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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 기업 손잡고 환경파괴 짝짜꿍이

덕유산에 스키장 건설 등 의혹…4개 단체, 고발 태세

김당 기자 ㅣ 승인 1994.04.21(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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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이다. 그래서 정부는 80년 자연공원법을 제정해 지금까지 육상 및 해상 국립공원 20개를 지정하여 관리해 오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의 개발 의지 앞에서 법과 제도는 허술하기 짝이 없고 자연 또한 너무나 허약할 뿐이다. 그렇다고 피해 당사자인 소나무나 물박달나무가 가해자인 인간이나 법인 또는 정부를 고소 · 고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78년 독일의 북해 지역에서는 유조선의 잦은 기름 유출로 바다표범이 멸종 위기에 처하자 환경단체들이 소송 능력이 없는 바다표범을 대리해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허튼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예상대로 소송은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의 소송은 여론을 환기하여 의회를 움직였고, 마침내는 주정부가 멸종 위기에 몰린 바다표범을 보호할 예산을 책정하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립공원 생태계 파괴와 관련해 환경단체들이 개발 업체와 이를 인 · 허가해준 정부를 상대로 이와 비슷한 법적 대응을 할 태세여서 관심을 끈다. 사실 국립공원이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는다거나 환경영향평가서가 환경 파괴의 면죄부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제3자인 환경단체들이 국립공원의 생태계 파괴와 관련해 그 관리 · 감독 기관인 정부 부처를 고발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환경단체 회원들이 직접 1년 동안 환경파괴 실태조사를 한 끝에 그 결과 보고와 함께 관련 업체 및 정부 기관을 ‘환경 파괴범’ 및 ‘공동정범’으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배달환경 연합, 환경과 공해연구회,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 4단체는 4월4일 환경운동연합 강당에서 ‘덕유산 국립공원 파괴실태 조사보고대회’를 갖고 덕유산 국립공원에서 진행중인 골프장 · 국제스키장 · 양수발전소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 실태를 슬라이드 사진 상영과 함께 폭로하고,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범행’(벌채) 현장에서 채증해온 57년생 소나무와 60년생으로 추정되는 물박달나무의 몸통을 증거로 제시했다.

“환경영향평가서 조작 · 변경”
이 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하 ‘모임’)의 이경재(서울시립대) · 오구균(호남대) 교수가 밝힌 실태 조사보고의 핵심 내용은 △(주)쌍방울개발이 덕유산 국립공원내에 무주리조트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서의 일부를 조작했고 △정부가 개발을 위해 국립공원의 자연보존지구 구역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또한 ‘모임’은 한국전력의 양수발전소 건설 과정에서는 자연보존지구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쌍방울개발(대표이사 조정현)이 84년 개발계획을 세워 추진중인 무주리조트 사업은 국립공원 구역 안에 가족 호텔 등 집단 시설지구(64만여평), 스키장(1백30만여평), 골프장(26만여평), 동물원(1만3천여평) 등 총 2백22만평에 이르는 휴양 시설을 짓는 거대한 사업이다. 물론 개발계획 수립 때부터 국립공원 내에 거대한 휴양 · 행락 시설을 짓는 것은 자연공원법상의 국립공원 지정 취지에도 어긋나고,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5공화국 말기인 86년 2월 대통령 지방순시 때 전두환 대통령이 이른바 1도 1기업 육성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겨울 올림픽 스키장 개발을 검토하라”고 한 지시 앞에서는 이같은 반론이 먹혀들 리 없었다.

그뒤 무주리조트 건설 사업은 △쌍방울과 전북도 간의 사업 시행계약 체결(87.12) △사업계획을 수용하는 건설부의 공원계획 변경 고시(88.11)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의결(88.12) △건설부의 2차 공원계획 변경 고시(89.1) △건설부의 사업허가 및 공사 착수(89.8) △가족 호텔 등 1차 개장(90.12) △국립공원위원회의 용도변경 승인(93.1) △내무부의 3차 공원계획 변경 고시(93.4) △골프장 개발 착수 및 삼림 벌채(93.6) 같은 과정을 밟아 진행하고 있다. 쌍방울측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35% 정도이다. 그런데 ‘모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이미 덕유산 국립공원의 자연환경 60만평(겨울 유니버시아드 대회 스키장 지역을 포함하면 70만평)이 훼손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더 큰 문제점은 앞에서 지적한 대로 △쌍방울측이 사업계획을 세워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서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정부가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는 국립공원내 자연보존지구 구역을 변경하고 그 용도를 변경함으로써 자연환경 파괴를 방조했다는 점이다. ‘모임’은 그 근거로 89년 12월 쌍방울이 (주)삼안건설기술공사에 의뢰해 환경처에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내세우고 있다.

