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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에서 한라까지 ‘만신창이’

김당 기자 ㅣ 승인 1994.04.21(Thu)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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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국립공원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과 형식적인 환경영향 평가의 ‘대표적 사례’로 쌍방울개발의 무주리조트 개발 사업과 한국전력의 무주 양수발전소 건설 사업을 고발했다. 그러나 대표적 사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국립공원에서의 환경 파괴는 쌍방울이나 한전 같은 특정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국립공원 개발 사업이 국토이용관리법 · 자연공원법 · 환경정책기본법 같은 관계 법령을 위반하거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부도덕하게 진행되는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행정편의주의적으로 공원 계획을 변경함으로써 기업의 개발 이익을 부추긴다는 데 있다.

특히 산림 훼손을 부채질하는 대표적 요인은 골프장 · 스키장 · 숙박시설 중심의 국립공원 개발 정책이다. 환경정책연구소 신창현 소장에 따르면 현재 덕유산을 포함한 치악산 · 가야산 · 태안해안 4개 국립공원에서 골프장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덕유산 · 치악산에서는 스키장 건설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 속리산 국립공원에는 청소년 수련장 명목으로 눈썰매장을 비롯한 대단위 위락 시설이 건설되고 있고, 지리산 국립공원은 노고단 정상까지 개설된 도로와 주차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밖에도 북한산 국립공원의 우이령 도로 포장공사를 비롯해 오대산 국립공원 도로 확 · 포장 공사, 한라산 국립공원 종합개발계획 추진 등 지금 이 시간에도 10개 국립공원에서 울창한 산림이 훼손되거나 훼손될 위기에 놓여 있으며, 생태학적으로 보존할 필요가 있는 자연 생태계마저 파괴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개발을 엄격히 제한한 국립공원 내의 자연보존지구 구역에 대해 해발고도를 높이는 행정편의주의적 국립공원 파괴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를테면 지리산 국립공원은 67년 첫 지정 당시는 해발 1천1백m 이상을 자연보존지구로 지정하여 그 면적이 1백20㎢였으나, 87년 기본계획서 변경 때는 관리가 방만하다는 핑계로 해발고를 1천4백m로 올려 전체 면적이 24㎢로 줄었다. 결국 덕유산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립공원내 자연보존지구의 해발고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면적이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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