스트적 이중 억압과의 대면”이라고 평가했는데 그의 작업 정신은 이번 〈여성, 그 다름과 힘〉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의 작품 〈관리되는 육체들〉〈진혼굿〉 등에는 노동하는 육체와 환락의 육체들, 또는 분단사가 낳은 여성의 비극을 드러내는 윤금이와 김곱단의 상반신 사진이 등장하는데, 그 이미지의 주인공은 여전히 화가 자신이다.

 특히 〈결핍과 망각의 염색체〉 연작은 여성의 생산 기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려는 시도를 드러낸다. 여성과 여성, 남성과 남성의 몸을 결합시킨 후 잉태된 태아의 이미지를 그 위에 배열한 작품 〈결핍과 망각의 염색체〉는 티셔츠 위에 실크 스크린 됨으로써 표현되고 작가 자신이 그것을 입어보임으로써 완성된다. 그는 “잉태라는 생산 행위가 양성적 친화의 소산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너무 자학적이 아니냐’는 시선에 응전하고 있다.

 홍익대 서양학과와 뉴욕의 온타리오 미대 실험미술과를 졸업한 조씨는, 귀국 후 민족미술협회에 가입하면서 가장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젊은 여성 미술가로 등장했다. 그러나 남성들의 권위가 이끌어온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제도권 미술에 대한 그의 도전은 계급 이데올로기와 성 이데올로기라는 이중의 장벽 앞에 놓여 있다.

 여성의 이미지를 만드는 기존 시선과 방법을 전복하려는 그이 시도는 반드시 ‘대중적 매체 활용’이라는 방법을 수반한다. 그는 "대량 복제야말로 여성 미술의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결핍과 망각의 염색체〉가 티셔츠에 인쇄된 것은 대량 복제에 대한 조씨의 신념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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