우선 골프장의 경우, 쌍방울측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 68쪽의 녹지자연도(28쪽 그림3 참조)에 따르면 1, 6, 7, 8등급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녹지자연도란 식물군락에 대한 인간 간섭의 정도를 표시한 개념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산림상태가 좋음을 뜻한다. 그런데 환경처에서 작성한 녹지자연도 사정기준(28쪽 표 참조)에 따르면, 1등급(시가지)은 녹지식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지역으로, 우리나라의 일반 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임’은 녹지자연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문외한이 이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한다.

또 ‘모임’측이 수차례 실사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골프장 조성지에서 주요 식생인 소나무는 수령 50년생 이상이 대부분이고, 참나무류도 40년생 이상으로 녹지자연도 8, 9등급에 해당된다. 녹지자연도 사정기준에 따라 수령 50년생인 9등급이 전체 조사면적의 64.6%인 것을 포함해 절대 보존해야 하는 면적이 97.5%라는 것이다. 그런데 쌍방울측이 작성한 녹지자연도에는 9등급이 존재조차 하지 않으며 없어야 할 1등급은 존재하고 있어,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환경 영향을 예측하고 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작성하는 환경영향평가서가 개발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었다는 지적을 뒷받침해 준다.

그밖에 ‘모임’측은 골프장 예정지 세 군데에 습지(2.62ha 규모)가 있음을 확인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지형으로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높은 지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식생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경재 교수에 따르면, 습지에는 너비 1~2m의 계류를 통해 물이 계속 공급되고 있으며, 2차 천이에 의해 버드나무 · 갯버들 · 개옻나무 등이 2~4m의 키로 자라고 갈대 · 골풀 · 붓꽃 · 노루오줌 · 비비추와 희귀 식물인 개불알꽃이 분포하고 있는데, 이교수는 이같은 희귀 식생을 50년대에 이 지역에 있었던 화전이 방치된 결과로 추정했다. 그런데 절대 보호해야 할 이 습지가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언급되어 있지 않아 현장 조사후 평가서를 작성하였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실정이다. 삼안기공 환경영향평가부 담당자에게 이 같은 의혹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 결과, 그 답변은 “몇 년 전 일이고, 환경영향평가서도 남아 있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스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쌍방울에서 작성한 녹지자연도를 보면, 면적의 대부분이 자연보존지구였던 국제 스키장 예정지(28쪽 그림3의 B부분)에 있는 1등급은 자연림에는 존재할 수 없는 ‘시가지’이므로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을 그대로 믿는다 해도 8, 9등급이 대부분이므로 사업자측이 작성한 녹지자연도에 의해서도 전혀 개발할 수 없는 곳이라는 지적이다. 환경처에서 91년에 작성한 녹지자연도에서도 이 지역은 8등급으로 나타나 있다.

지난해 1월에는 환경처의 반발을 무시하고 제24차 국립공원위원회가 국제 스키장 슬로프(경사) 공사를 위해 이 지역 9만㎡의 자연보존지구를 자연환경지구로 용도변경하면서 해발고도 변경안(1천4백80m에서 1천5백29m로 상향 조정)을 승인해 문제가 되었다. 환경처는 그후 내무부의 협의 요청에 대해 스키 코스의 시점을 50m 상향조정할 경우 해발 1천5백m에 분포하는 주목과 구상나무 숲이 파괴된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해 제24차 회의의 변경 결정이 보류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모임’이 우려하는 더 큰 문제는 스키 코스를 개발하는 것 자체가 극상림에 가까운 삼림 생태계를 초토화한다는 데 있다. 특히 ‘모임’측은 정부가 특정 기업과 결탁하여 용도지구를 변경하고 국 · 공유지를 사기업에게 매각 · 임대하는 등 주인 없는 국립공원 정책을 폄으로써 국립공원 파괴를 부추기고, 국립공원 지역에서 무주공산식 개발 욕구를 확산시킬 것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쌍방울 “일부 실수” 겸허히 인정
이 같은 우려는 한국전력(사업자 겸 영향평가자)이 덕유산에 건설하고 있는 무주 양수발전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현행 국토이용관리법상 국립공원 구역은 자연환경보전지역이며, 국립공원 안에서도 절대 보존을 위한 지역이 자연보존지구이다. 그런데 ‘모임’에 따르면 정부는 덕유산 국립공원의 자연보존지구이자 사적 146호인 적상 산성 일대 1백18만㎡에 생태계와 지형을 파괴하는 전력 산업시설을 허가해 주어, 붉은 색을 띠어 절경을 자랑하던 적상산의 자연경관이 도로 건설과 댐 축조용 토사 채취로 마구 파헤쳐져 있는데도 사후관리마저 거의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안국사 부근의 독특한 고산 분지 생태계와, 녹지자연도 9등급 이상의 삼림 생태계를 나타내는 적상산성 일원의 삼림 · 습지 생태계 약 10만평이 파괴되었다는 지적이다.

발전소 건설 이후에 예상되는 환경 영향 또한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환경 전문가들은 상부 저수지의 냉습한 기후 영향으로 적상산성의 삼림 생태계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한전측은 외래 식물(벤트 그라스, 이태리포플러 등)을 도입해 식재하는 것을 환경영향 저감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어, 반생태적인 외래 식물 도입으로 인한 자연보존지구 안의 생태계 훼손이 예상된다. 그러나 특히 환경단체들이 걱정하는 것은 국립공원의 자연보전지구이자 문화재보호지역에서 산업시설 개발을 허가해준 선례를 남김으로써 다른 국립공원의 연쇄적 개발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쌍방울측은 앞서의 지적들을 대체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태세이다. 쌍방울측은 △우선 녹지자연도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실수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당시는 환경영향평가상의 녹지자연도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때였고, 그후 두 차례 보완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생태계 전문가들이 녹지자연도를 재산정해 90년 9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했으므로 ‘과거의 시행착오’일 뿐 환경 파괴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 쌍방울측은 △국제 스키장 공사를 위해 자연 보존지구를 자연환경지구로 용도변경한 건에 대해서는, 변경안이 통과되었으나 생태계 파괴라는 여론을 받아들여 현재 용도변경을 시행하지는 않고 있으며 △골프장 건설 대상지에 대해서는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기본 설계를 공사에 반영해 수림대가 양호한 지역을 존치지구로 확보하고 습지대는 생태계 보존차원에서 현상태를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사유화’ 정부가 앞장
그러나 쌍방울측은 덕유산 자연보존지구의 해발고를 1천m에서 1천3백m 이상으로 변경한 건에 대해서는 당시 건설부가 덕유산을 포함한 5개 국립공원에 대해 일괄적으로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89년 1월 공원계획을 변경한 것일 뿐 무주리조트 건설을 위한 임의적인 자연보존지구 축소 조처는 아니고, 특히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립공원 안의 무주리조트 건설지역 총 2백22만평 중에서 당초 쌍방울의 사유지는 전체의 14.3%(31만7천평)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 1백90만평이 △전라북도가 장기임대한 도유림 77만평 △무주군이 매각한 군유림 35만평 △산림청이 장기 임대한 국유림 70만평 △무주군이 장기 임대한 국유림 7만평 등으로 조성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환경정책연구소 신창현 소장은 “국립공원이란 말 그대로 어느 한 개인이나 기업의 사유 재산이 될 수 없으며 일부 사유 재산이 포함될 경우에는 국가에서 이를 매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렇게 중요한 공공재산을 수의 계약으로 매각하거나 헐값으로 임대하여 골프장 · 스키장 · 호텔을 건설하도록 허가함으로써 국립공원의 사유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 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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